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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빚 어떻게 갚을까
                 


오하룡


다섯 번째 『작은문학』을 낸다. 원고료를 주지 못한다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 당당하게 청탁을 못하고 있다. 많은 문학지들이 원고료를 못주면서 책을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문학』만 원고료를 못주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주눅들 것 없이 당당하게 청탁하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나라는 사람은 그런 철면피가 못된다. 그야말로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가 되어 잡지 입장을 이해하는 친한 분들에게만 부탁하여 매번 지면을 메꾸고 있다.

'다시 읽는 작품'이나 '다시 읽는 명작'이라 하여 그런 부담없이 실을 수는 없다. 저작권 시효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다고 하여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모두 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호에는 특히 신문에서 모은 화제성 잡문 성격의 내용을 과감히 실어보는 지면을 마련한다. 내 나름의 노파심 탓이겠으나 일회성 신문에 났으므로 놓친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해서이다. "그런 내용을 왜 놓쳐?" 하는 분들에겐 미안하나 "그 내용 한 번 더 읽고 싶었는데 마침 잘 실어주었군." 하는 분들이 더 많으리라 여기는 것은 착각인지 모른다. 그러나 『작은문학』의 성격에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누가 어떻게 보건 어쩌다가 놓쳤거나 다시 보고 싶은 작품에 보다 비중을 두겠다는 천명을 이미 이 난을 통해 창간호에서 밝혀 두었기 때문이다.

다만, 비록 신문에서 발췌한 내용이긴 하나 그 신문과 그 기사를 쓴 분들에게 역시 고개숙일 수밖에 없는 미안한 감정은 빚 이상이다.

독자가 늘어나고 눈 먼 광고수입이 뒷받침된다면 우선적으로 원고료를 책정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다섯 번째인 이번호까지 상황으로는 처음보다 호전된 것이 없다. 돈이 될 만한 광고 하나 찾아내지 못하였다.

올해는 연초부터 불경기 엄살이 보통 심상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데 실업이니 감량 경영이니 아우성인데 지금까지 없던 광고며 독자들의 호응도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어떻든 『작은문학』은 원고료를 큰 빚으로 의식하고 결코 문학잡지계가 타성적으로 불황이나 독서층의 취약성 따위 변명으로 일관하는 자세에서 탈피하여, 항상 빚진 부끄러움의 겸손함을 잊지 않으면서 보다 잡지 발간에 충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그렇게 힘든 잡지를 왜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돈 안되는 문학은 왜 하느냐의 대답과 같을 것 같다. 문학에 미치면 어쩔 수 없듯이 잡지에도 미치면 그럴 수밖에 없다고.




계간 작은문학 제5호(1997년 여름호) 목차

■책머리에│글빚 어떻게 갚을까―오하룡
정규화 신작모음 10편
■시
  돌팔매질  외 1 - 김용길
  물 때 맞추어  외 2 - 최정규
  예감  외 2 - 윤경
  일출 그 후  외 2 - 최양희
  하늘의 문  외 2 - 지운경
  해금강 소며  외 2 - 강달수
  컵 속의 낙타  외 1 - 변의수
  노래기  외 1 - 이명희
  묵은 수첩  외 1 - 송상(宋相) 
■최종진 시 모음 10편
■최종진을 말한다│굴욕 아닌 삶, 눈물겨운 축복 ― 송희복
■번역시│무제 ― by John Berryman, 이승희 역
■수필
  형님 ― 김화홍
  감꽃 이야기 ― 김원숙
■평론
  부계에의 그리움 혹은 가부장제의 안정감 ― 서석준
  지역문예지 활동의 활성화 ―『石花』― 송창우
■서평│분노와 반성의 시학 ― 정한용
■독서논쟁│이문열 장편소설 『선택』에 대하여
■문학대담모음
  재러시아 동포작가 아나톨리 김과 함께
  신예작가 柳美里 ― 申京淑
  원로작가 朴景利 ― 대담 이형
■다시 읽는 소설│碑 ― 박경수
■다시 읽는 명작│코르네이 와시리에프 ― 톨스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