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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산문학관, 마산문학관

택일의 갈림길에서

 

 

민병기 시인, 창원대국문과 명예교수

 

 

양자 중에 문학관의 명칭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 이에 대한 찬반 양론의 대립적 파고가 매우 높다. 발단은 1998년 마산시가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또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저명 인사의 기념관 건립을 계획하면서 비롯되었다. 그런 취지로 마산시가 노비산 공원에 이은상 기념관을 세우기 위해, 사업비 18억 원을 책정하고, 국비 지원을 받아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그 찬반 논쟁이 격렬해졌다. 특히 노산문학관건립추진위원회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열린사회 희망연대 중심의 시민단체들이 심하게 반대했다. 성명전과 1인 시위 등으로 이어져 결국 사업이 중단되었다.

당시 반대 이유는 친일혐의였다. 그 근거로 노산이 만선일보에 근무했고, 반도사화와 낙토만주에 실린 이언의 전와에 대한 일고라는 논문이 친일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모두 무혐의가 입증되었다. 만선일보 영인본을 확인하면 그 속에 노산 이은상의 이름은 없다. 또 광양 백운산 현지답사와 최상철 교수의 증언 등으로 만선일보에 근무하지 않았음이 명백해졌다.

친일 혐의를 받았던 논문이 실린 반도사화와 낙토만주는 그가 옥중에 있을 때 발간되었다. 내용도 우리 속담에 관한 연구로, 한글에 대한 애정과 민족의 자존을 제고시킨 업적이다. 이러한 사실은 증빙 자료와 함께 각종 잡지와 신문과 방송에 이미 보도되었다. 그런 발표가 있었을 때, 노산의 친일설을 제기했던 사람들은 침묵할 것이 아니라, 즉각 반발하고 그 반증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던지, 그럴 수 없다면 자신들이 무고죄를 범했다는 반성의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그의 친일설이 사실무근임은 기존의 친일문학론이나 친일작품집에서 쉽게 확인된다. 또 노산의 경력을 살펴보면 더욱 명백해진다. 충무공기념사업회장, 안중근의사 숭모회장, 신단재선생 기념사업회장, 백범선생 탄신백주년축전 집행위원장, 독립운동사 편찬위원장, 독립동지회 고문, 범독립운동자대회 고문, 광복회의 고문, 동학혁명기념사업회 이사,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한글학회 이사, 예술원회원, 한국시조작가협회장, 민족문화협회장, 국제펜 한국본부 고문, 한국산악회장 등 50가지 이상이다. 근거 없이 친일설을 퍼뜨리거나 주장한 사람들은 노산과 함께 단체활동을 했던 많은 회원들을 핫바지로 보고 무시했다. 노산이 친일한 것을 모르고 그를 회장이나 고문이나 이사로 모셨으니 핫바지로 만든 것이 아닌가.

그들의 무고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노산이 지은 노래를 부른다. 가곡 뿐만 아니라 교가도 많다. 경남대, 창원대, 창원전문대, 해사, 창신고, 마산중앙고, 마산용마고(전 마산상고), 마산여고, 마산제일여중고, 무학여고(전 마산여상), 거창대성고 등 이 지역의 학교를 비롯, 전남대, 영남대, 충북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경성고, 국립부산해사고, 목포고, 수피아여고, 순천금당고, 신진공고, 인성고, 군산중, 동양중, 광주중앙초등 등, 어디 그뿐인가. 해군 군가, 대한의 노래, 경남도민의 노래, 창원 시민의 노래, 강원도의 노래, 진천 군민의 노래, 철도의 노래, 감사원의 노래, 한화그룹의 노래 등의 가사를 그가 작사했다. 그 노래를 즐겨 부르는 사람들에게 친일 혐의를 제기했던 사람들은 무고죄를 지었다.

최근 북한의 우연오 교수가 <반일·애국·광복 리념을 노래한 계몽기 서정가요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 속에서 노산의 사우, 그리움, 성불사의 밤, 옛 동산에 올라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빼앗긴 조국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하여 은유적인 수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노산은 북한에서도 주목받는 시인이다. 올해 노산 탄신 100주년을 맞이하여, LA에서 이를 기념하는 특집방송이 있었다. 교민들이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가 가고파이기 때문이다.

시민위원회 뜻대로 명칭이 마산문학관으로 결정되었고 마산 시장도 그 결정을 따르겠다고 표명했다. 이제 누가 그것을 바꿀 수 있겠는가. 그러나 통영문학관, 부안문학관, 평창문학관이라 하지 않고 청마문학관, 서정주문학관, 이효석문학관으로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민들이 자기 고장을 사랑하지 않거나, 친일 사실을 몰라서 그랬을까? 아니다. 그래야 방문객이 많고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마산문학관으로 바꿔 잃게 되는 관광 가치를 무엇으로 극복할 것인지, 마산시는 그 방안을 제시하고 예상되는 손실을 책임져야 된다.

 

단행본 <가고파 내고향 남쪽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