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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곳이
먼곳 같잖아
보입니다
오하룡
신년호를 만들면서 두 분 필자에 대해서 먼저 언급할까 합니다. 한 분은 소설가 박경수 선생이 되겠습니다. 이 분은 명색 본지 고문이라고 모셨으나 본지의 형편상 제대로 고문에 합당한 예우를 제대로 해드린 일이 없습니다.
멀리 충남 서천군의 시골에 계십니다. 20여 년 전 낙향하여 소설에 전념하고 있습니다만 오늘날 문학이 밥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생활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상상이 가고도 남습니다. 그런데도 이 못난 후진을 위해 편지에서나 전화에서 자신의 처지는 일언반구도 없이 『작은문학』 걱정과 「도서출판 경남」 걱정을 더 해주고 있습니다. 고문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씀도 꼭 곁들입니다. 이런 때는 저로서는 오히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입니다. 통권 10집을 내는 과정에서 권두언도 주셨고 구작이지만 작품도 챙겨 주었습니다. 그 정도로도 고문 역할을 하고도 남는 것으로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 고문 역할을 제대로 한 번 하는 것 같다시며 신작 한 편을 보내 주었습니다. 「船若와 산술」이 그것입니다. 이 작품은 소설가 박경수 선생의 진면목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 저는 仙界의 비경을 엿본 기분 그것이었습니다.
또 한 분은 문학평론가 윤재근 선생이 되겠습니다. 이 분은 잘 아시다시피 『文藝美學』『한국 詩文學 批評』『詩論』 등의 무게 있는 이론서의 저자로 최근에는 장자를 우화체로 다루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여러 차례 든 유명 교수이시면서 작가입니다.
그 분의 글을 받는다는 것은 본지 형편으로는 언감생심이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윤 선생이 향리의 후진을 바라보는 눈길은 남달랐습니다. 그동안 몇 차롄가 부담없이 필요한 글이 있으면 얘기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로서는 우물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그 분은 고향 함양을 다녀오는 길이라는 핑계로 직접 사무실에 내방하여 원고를 주고 가셨습니다. 권두비평 「문학의 未來性」이 그것입니다. 내용은 PC에 밀려 책의 기능이 위축되겠다는 이 시대의 가장 관심 끄는 논지입니다.
이런 원고의 획득은 경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작은문학』은 이런 분들의 따순 애정의 손길에 감싸여 이제 제법 덩치가 잡히는 굵기로 자라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두드려 주는 어깨의 힘이 어찌 보통 힘으로 의식되겠습니까.
어려운 때입니다만 새삼 먼 곳이 먼 곳 같잖아 보이고 있습니다.
계간 작은문학 제10호(1999년 신년호) 목차
■시와 그림│빨래 ― 이제하 어리석은 마음 ― 괴테
■책머리에│먼 곳이 먼 곳 같잖아 보입니다 ― 오하룡
■권두비평│문학의 未來性 ― 윤재근
■소설│船若와 산술 ― 박경수
■시인탐구│이제하 그는 누구인가 ― 이광석
■이상개 신작시 모음 10편│그 숲의 송진내 외 9
■신찬식 신작시 모음 9편│그대 앞에 서면 나는 비로소 시인이 된다 외 8
■시
경칩 외 1 - 하연승
고향 고샅길 - 최은하
대숲밭에서 외 2 - 윤종석
■신진시인의 시
전어회 한 접시 외 2 - 권상철
단풍나무 외 2 - 양태철
초보운전 1 외 3 - 전병철
■이승희 번역시
꽃밭의 모반―박재두
섬―김성춘
사랑祭 1―강희근
청춘―사무엘 울만(민병기 번역)
■수필
좋은 글을 쓰려면- 권정석
선비의 지혜 - 김동봉
도양열의 지혜 - 김소봉
순정 외 1 - 김원숙
믿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 김형춘
木房 - 박우신
타락 민주주의, 부패공화국 외 1 - 이원기
■평론│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 김홍섭
■계간 수필평│경남수필 1년, 그 片貌 ― 하길남
■계간 시평│경남시단의 발흥을 기대한다 ― 이상옥
■서평│초록세계에 대한 연가 ― 서석준
■발굴자료 작고문인실화│글과 술과 인간 ― 全光鏞
■콩트│K O를 빕니다! ― 한후남
■다시 읽는 소설│잊어버린 揷話 ― 오성찬
■다시 읽는 명작│기도 ― 톨스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