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고유한 창원(마산)의 문화유산

청라언덕

 

 

정목일 수필가, 한국문협 부이사장

 

 

이은상 작시 박태준의 작곡 동무 생각중에 나오는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마음에 백합 같은 내 친구야에서, ‘청라언덕이란 시어를 놓고, 소재지가 대구의 동산병원 앞 언덕이라는 대구 측의 주장과 마산의 노비산(제비산) 언덕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구 측은 자의적 해석과 주장에 따라, 대구에서 동산병원 앞거리를 청라언덕이라 칭하고, 청라언덕 조성과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오페라 등 문화행사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은상 선생의 동무 생각에 나오는 청라언덕은 창원 마산의 노비산 언덕임을 밝히는 주장과 대립되어 시비가 일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문헌상으로 청라언덕이란 지명이 마산과 대구에도 없으므로 통상적으로 시에 나오는 지명은 시인과 연관 있는 공간이며 청라언덕이란 작사자인 시인 이은상이 어릴 적부터 놀고 자랐던 노비산 언덕을 시어로 나타낸 언덕이라는 걸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대구에서 느닷없이 아무 고증이나 사실 규명 없이 독자적으로 마산의 청라언덕을 대구의 청라언덕으로 둔갑시켜 사용하며, 청라언덕 사업까지 전개한다는 것은 마산의 문화유산을 도용하는 처사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노래화된 작사상의 지명이 작사자의 것이 아닌 작곡자의 것이란 주장은 들어 보지 못하였다. 작곡가는 작사자의 시에 곡을 붙이는 사람이다. 작사자의 창작물인 시를 제공받아 작곡을 했을 뿐으로, 작시에서 거명된 청라언덕은 어디까지나 작시자인 이은상 선생의 고향에 있는 노비산 언덕을 가리키는 시어로 보아야 함이 상식적인 해석이다. 그런데도 대구 측에서 느닷없이 작곡가의 고향인 대구 동산병원 앞 언덕을 말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마산과는 아무런 협의 없이 마산의 시적 유산을 도용하여 청라언덕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마산의 귀중한 문학자산의 약탈이 아닐 수 없다. 대구의 주장은 뚜렷한 문헌적 근거, 증명자료도 없다. 마산의 원로시인 이광석 씨는 마산상고 학생시절에 음악선생으로부터 청라언덕은 푸른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한 언덕이란 뜻으로, 마산 노비산 언덕을 청라언덕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들려주었다는 증언을 하고 있다.

노산 이은상 선생의 중요한 시의 요람이랄 수 있는 노비산은 옛 동산에 올라, 동무 생각, 가고파등에서 동무라는 말이 중요한 이미지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같은 계열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이은상 선생은 노비산을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아호를 노산으로 붙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동무 생각은 우정, 사랑, 애향의 상징성을 부여한 소중한 문학유산이다. 그럼에도 작사자의 문학배경(원적)을 파손, 훼손시키는 것은 고유한 정신적, 문화적 이미지 및 상징성의 파손 행위로, 예술의 존엄한 가치와 독창성을 인정하지 않는 처사이며 문학문화 유산 전승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것이 마산과 일반인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작사자와 작곡가가 고인이 된 이후 발생한 문제이고, ‘청라언덕이란 시적 공간이 문헌상으로 존재하고 있지 않으므로 어디까지나 작시자의 시어로써 시인의 놀던 언덕임을 상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럼에도 아무런 사실 확인과 검증도 없이 대구 측에서 대대적으로, 청라언덕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서 창원(마산)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201131일자 조선일보 문화가 산책란에 최영애 음악칼럼니스트가 기고한 청라언덕에 동무 생각을이란 글에서, 우리 모두의 마음을 노래한 가곡 동무 생각(사우)속의 청라언덕이 바로 대구에 있다.’고 필자는 단정했다. ‘현재 동산의료원 사택지에 대구 최초의 사택이 담쟁이넝쿨이 덮여 있는데, 푸른 담쟁이넝쿨을 청라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담쟁이넝쿨이 덮여 있는 건물을 모두 청라언덕으로 해석해도 좋다는 뜻인가? 억지스런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노산 이은상의 작시 중의 청라언덕은 시인의 시의 요람인 노비산이며, 노비산 언덕이 푸른 비단을 깔아놓은 듯하다는 느낌에서 청라언덕이란 시어가 나타난 것으로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노비산 청라언덕의 역사가 왜곡되고 마산의 문화유적마저 도용되고 있는 데 대해, 사실규명을 위해서 ()바다사랑실천운동시민연합(이사장 조원기 시인)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되었다.

대구시는 청라언덕이 작사자의 고향인 마산 노비산 청라언덕임을 인정해야 한다. 반드시 청라언덕의 원적이 마산 노비산 청라언덕임을 밝히는 표명이 있어야 한다.

창원(마산)과 대구의 경우는 원적에 대한 시비가 벌어진 상태임으로 명확한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

대구 청라언덕사업의 진실규명을 위한 학술포럼(2013. 4. 5)

 

단행본 <가고파 내고향 남쪽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