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문학(계간-반연간)
계간 작은문학 29호(2005년 가을호)
gnbook
2008. 3. 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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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체성,
현대시조에서 찾자
이처기_시조시인, 가락문학회 회장
우리 문학사에서 보면 속담, 설화, 민요, 판소리 등의 구비문학이 있고 향가, 시조, 가사 등 노래로 불려진 시가 있다.
시조는 율과 운, 3장 6구의 정형으로 우리 정서에 맞고 언어 교육에 매우 적절한 장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조는 시대에 뒤지고 진부하다는 경향으로 근래에는 자유시가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면 우리의 시조는 정체성을 지닌 문학이며 세계화로 가는 문학이다. 첨단 문자매체의 발달로 언어가 훼손되고 주인없는 기계언어들이 인터넷 등에서 남용되고 있다. 아름다운 언어의 순화로 훌륭한 인품을 갖추게 하는 청소년 언어 교육이 절실하다. 감수성 있던 어린 시절 외우고 익힌 시나 시조가락 한 편이 아름다운 자기의 추억으로 입력되어 있는 걸 기성 세대들은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빛 황토(黃土)재 바라 종일 그대 기다리다
타는 내 얼굴 여울 아래 가라앉는
가야금 머무는 가락 그도 떨고 있고나
몸으로 사내 대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 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갈래
여울 바닥에는 잠 안 자는 조약돌을
날 새면 하나 건져 햇빛에 비춰 주리라
가다간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리라
―박재삼 시조 「내 사랑은」
이 시조는 한국적 정서가 향토적 심상으로 잘 배어 있다. 조약돌 하나를 햇빛에 말려 눈물을 적셔 그대에게 전하리라는 부분은 청소년들에게 순수한 사랑을 생각해 주는 너무 아름다운 명시다.
제7차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핵심과제로 학습자의 창의적인 국어 사용능력 향상에 맞추고 언어문화적 요소를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교과서에 수록된 현대시조를 보면 초등은 「매미」 외 3편, 중학은 유재영의 「둑방길」 외 1편, 고등학교는 이은상의 「가고파」 외 1편에 불과하다. 이런 정도로는 현대시조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
모국어를 잘 가꿀 문학이고 우리의 정신적 깊이와 정서에 맞는 시조를 전승시키기 위해서는 시조 백일장을 자주 열고, 대학입시의 언어영역에서도 시조부분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인 시조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조문학』 『열린시조』 『시조세계』 『새시대시조』 『시조21』 『한국동시조』 『시조시학』 『시조월드』 등 시조 문학지가 발간되고 있고 지역마다 동인 활동이 이뤄지고 있음은 다행이다.
전자매체의 발달로 청소년들의 언어가 훼손되고 있는 요즈음 우리의 혼과 가락이 담긴 시조를 교육하고 생활화하는 일이 매우 절실하다. 시조교육을 통하여 청소년의 정서를 순화하고 우리 문학의 정체성을 살려가자.
계간 작은문학 제29호(2005년 가을호) 목차
■시와그림│무지개 ― 공중인
■책머리에│언어의 정체성, 현대시조에서 찾자 ― 이처기
■특별기고│樂論 4 / 노래와 說之 ― 尹在根
■시인 가나인의 고백록①│영국에서 되돌아보니 ― 가나인
■기행문 / 기행시
북한 개최, 민족작가대회 참가기 ― 남송우
黃山 시편│운해 외 4 ― 윤상운
■근작 동시조│신작 동시조 16수 ― 도리천
■근작시조│매미 上疏 ― 전의홍
■근작시
기다리는 님 외 6 - 김종달
패잔의 슬픔 외 2 - 노창재
풍경 외 3 - 박래녀
물의 깊이 외 4 - 배상호
내일은 해가 뜬다 외 4 - 배한봉
슬픔의 미학 외 2 - 서인숙
시를 언제까지 쓸 참이냐 물으면 외 2 - 신은립
존재 1 외 1 - 이상개
불어터진 저녁 외 2 - 이응인
귀가 풍경 외 1 - 이효정
물방울에 길을 묻다 외 2 - 이희철
동무야 외 1 - 장승재
아버지의 하관(河棺) 외 1 - 정민호
주먹이 나를 밥 먹인다 외 4 - 정일근
낙서 외 4 - 조남훈
키 큰 나무 외 2 - 지은숙
빈집을 차지하니 외 3 - 최용호
삽화 4 외 2 - 홍진기
■생활 속의 발견⑫│영국 간 손녀들의 선물 ― 오인문
■근작수필
下心 외 1 ― 양미경
주마간산 여행 외 1 ― 차상주
寂寞江山 ― 황선락
■평론│佛 孝 鄕, 그 찬연한 꽃등 켜기 ― 김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