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산문선 86/ 김만옥 자전에세이 <내게만 재미있는 아주 사소한 그때 이야기들>
동일이 아저씨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의 머리카락이 윤이 나고 단발머리가 찰랑찰랑하는 게 보기 좋았다. 그런데 그 새카맣게 윤이 나는 머리카락 중에 딱 한 올의 흰 머리카락이 유난하게 도드라져 있었다. 게다가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에 묻혀 있지 않고 약간 뻣정하게 따로 놀고 있었다. 동일이 아저씨가 그게 거울에 비친 자신의 흰 머리카락이라도 되는 것처럼 뽑고 싶어 안달이 났던 것이다. 눈치를 챈 욱이 언니가 아무리 쿡쿡 찌르고 말려도 앞 여성의 머리카락과 같은 가락으로 너덜대던 동일이 아저씨 손이 어느 순간 탁 낚아채는데 성공했다. 아야 하면서 뒤돌아 본 여성에게서 욕을 한 바가지 먹고 무색해서 앉아 있던 작곡가이며 음악 선생님이셨던 동일이 아저씨. —〈병원 앞 밤새기〉에서 차례 작가의 말 첫 번..
경남산문선
2024. 4. 4. 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