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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는
군소리
오하룡
문학잡지를 시작한 이상 이왕이면 화끈하게 하라는 주문이 있다. 신작특집 하나라도 구태의연하게 편집하지 말고 좀 실험성이 돋보이고 참신한 작품을 골라 실으라는 것이다.
그들이 볼 때는 답답해 보이는 모양이다. 그들이 『작은문학』을 생각하고 그 잡지를 만들어내는 누구를 생각해서 진정으로 하는 고마운 권고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야만 독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잡지에 대한 인식도 좋아져 어쩌면 잡지 덕을 보게 되는 흥감한 뜻밖의 상황에 이르리란 것도 모르지 않는다.
이런 주문은 굳이 『작은문학』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문학지라면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결코 만만치 않은 난제 중의 난제이다.
『작은문학』이야 아시다시피 무리다싶게 이끌어 가고 있으니 그렇다치고, 제대로 인력이며 재정 등 제반 사정이 어느 정도 구비된 문학지들도 뻔히 보이는 이 문제들을 딴에는 제법 접근하는 양 하곤 있으나 결국 보여주는 것은 별것 아닌 그것이 그것인 것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다고 누가 무슨 소릴 하든 벽창호같이 외길을 고집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처음 시도하던 대로 어쩌다 놓쳤거나 다시 보고 싶은 작품에 미련을 두면서 새 작품에 대해서도 둔감하지 않은 자세를 견지하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 무모할 정도로 매달리는 생각이 하나 있다. 편집도, 작품도 중요하지만 요즘에는 더 독서층이 엷어지고 있어서 이러다간 문학잡지가 되고 안되고를 떠나 우리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된다는 점이다.
우리 지역만 하여도 대학마다 평생교육원이 생기면서 문학공부하는 열기는 제법 뜨겁게 느껴지고 있다. 그런데 어쩐지 이 열기만큼 독서층은 늘지 않은 것 같은 것이다.
여기에 교수로서 참여하는 분들의 지적 또한 이들이 문학인이 되기 위한 기교적인 것엔 관심이 많지만 막상 문학 활동의 기본이 되는 독서엔느 그렇게 관심이 높지 않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으면서 편집이 어떠니 내용이 어떠니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태도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편집이나 체제가 아무렇게 돼도 괜찮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겉모양도 중요하고 어떤 내용이 실렸느냐도 간과해선 안되지만 우선은 읽는 분위기가 더 성숙돼야 하겠다는 것이다.
독서층이 그러니 우선 출판계가 살 길은 도서관의 확충이고 그 다음에 도서관이 일정량을 안정적으로 구입해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양 다소 애매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서관이 늘면 독서층이 느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여건이 충족되려면 아직은 요원하다. 도서관 확충만 최선인 양 하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경계를 요한다고 할 것이다. 독서층의 단단한 바탕 위에 도서관이 서야 순서일 것 같은 생각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독서층이 두터워질까.
이번에도 책을 만들면서 부질없는 잡념에 시달리고 있다.
계간 작은문학 제11호(1999년 여름호) 목차
■시와 그림│나 그대의 우는 것을 보았노라 ― 바이런 십년 지나서 ― 박태문
■책머리에│부질없는 군소리 ― 오하룡
■수필
대학교육을 거부하는 어른 - 권정석
삿대질 - 김원숙
혼자만의 시간 외 1 - 이남호
여름 단상 - 이종화
아침의 소몰이 - 이아정
어찌하량 - 이외율
삼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 - 채규철
■신작시 모음
봄맞이 외 4 ― 배한봉
이름은 좋다 그래 그 이름대로 된다면야 외 9 ― 오하룡
섬 외 4 ― 이선관
■시
이제는 외 1- 강영환
흑백사진 한 장 외 1 - 도광의
비워둔 자리 외 1 - 박성웅
직소폭포 외 1 - 오순택
침묵의 소리 외 1 - 최범수
바람 외 3 - 최종진
■번역시
김춘수 「꽃」, 김석규 「월내역」, 김언희 「의자였는데」― 이승희 역
호세 리잘 「이승을 떠나며」― 민병기 역
■소설│어떤 酒母 ― 나규영
■시 계간평
황선하의 깊이 ― 이상옥
외로움과 사랑의 시 ― 정삼조
■평론
'안개꽃' 수필론 ― 하길남
한국적 서정의 탐미주의 ― 한상렬
슬픈 테러리스트의 노래 ― 김홍섭
■다시 읽는 소설│土亭秘訣 ― 金龍雲
■발굴자료 작고문인실화│靑春 20年記 ― 이은상
■다시 읽는 명작│입원한 아이 ― 체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