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연간 서정과 현실

서정과현실 2025. 상반기(통권 44호)/ 서정과 현실사

gnbook 2025. 4. 23. 16:52

 

│권두언│

 

44호를 펴내면서


발행인 이우걸 


춥고 거친 겨울의 고집을 꺾고 봄이 오고 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시국의 불안은 가쁜 호흡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그런 가운데 맞는 봄이 더없이 소중하게 생각된다. 
장석주 시인의 〈시는 내게로 어떻게 왔는가?〉라는 권두시화로 《서정과현실》 44호 문을 연다. 평론집 《비극적 상상력》을 쓰던 시절의 문체처럼 다양한 독서 체험과 젊은 시절의 방황이 리얼하게 전개되어 있다. 
<중요시인 자세히 읽기> 난에는 이상국 시인을 초대했다. 1976년 《심상》으로 등단한 시인은 아홉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불교문예작품상, 유심작품상, 정지용문학상, 박재삼문학상 등 다수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은 원로 시인의 대표작 6편과 신작 2편을 실었다. 가독성 있고 서사가 깃들어 읽는 재미를 선사하는 그의 작품은 대표작을 따로 가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시력 반세기를 넘기는 동안 ‘시 아저씨’로 산 시인의 필력은 소소한 얘기를 크게 듣게 하는 진솔함과 겸허의 미덕 그리고 성찰의 태도가 체화되어 독자에게 큰 감명을 준다. 김경복 교수의 평론이 자상한 안내를 해 주리라 믿는다. 
<소시집>란에는 이서린·우대식·변희수·신춘희·박명숙·한분옥 시인의 작품으로 꾸몄다. 창작열이 유난하고 개성 있는 시인들의, 그간의 결실을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열린시단>은 시의 이건청·이현우·서종택·이재무·오민석·이형우·이승주·김종미·손음·임창연·송정화·이윤훈·채수옥·박수현·남상진·문저온·박서영·박설하 시인, 그리고 시조의 서일옥·정현숙·문희숙·서연정·김윤숙·강정숙·박희정·서성자·이송희·이숙경·박연옥·윤경희·변현상·이광·임채성·김영란·성국희·김경옥·김수환·김주경·정지윤·구지평·김하정·김효이·김태연 시인의 작품으로 꾸몄다. 수없이 모색하고 꿈꾸어온 시의 도정을 새로운 경험으로 펼쳐 보일 것이라 확신한다.
연재하고 있는 <악기의 인문학> 코너에는 노래하는 인간을 악기로 본, 심도 있는 산문이 자리해 있다. 독자가 많은 이 코너는 이번에도 여러 아름다운 명구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등장하는 인물도 장자, 가우디, 그리스의 비극 합창단, 니체, 바그너, 셰익스피어, 히틀러 등 다양하다.
“노래는 삶의 조건이다. 노래는 노래 부르는 존재 스스로의 생명성을 표현한다. 노래는 삶을 다독거리고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관조하는 긍정의 예술이다. 노래는 지루하고 단조로운 삶의 순간마저도 빛나게 만든다”는 문장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달의 평론란에는 손진은 교수의 길에 대한 해석을 주요 골자로 하는 시조 평론을 실었다. 이성모 교수는 최동호 시인의 4행 시집 《생이 빛나는 오늘》을 논한다.
격려와 감시의 눈으로 전 호의 작품평을 연재하고 있는 <내가 읽은 시·시조>란에는 신상조, 장성진 교수가 변함없이 성실한 독자의 눈으로 정직하고 발전적인 의견을 펼친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즈음에는 봄꽃이 만개할 것이다. 그처럼 환한 세상이 열리기를 기대하며 필자와 독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