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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양 못에는

이팝나무 꽃이…….

김혜영의 -봄 오는 길 평설

임 신 행 아동문학가

 

우선 스마트 폰에서나 컴퓨터에서 *‘위양 못을 검색 해보시고 읽어 주시면 하고 삼가 황송한 부탁을 드린다.

한 권의 책 머리말은 책 지은이가 정성껏 돌보고 가꾸어 낸 정원이라면 책 갈피갈피마다에 심어 놓은 동시라는 나무들은 치열한 동시정신과 동심의 순수한 열정으로 어린이를 양육하듯 온갖 치성을 드려 마련한 작품이라 하겠다. 그의 순순한 열정과 그의 천천한 진화의 과정과 선혈과 같은 진액으로 써놓은 동시와 꽃과 열매를 눈여겨보는데 우리는 게을리 말아야겠다. 한 동시인의 융숭 깊은 의지와 야심에 찬 의미와 순연한 마음을 엿보기 위해서라도 우린 책머리 말부터 시작 해 책갈피마다 김혜영 동시인이 쓴 작품 한 행 한 행 더러는 연과 연에서 생각의 그네도 타면서 느긋한 여유로 챙겨 보았으면 하는 필자의 절실한 마음을 앞에 숨겨 놓는다.

 

햇볕 따스한 /길모퉁이  보도블록 사이/보랏빛 제비꽃 얼굴 내민다//오고가는 사람들/연신 인사 받는다고  바쁘다/ 겨울  동안 숨 막히듯/숨어 있더니//햇빛 보고파/사람들 그리워/기지개를 켜고 나왔네//고놈   예쁘다!/  한마디/어깨가 들썩인다 //지나가는 바람도/손잡아  주고 간다

- 봄이 오는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옹색한 자기변호와 자기 방어를 하여 고이고이 접은 분홍빛 편지 같이 수줍음이 많은 동시다. 아니다. 김혜영 동시인 조붓한 오솔길에 와 있는 봄과 봄 사람을 만나 온기가 스민 인사라도 서로 주고받으시라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주는 낮은 목소리의 충언이요, 호의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한편 작은 생명에 대한 애착과 시인 특유의 연민을 담고 있어 묘한 온기가 느껴진다. 동시를 읽는 내내 마냥 흐뭇해지고 작고 연약한 생명체에 대해 마음이 이끌리는 것은 어떤 연유 일까?


가을이 울어대는/저녁하늘/기러기/제집 찾아   떠나고//마른 갈대꽃/속삭임/가던 길 멈춰 서서/가을 이야기 듣는다//나무들 단풍  갈아입고/산을 내려와  마당까지/노랗게 빨갛게/마중 나오고//내 마음  가득히/가을을 노래한다

- 가을 날

 

문학작품, 아니 예술 작품은 하나의 우주다. 무량수의 별들 중 하나이다. 우주는 천천히, 천천히 독특하고 다양다층하게 시간과 함께 진화를 거듭거듭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가을! 가을 역시 우주가 변화 한다는 징조를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가을은 슬픔의 계절이다. 그 가을을 김혜영 동시인은 얼마간 슬픈 눈으로 관조하면서 까닭모를 서러움에 젖었다가 마당까지 다가 와 있는 가을의 변화를 동시로 낭송하듯 바람처럼 노래하고 있지 않는가.…….

 

5/하얀 이팝꽃 향기/위양지 내리면//엄마 따라/  아기 오리 떼지어 가고/앞서거니 뒤서거니/빠른 걸음들//이팝 꽃길 따라서/하얗게 피어나는/ 안개 사이//정다운 웃음소리/위양지에 물꽃으로 핀다

*위양지

 

*위양지밀양시 부북면에 있다


 

세계 어느, 곳에가 던 쉽게 만나기 어려운 맑고 방대한 물이 사시사철 꿈결처럼 자란거리는 못이 전원도시 밀양에 있다. 그것도 가진 자가 덜 가진 자를 위해 마련한 물!

순결한 흰 꽃과 물이 만나 별유선경을 이룬 곳.

밀양토박이들은 위양 못이라고도 하고 위양 지라고도 하고 양양 지라고도 부른다. 얼마나 그 경치가 아름다운지 사람들은 물론이고 멀리 떨어져 사는 높고 낮은 산들이 낮이면 낮이라고 찾아오고 밤이면 밤이라고 찾아 와 놀다간다. 한 마디로 비경이다. 특히 달이 훤한 사, 오월 달밤이면 선녀보다 더 아름다운 이팝나무 꽃이 그 절정에 이른다. 그 풍경과 운치야 말로 황홀경에 빠져 자연의 진풍경에 홀리게 한다.

한국의 사진작가치고 위양 못이팝나무 꽃이 물속에 잠겨 사는 수려한 풍경을 마음속에 담고 살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

김혜영 동시인은 위양 못이팝나무 꽃 같은 순순한 동심을 품고 사는 시인이다. 그 는 누구보다 청청 푸른 선비의 기개와 올곧은 서기가 스린 고택과 문화 유적을 순례하며 향유하는 멋스러운 동시인이다.

 

이슬 머금은/하얀 무궁화 만발한 /덕혜옹주  결혼 비/외로이  있다//구름조차 없는/파란 하늘빛이/서러운 눈물로 퍼진다//고향이 얼마나 그리웠을까!/부모님은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어린 나이 이국땅에서/흘린 눈물 무궁화로  피었나?//옷깃을 스치듯/무궁화꽃잎 손잡듯이/잡아 보았다/덕혜옹주님 반갑게 웃어 주신다

- 덕혜옹주

*일본 대마도 덕혜옹주 결혼비가 있다

직언을 하면 인류의 역사, 사람의 역사는 슬픈 역사다. 덕혜옹주는 이미 영화나 연극이나, 시나, 소설이나 창극으로 수 없이 재연 되었다. 하지만 김혜영 동시인은 역사의 비극을 비극으로 풀어내지 않고 담담히 참으로 담담히 서사 성을 동시의 행간 행간에 은밀히 숨겨 놓고 슬픔의 움을 초록초록 보여 주고 있다. 나라꽃 무궁화를 통해 덕혜옹주를 불러다 그의 성장과정의 비탄을 불러 내 풋풋한 찔레꽃 향기를 은은히 낸다. 그의 슬픔을 새긴 비가 대마도에 서서 우리의 마음을 애잔하게 하고 있다.


빨갛게 물든/산성아래/초록의 소나무  있다//옛날 봉홧불이/위기의 나라를 구했다네//선조들의 함성들/귓가에 스치는데//봉홧불이 금방이라도/솟아날 //새빨간 철쭉들/깃발처럼 붉게 단장한다
- 추화산성


*추화산성:밀양시 교동에 있는
삼국시대~조선 시대에 걸친  성지
경상남도 시조 기념물 94

 

밀양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도 훨씬 더 많은 문화 유적을 품고 있는 전원도시이다. 김혜영 동시인은 우리가 예사로 대하고 놓치고 있는 유적들을 동시로 재조명하고 있어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선임들의 숨결과 숨소리와 그 시절의 소중한 땀방울을 깐깐하면서도 결코 깐깐하지 않은 여유와 멋으로 동시의 연과 연 사이에 그려 놓고 있다. 시인이 숨 쉬고 있는 우리 고장의 한없는 자긍심고 긍지를 어린친구는 물론 우리들에게 까지 꽃가지 아니 밀양 얼음골 사과를 안겨 주듯 부담 없이 안겨 주고 있다 하겠다.



진달래 꽃잎/입에 담아/정승할아버지 살았던/골짜기 살며시 밟고//계곡 깊은  정승골/따라가 보니/산과 /나무와 나무//  새롭고/집과  사람들/변함없는 깊은정안고/물 맑은  정승골//진달래 꽃잎 물고/정담 따라 길 따라/변함없이/천년은 가겠네

- 정승골 

 

 *정승골:밀양시 단장면  정승동에 있다

 

문화 유적들을 동시의 소재로 하면 여느 소재들보다 흥미진진하지는 못하다. ‘정승골은 진달래꽃과 더불어 산골짜기를 여유롭게 찾아 가는 은근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라 하겠다. 산자와 죽은 자의 연관성을 유추하며 외진 산길을 걸어 본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진달래꽃 잎을 입에 물고 산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홀연히 가 본다는 것 신선이 아니고서는 그런 경험을 해 보지 못할 것 같은 비감에 젖게 하기도 한다. 속세의 한 인간으로 머물러 있는 필자의 옹색한 처지가 차라리 처량하다. 말에 꼬리를 하나 달면 자연처럼 살아야 자연스러운 인간이 된다는 말을 절실하게 하기도 한다.

 

뜨거운  태양에 달궈진/까만 몽돌/밟으면 차르르 차르르/파도소리 난다//눈뜨고 보아도/눈감고 들어도/바다소리/바람소리 난다//색색깔 사람들/모두  모여와/비취빛 바다/춤추듯  맴돌며//8월의 뜨거운 바람이/까만 몽돌 사이 사이/사그락 사그락/바다를 그린다

- 거제 몽돌


*거제몽돌거제도 몽돌 해수욕장

 

자연 앞에서면 신비함과 함께 저절로 ?’ 라는 물음표를 물게 된다. 바다라는 사나운 연상력과 함께 검은 돌과 검은 돌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가는 나오고 들어갔다 가는 나오고 .........

인간의 힘으로는 감내 할 수 없는 무량수를 하여 닳고 닳은 몽돌의 오묘함을 예찬 하면서 소리를 통한 바다를 그려낸다. 거센 물결과 돌과 돌의 충돌로 하여 깊은 자기 성찰을 하게하는 동시다. 소리를 통한 더 넓은 세상과 현실을 사유하게 하여 새로운 마음가짐을 지니게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디지털시대 지능 로봇이 사람의 일들을 대행해준지는 오래이다. 외로운 사람에게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또 빈집을 엄연히 지켜주고 있다. 미래, 강 인공시대에는 우리의 고유한 정신세계까지 내주어야 할 판이다. 다종다양한 로봇과 함께 살면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즐겁고 유쾌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시치 않는다. 여기에 꼭 수반 되어야 할 것은 선행과 진실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지녀야 할 품성과 본분을 놓치면 인간은 로봇의 노예가 되고 마는 비참하고 곤고한 가공의 세계가 도래하고 말 것이다.

산비탈 따라  걷는  아리랑 /콧노래 부르며/아리 아리랑 쓰리랑/아리랑 길을 걸어가며//월연정  사랑방/ 읽는  소리 들리는 /달밤에 강물  위에  달이 아름다운 /강물 따라 걸어가는 은영이/20년의  회포 풀기에 시간이 아까운...//금시당 120  매화가/환하게 반기는 인사/아궁이는 장작불이 활활/무너질   천정으로 피어 오르고/두런두런 이야기/강물 따라 이어져가고.../용두목  가로지르는 빨간 철길을/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흘리고 바라보며/이십년의 세월  빠름이 아쉬워/아름다운  아리랑 

- 밀양 아리랑 

 

문뜩 다산 정약용 선생이 떠오른다. 예부터 선조들은 걷기를 즐겨 했다. ‘걷는 그 사람이 생각을 많이 한다.’ 어느 선인의 말을 떠올린다. 비밀스러운 햇살과 비밀스러운 바람과 비밀스러운 물이 넉넉한 곳! 전원도시 밀양! 민족의 노래 밀양 아리랑.까지 발원 된 고장에서 조붓한 산길을 가며서 밀양 아리랑을 흥얼거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받은 업보인가…….

 

천황산 올라/상쾌한 바람/구름이 얼굴 부비고//하늘 덮은  운해가/잡힐   잡힐 /안타까이 손가락 사이로/빠져나가고/높이도/깊이도/모르는/ 속에 갇혔다//뒤돌아보아도/지척을   없는/운해 사이사이/절경이 경이롭고/신기하다

- 얼음골케이블카

 

어느 환경운동가는 얼음골 케이블카를 떠올리면 이맛살에 주름이 하나 더 그어질지는 모르나 때로는 산안개를 홑 이불인양 휘두르고 있는 천황 산을 생각하면 괜히 가슴이 설렌다. 비록 인조의 날개이지만 케이블 카를 타고 얼음골 사과 밭 위를 두루두루 살펴보다가 천황 산 산정을 서서히, 서서히 날아 보고 싶은 욕심은 왜 고개를 들까 사람은 자연 속을 자연이 되어 산책하는 일도 귀한 일 중의 하나이지만 더러는 자연을 내려다보고 관망하고 조감 할 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밀양 역에서/기차를 기다리는/늦은 //어디선가/‘뻐꾹 뻐꾹’//안내방송 따라/움직이는 이들의 행렬/총총 걸음 걸음/바삐 지나가고//
기차의 기적소리 뒤로/스치듯 지나가는/그리운 이들/바람 소리 함께/맴돌고//‘뻐꾹 뻐꾹’/뻐꾸기 우는 밤/기다림의 발걸음/아쉬움만남는다
뻐꾸기 우는 

 

밀양 역에는 육당 최남선 선생의 경부철도가가 역 승강장과 거리를 두고 언덕 아래 억새인 듯 다복솔인 듯 비석이 새겨져 있다. 얼마나 많은 나그네들을 묵언으로 전송을 했겠는가. 잎 그늘이 무성한 곳에서 뻐꾸기 울음소리를 들어도 슬프다. 역 저쪽 어둠이 꽉 들어선 곳에서 처량히 밤 뻐꾸기가 울면 떠나야 할 사람과 남아 있어야 할 사람의 심중은 얼마나 애틋하겠는가.

 

 통영 나지막한 /비탈진 언덕배기/허물어져 가는/담벼락//미술가들/피와  모아/아름다운 벽화로/새롭게 태어난 //온통 벽은/천사로/바다로/꽃밭으로 꾸며진/아름다운 마을//동쪽으로 피어난/새로운 마을 동피랑/행복이 사는/동피랑

- 동피랑 벽화 마을

 

 동피랑 벽화 마을 작품은 통영시민들이 김혜영 동시인에게 감사패라도 드려야 할 유화 같은 동시다. 전혁림 화가의 통영 항을 보는 듯 언어 색채가 인상적이다

 

청록의  나뭇잎이 계곡으로/발 구르며 따라 온다/산새들도 뒤따라 재잘재잘/노래 부르며/방울방울 물방울들 키 재며 노래하는/구천리는 여름이 없다// 깊은 계곡 바람 새가 휘파람 부르며/계곡은  바랄 잘날 없이/시원한  물소리/음표로  춤추는 /푸름을 뽐내는 이곳은/여름이 숨바꼭질하고/계곡엔 여름이 숨었다

- 구천리 계곡

 

*구천리밀양 구천리에 있다

 

사람에게는 참 스승이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은 참 스승이 엄존하지 않는 시대대. 안타깝고 안타까운 세상이다. 혹자들은 위기의 시대요, 불안의 시대라고 한다. 이는 이시대가 비판의 시대요, 불신 불평의 시대요, 상실의 시대이기 때문일 게다. 또한 고향을 잃은 시대이기도 하다. 자연을 등지고 오직 문명과 경제에 눈이 멀어 진 나쁜 생활 습관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자연과 함께 어울리면서 음악을 즐기고 훌륭한 시를 통해 좋은 습관을 지니게 되면 사람의 본바탕을 향유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습관은 훌륭한 사람을 만든다.’지극히 일상적인 말을 자주 상기하면 어떨까

 

고속도로 길가 회색 벽/담쟁이 넝쿨이 그림을 그려요//빨강 손 노랑 손/손이란  다 펴//-바빠서/정신 없는 차들도/눈인사 하기 바쁘네요//높고 푸른  가을 하늘도/담쟁이 그림을 즐기네요

- 담쟁이 그림

 

작은 생명들이 그려 놓은 초록 판화를 낱말로 펼쳐 놓았다. 그것도 살아 움직이는 판화! 이 판화에서 우리가 품어야 할 것은 소중한 통찰력이다. 과학은 세심한 관찰력과 부단한 탐구와 실험에서 획득하는 열매라면 예술은 깊은 통찰력과 언어의 기록과 색채로 얻어 내는 열매이리라다

 

뜨거운 용들이 꿈틀대며/하늘 향해 오르고//반달을 깎아 놓은/대리석 석회암//하나 같이 반지르르/부채질 해보면 좋겠다//푸르디 푸른 강물과 바다/좋아라 소리 치는 곳//깨알 같은 물거품/무지개로  빛난다

-쇠소깍

 

물은 흩어짐과 만남에서 탄생되는 유기물이라고 해도 어긋나지는 않을 것이다. 소금기에 젖은 물과 민물이 서로 만나 환희 하며 오랜 시간을 통해 마련한 쇠소깍느리게나마 진화 해 나가는 자연의 풍광을 파스텔로 그린 듯 생동감이 여리면서 강하고 강하면서 여린 느낌을 주는 한 폭의 파스텔화를 읽는 이의 마음속으로 슬그머니 자리 잡게 한다. 읽는 이로 하여금 살아남아서 조용히 유추 해 봄의 유열 감을 안겨 준다. 동시인의 심성이 온화하다 하겠다.

 

동시를 읽는 것은 확실히 살아 있는 생동감으로 사유하는 행위이다. 새로운 창의성을 덤으로 얻어서 가슴 한 구석에 지니게 된다는 말이다. 물론 시도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만큼 감동의 울림은 덜 미친다 하겠다. 동심을 은닉한 호기심과 세상의 사물을 정관靜觀 하는 세계는 훨씬 상상력과 인간본심의 심연에 다다르게 한다. 일상의 갈증을 나무통두레박을 내려가게 해 맑은 정토의 영혼을 퍼 올리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의 대표 화가인 박수근이나 이중섭이나 시인 박목월이나 정지용이나 백석 같은 분들의 작품에는 동심의 숲이 살아 움직인다. 바다를 건너 세계를 봐도 피카소 모네 조각가 자코메티 소설가 생텍쥐페리 톨스토이 안데르센 등등 우리의 영혼 사로잡고 가슴을 울림을 주는 작품 밑바닥에는 바로 동심이 거대한 지하수로 출렁이고 있다. 동시는 쉬운 듯하면서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아동문학이다. 동시인 김혜영 동시인의 작품이 그렇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서 보고 듣고 일상에 느낀 것들을 새로운 감흥을 일으켜 펼쳐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호기심에 찬 궁금증을 얻기도 한다. 호기심은 어른이나 어린이나 심성을 즐겁게 해 줄 뿐 아니라 매 순간 순간을 황홀하게 한다.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일들로 차 있다. 그 모르는 일들을 관심과 호기심으로 알 수 있도록 그 꾸준한 노력과 호기심이 새로운 것을 탄생 시킨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르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은 마음과 몸으로 느꼈을 때 비로소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과정이 진정한 공부다. 거듭 말해 동시를 읽는 것은 관심을 폭 넓게 한다. 동시 공부는 궁금해 하고 그 궁금증 뭉치를 풀어내고 충분히 느꼈으면 감탄 할 줄 알아야 사람의 도리 인줄로 안다. 동시를 창작하는 일도 그러한 작업 행위의 하나다.
동시는 디지털 쪽 보다 아날로그 쪽으로 그 무게를 더 하고 있다 하겠다. 이미 강인공지능 로봇이 소설을 쓰고 시를 쓴다고들 야단들이다. 하지만 우리의 영혼을 흔들만한 감흥을 강인공지능을 소유한 로봇은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 로봇이 창작한 언어들이 인류가 만들어 낸 언어이다. 작가나 시인은 세상에 떠도는 말을 이끌어다가 자기 작품에 적합하도록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

필자가 이런 허접한 말을 꺼내는 것은 동심童心이 위대한 창작(음악. 미술 문학)에 내재되어야 비로소 명작으로 탄생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동시童詩의 숲에 걸음을 하여 거닐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동시에 홀리고 만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행여 엎어지기라도 할라 치면 동시는 부축해주고 중심을 잡아 준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동시라는 자연과 친숙하게 해준다.
누가 동시란 무엇인가 물음 한다면 이렇다 하고 정답은 내 놓기 어렵다. 원래 예술에는 정답을 내 놓을 수가 없는 불가사의한 것이다. 다시 언급하면 이 세상어디에도 결국 정답은 존재 하지 않는다. 감히 접근 하겠다고 나서면 자연을 탐구 하는 겸손한 영혼으로 끊임없이 자연이라는 깊은 심연으로 빠져드는 일은 동심으로 젖어드는 것이요, 사람의 기본 도리이기도 하다.

세상의 사물들 중 작다거나 연약한 생물들을 아주 쉽게 보거나 얕잡아 여기는 행위는 금물이다. 이제 네트워커 시대다. 네트워커시대는 작고 약한 점조직으로 형성되어 있다. 생명은 크거나 나 작거나 다 같이 위대한 것이다. 1년에 매출을 150여조 올리는 아마존을 살피면 구매자 즉 한 사람 한 사람이 네트워커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시는 쉽고도 재미있는 심오한 우주다. 동시나 시는 자기 사유를 가지치기로 연마하고 절차탁마해야 한다.
동시는 동심이라는 변화무쌍한 무량수관경無量壽觀經 에서 탄생된다. 동심 속에서 동시를 읽고 있으면 사유의 확장성은 물론 내면에서 움으로 돋아난 호기심들이 농밀해져 웃자라 있다. 동심은 사랑처럼 원초적이면서 스스로 맑고 투명하게 성숙 시켜나가는 촉매 역할도 한다. 우리 성인들은 어린이들과 달리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기를 게을리 하는 편이다. 동시를 가깝게 하다보면 자기 삶의 보폭을 통해 반성 아니, 성찰의 기회를 자주 갖게 된다.

어린이는 누가 뭐라고 해도 호기심=자연=동심= 속에서 자아를 찾고 성장해야 바르고 굳건한 인성이 형성이 된다고 믿는다.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가 자연 속에서 자기 성찰을 하고 말을 건네고 주고받는다. 이런 일은 자기 성장의 무한한 에너지요 버팀목이다. 모든 일의 결과는 자기 성찰에서 자기혁신을 획득 하게한다. 자연 속의 동심과 호기심은 정직한 삶의 능력에서 제어 능력을 소유하게 한다. 미래는 유연성과 느리게 촘촘하게 사유하며 네트워커를 형성해야 하는 시대다.


동시는 아바타가 아니다. 캐릭터는 지금의 캐릭터가 아니다. 감성과 진실과 서정성과 겸손과 배려가 넉넉하게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삶이 극진히 유한하다면 동시의 생명력은 더 없이 무한하다. 이런 연유에서 김혜영의 첫 동시집봄이 오는 은 시사점이 다종다양성이 크다 하겠다. 특히 주목받고 칭찬 받아야 할 작품들은 우리가 지극히 소홀히 하고 돌려놓고 있었던 문화유적들을 우리 모두에게 넉넉한 동시의 품으로 상기 시켜 준 애쓴 작업이라 하겠다. 71편의 작품 마다 소재의 특이성을 시인의 안목을 편향 하지 않으려고 자기 정지 작업이 잘 되어 있었다는 것도 소중한 일 중의 일 하나 일 것이요, 지극히 보편적이면서 보편적이지 않고 초목 지엽적이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이는 깊은 자기 성찰에 게을리 않았음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끝으로 김혜영 동시인은 우리에게 소중하고 요긴 한 것을 동시 작품을 통해 지어 주었다. 말을 줄이면 멍 때리기다한 편의 작품을 읽고 나면 잠시 하게하는 마력이다. ‘멍 때리기는생각의 하나이기 때문에 매우 소중한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