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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인선 199/ 김금조 시집 <꿈의 여울 그 미로에서>

 

시인의 말

 

 

 

제1부 사랑을 찾아서

 

사랑을 찾아서

회화

꿈의 여울 그 미로에서

젊은 날의 편지 1

젊은 날의 편지 2

젊은 날의 독백

봄 나들이

갈대 1

갈대 2

사랑

홍랑

상다리 바위의 사랑

 

제2부 살아있는 날의 노래

 

앙금

새벽에 깨어

24시 펜트하우스

오늘 새로운 하루

영원의 나라 그곳에서 꿈같은 여행을

살아 있음은

그녀의 사부가(思夫歌)

겨울나무

햇살은 "봄이야" 라고 말하네요

담쟁이

독경 소리

살아있는 날의 노래

 

제3부

약산 아리랑

잃어버린 땅을 찾아서

표충비

여름나기

호국의 연덕에서

철마는 달리고 싶다

천안함 46용사 그대들을 보내오며

월연정에서

거가대교

역사는 말한다

거가대교를 달리며

 

제4부 인연, 꽃과 여행

맹이 고모님

고추잠자리 추락하던 날

솔숲의 아침

원거천리(遠去千里)

누군가 보고 있었다

인연의 땅

출이 고모

능소화

스트라스부르에서

능소화

석류꽃

구찌 터널에서

융프라우에 올라

 

제5부 생의 오후

겨레의 모성이여 영원하여라

눈물이여

알 수 없는 영역

생의 오후

그날이 오면

할머니와 카톡

한 세상 살고나면

뼈대에 대한 단상

추석 1

추석 2

축시

고목의 꿈

 

발문

숫눈의 시적 상상력

 

-오탁번(시인. 고려대 명예교수)

 

아이고나. 김금조 양의 첫 시집이 나온단다. 아니지. 금조 양이 아니지. 대학생이던 1960년대의 현실은 이제 더는 현재가 아닌데 그만 깜박 했다.

반세기도 더 지난 지금은 2017.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과 공간을 광속으로 이동하는 이런 희한한 경험은 실로 극적이다. 평생 교사로 지내다가 정년을 한 김금조 선생의 첫 시집이 나온단다. , 원 참. 사람을 놀라게 해도 유분수지. 세상 오래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구나. 우주선을 타고 외계행성에 불시착한 것 같기도 하고 까마득한 선사시대의 암각화를 새긴 바위에 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DNA 하나를 나침반 삼아서 엉뚱하게 비상 낙하한 것 같은 묘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이번에 시집 원고를 보내면서 김금조 선생은 이런 메일을 보냈다. 언젠가 시집을 내게 되면 오탁번 선배한테서 꼭 발문을 받으려고 옛날부터 작정하고 있었다고. 아이고나. 내 나이가 몇인데 무슨 해설을 쓰고 발문을 쓰겠나. 눈도 어둡고 가는귀가 오는 세월 다 막아서고 있는데, 이 사람아. 해설은 무슨. 발문은 무슨. 또 그는 말했다. 너무 늦게 나오는 첫 시집이 마지막 시집이 될지도 모른다고. 이 시집이 그의 첫 시집이고 또 마지막 시집이라면 바로 <김금조 시전집>이 되는 셈 아닌가. <김금조 자서전>이 아닌가.

그렇다. 무릇 시를 운명으로 타고난 사람은 오직 한 권의 시집만을 내야 하는 법! 만해가 그랬고 소월이 그랬고 백석이 그랬다. 윤동주는 살아생전 시집을 한 권도 못 내고 죽지 않았던가. 그런데 요즘의 시인들은 다섯 권, 열 권, 스무 권의 시집을 오줌 누듯 내고 있다. 나도 젊을 때는 소설 쓰느라고 시 창작에는 게으름을 피웠는데도 시집이 벌써 아홉 권이다. 내년 봄쯤에는 또 새 시집을 내려고 마음먹고 있다. 아이고나. 부끄럽다.

그대가 탄 타임머신은 호모 사피엔스의 AI(인공지능)를 뛰어넘는 호모 데우스 Homo DeusGI(의 지능)의 신제품이라도 되는가. 그대는 어이하여 미로 같은 시인의 길을, 사이비가 판을 치는 어둠의 길을 뒤늦게 걸어가려고 하는가.

김금조 선생의 시를 읽어보면 기교나 형식에서는 서툴고 단조로운 부분이 많아 보인다. 허지만 그 안에 담긴 풋풋하고 어린 시의 영혼은 아침 이슬처럼 반짝인다.

흔히 시를 왜곡의 미학이라고도 한다. 시는 우리 눈에 보이는 사물을 곧이곧대로 옮겨 적는 게 아니라 부풀리고 깎아내면서 과장과 생략을 통하여 사물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는 참으로 생뚱맞은 예술의 한 방식인 것이다. 밤새 내린 눈,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숫눈이라고 부른다. 숫처녀 숫총각이 있듯 눈에도 숫눈이 있다. 김금조 선생의 시는 숫눈 같다. 그래서 함부로 읽을 수 없다. 미주알고주알 따질 수 없는 절대고독의 영혼이 돋보인다.

한 십년 전, 외우 이우걸 시인이 다리를 놓아서 밀양문인들을 만나러 밀양에 갔을 때였다. 강연이 끝난 후 회식 자리에서 실로 오랜만에 김금조 선생을 만났다. 처음에는 얼굴도 몰라볼 뻔 했는데 차츰 그 옛날의 경상도 가시내의 모습이 흑백사진 한 장의 명암으로 떠오르는 것이었다. 머슴애처럼 막무가내인 듯 하면서도 막 익어가는 능금처럼 볼이 빨간 어린 여대생의 모습이 참말로 아득하게 떠올랐다. 만감이 교차하였다. 나는 남모르게 시치미를 떼고 그냥저냥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면서 웃고 떠들기만 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밥 먹는 시간도 남보다 오래 걸리고 말씨도 어눌해 보였다. 오래 전에 당한 사고 때문이라고 옆 사람이 알려 주었다. 그러나 그와 한 두 마디 나누는 대화에서 묻어나는 진정성은 하나도 녹슬지 않은 듯 하여 나는 짐짓 걱정을 감추었다. 그가 당한 사고가 몸의 사고였는지 마음의 사고였는지는 차마 물어보지 못했지만 젊은 날의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나는 안타까웠다. 그러나 어쩌랴. 흑백사진은 흑백사진일 뿐. 가끔은 흐려지기도 하고 구겨지기도 하는 게 시간의 운명 아닌가. 그가 걸어가는 생애가 고난의 길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문득 들었다. 그러나 섣불리 한 인간의 생애를 광명과 암흑으로 나누는 이분법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폭력이라고 나는 믿었다.

대학 학번으로야 1년 후배이지만 나이는 아마 나보다 너댓 살 아래일 금조 여사는 학부에서는 신문방송학과를 다녔다. 수재들이 모인 신문방송학과 1회 졸업생인 그는 졸업 후 나와는 소식이 끊겼다. 사회에 나가 어떤 직업을 가졌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만 두고 다시 대학원에 진학하여 국어교육을 전공할 때 잠깐 만나고 다시 두절되었다. 인생은 그뿐. 그게 다였다. 지구는 여전히 돌아가고 우주도 파멸을 향하여 광속으로 줄달음질치고 있을 것이었다.

김금조 양이 첫 시집을 낸다. 김금조 선생이 마지막 시집을 낸다. 금조 여사가 <김금조 시전집>을 낸다. 이건 가히 밀양의 대사건이다. 폭발하는 블랙홀의 찬란한 어둠이다.

 

시인 소개

1964년 경남여자고등학교 1969년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1983년 고려대교육대학원 졸엽(석사학위 논문 <현민 소설연구>)

2002년 10월 <한맥문학> 시 등단(회화 외2편) 2008년 제6회 <새시대문학>

 작품상 수상, 밀양 부산불교문인협회, 부산광역시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얼문학 >동인, <새시대 문학>원영위원, 증등교사(35년) 정년퇴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