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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인선 200/ 홍종기 시집 <강산은 그대로> 주요내용

 

시인의 말

4 시집 강산은 그대로를 내며

 

재정기획부와 경상남도 지원을 받아 네 번째 시집을 엮었다.

내 시집은 모두가 나를 잘 아는 독지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다보니 항상 시집이 모자라 내게 책을 주신 분들에게도 다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잘 쓴 글은 아니지만 판매 위주가 아니라 꼭 모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엮었다. 이 못난이의 책이 여러분 손에 들어가서 한번 피식 웃어 주셨으면 한다.

 

그동안 쓴, 시 같지 않은 시지만, 80년대 초반기부터 지금까지 쓴 시 중에서 1어머니의 강창작과 의식, 2앨범 속에 내리는 비문학공원, 3비어버린 역예 인간에 내지 못했던 짧은 시를 이번 제 4집에서 전부 품었다. 비록 작품성이 없다거나 모자란다고 하더라도 새겨 읽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이 칠십을 넘어서면서 건강이 무척도 안 좋아지고 병원에 살다시피 하다 보니 글 쓸 겨를이 없고 적어둔 글도 수정이나 교정도 하지 않은 작품들이 더러는 있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바라면서 제 4 시집을 묶었고 이번에는 도서출판 경남오하룡 사장님의 격려와 도움으로 제 4집을 낼 마음을 가졌기에 오하룡 사장님께 크게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시 한 번 시집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이 제4시집강산은 그대로를 마무리 지었다.

언제나 여러분의 편이기에 여러분이 사랑을 나눠주셨으면 좋겠다.

 

20171218

홍 종 기 드림

 

 

제1부 어머니의 눈물

 

 

제2부 고요한 바람의 정체

 

제3부 육신을 위한 육신의 노래

 

제4부 봉 두 마리

 

제5부 내 오래된 옛집

 

<발문>

육신의 노래, 영혼의 노래

강희근

 

시 쓰는 일을 두고 <온몸의 이행>이니 <몸부림의 문학>이니 하는 말로 설명하려는 이론가들이 있다. 이는 생의 실천적인 행위가 진정성이 있음을 말하고 싶은 이들의 설명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 밖에 인간의 육신이 가지는 고통이나 그것을 실존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시인에게 붙여지는 말일 수도 있다.

홍종기 시인은 최근 그가 투병하는 삶을 살면서 시를 쓰는 한 편으로 전국적인 단위의 문인 단체에 출입하며 그 많은 행사에 지구력 좋게 참여하는 것을 보며 그때마다 나는 저 참여가 초인적이거나 기적적이다, 는 느낌을 가질 때가 많았다. 이번에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을 받아 내는 시집 강산은 그대로에 실린 시편들은 온몸의 이행이거나 몸부림의 시편들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근작시 <육신을 위한 육신의 노래>를 읽고는 홍 시인이 육신으로 쓴 시라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는 육신이 내는 소리를 받아 적고 있었다. 절절한 육신의 통곡 같은 시, 뼈와 살이 저며 내는 눈물의 시, 그래서 그는 육신과 시를 바꾸어 들고 있는 것 같다.

 

머리가 우지끈거린다

오른 쪽 눈이 희미하고

오른 쪽 귀도 안 들려

식구는 텔레비전 소리가 크다고 난리다

뇌경색의 후유증일 거야,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입과 코로 숨 쉬는 일이 예사롭지 없다

30m만 가도 좀 쉬었다 가야 한다

숨이 차, 더 걸어갈 수가 없다

내가 아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운동을 하지 않아서란다, 할 수 없는 운동을 어떻게......

 

관상동맥에 박은 10개의 스탠드는 간신히

숨을 쉬게 만들었지만, 그중 하나는 다시 막혔다

손목의 기어 보며 걷지만 목표, 만보의 절반을 넘기기 힘들다

계단 오르기 하루 10계단 올라도 된다는데 그 절반을 못 오른다

어쩌다 오늘처럼 10층 목표 달성, 심박수 정상, 아주 맑은 날이구나

-<육신을 위한 육신의 노래> 상반부

 

시의 상반부인데 1연과 2연만 읽으면 병약한 노인의 일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3연에 들어가면 상황은 다르다. ‘관상동맥에 박은 10개의 스탠드란 말은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히는 시술이다. 그런데 그중 다시 하나의 관상동맥이 막혀 지금은 하나의 관상동맥만 통하고 있다. 그러니 심장이 편안할 수가 있겠는가. 숨 쉬기가 힘이 들고 보행이 자유롭지 않다. 그가 육신이란 말을 시의 제목으로 붙일 때 생명이라는 끈이 참으로 잎새와 같이 아지라운 상태임을 가리킨 것이라 할 것이다. 다시 같은 시의 진행을 따라가 보자.

 

입 안의 이는 약 덕분으로 치조골을 삭혀 모두 틀니,

병력을 대라는 의사나 간호사의 말에 줄줄 수돗물 쏫듯이 외운다

위궤양, 신후 신염, 췌장염, 고혈압, 동맥경화, 뇌경색으로 인한

시력 미약, 귀는 안 들리고 척추관 협착증, 신경통 관절염에,

통풍으로 발가락이 아파 신발 보기가 악어 보는 것 같다

 

허리 살이 계속 오래된 풍선처럼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말랑말랑,

허리끈을 자르고 또 잘라도 넘쳐나는 허리끈이여,

허리는 미녀처럼 날씬하지만 바지는 자꾸만 흘러내리고

엉덩이는 살이 빠져 뼈만 남았으니 앉아 있기 두렵다

종합병원의 나는 서 있다가 앉았다가 누웠다가 세월이 한스럽다

 

꿈이 저승길이요 인사는 아직 안 죽었소?”이다

잡치지 마라 내 할 일 다 하고 갈란다

그리움도 꾸어보고 물에 빠져 한 번 더 허우적거리다가

가스 중독도 다시 맛보고 붉은 노을이 쳐다볼 때 사르르

두 손 마주 잡고 눈물 잘잘 흘리면서 갈란다

-<육신을 위한 육신의 노래> 후반부

 

홍종기 시인의 병력이 대단한 종류와 규모로 다가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위궤양, 신후신염, 췌장염, 고혈압, 동맥경화, 뇌경색, 척추관 협착증, 신경통, 관절염, 통풍 등등 병이라고 생긴 것들은 일제히 홍시인 육신을 향해 달겨들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는 군대에서 ROTC 소령으로 제대했는데 당시 고혈압과 동맥경화로 제대를 해야 했다. 그는 군 수송대대장으로 승승장구를 하고 있을 때 오늘 병력의 근원인 고혈압 동맥경화의 기습을 만난 것이다. 이 기습이 없었다면 그는 당당 별까지 달았을 것이다.

그러나 홍 소령은 통풍으로 발가락이 아파 신발 신기가 두려워 신발이 악어 보는 느낌을 준다는 것 아닌가. 현재의 육신의 헐거워짐에 대해 살이 풍선 바람처럼 빠져나가고, 허리끈은 나날이 잘라서 써야 하고, 바지는 아래로 흘러내리고, 엉덩이 살은 빠져나가 앉기가 힘들다는 이 존재의 헐겁고 가벼워짐!

육신이 육신 본래의 형식을 버린다는 것은 마음의 가득 찬 욕심을 버린다는 것 하고는 달라 이때는 버리기가 설명 없이 무()로 돌아 가버리는 것이어서 기약이 없는 무()이거나 쓸모가 없는 무상인 것일 터. 마지막 연에서 홍시인은 마지막 정신의 현황을 밝힌다. 물에 빠져 한 번 더 허우적거리거나, 가스 중독도 한 번 더 만나보거나, 그리하여 붉은 노을을 만나 두 손 마주 접고 눈물 잘잘 흘리면서 갈란다.”라는 실존의 처절한 종말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시의 끝 연에서 생명파의 생명 확인의 편린을 보는 장면의 연출이다. 이런 때 독자는 온몸의 이행으로 긴장을 느끼게 된다. 존재의 몸부림으로 감동의 한 울림을 맛보게 된다.

홍 시인은 이 한 편의 시로서 육신의 소리 받아쓰기를 감행 한 셈이다. 시가 곧 육신이요 육신이 곧 시가 되는 그 등식의 실현이리라. 아울러 홍시인은 죽은 사람의 육신에서 울림을 찾아내는데 <논개의 손>이나 <논개> 같은 시편에서 그 점을 유의해 볼 수 있다.

 

부드러운 여인의 손으로

적장의 가슴을 끌어안은 것이 아니고

조국의 마음을 끌어안은 것이다

 

남강 그곳에 논개의 육신을

수장한 것이 아니며

왜장의 육신을 수장한 것도 아니다

 

강물이 끌어안은 것은

일편단심 호국의 불을,

시민의 피를 끌어안은 것이다.

-<논개의 손>에서

 

육신에 대해서 바라본다면 홍시인은 <육신을 위한 육신의 노래>에서 자신의 존재로서의 육신을 끌어안았고 인용시에서는 강물이 끌어안은 것은 육신이 아니라 겨레의 육신, 호국의 불을 끌어안은 것이 된다. 존재로서의 시적 제재와 영혼으로서의 시적 제재는 진정성이 서로 다르다. 존재는 그 실체의 이행에 주력하고 영혼은 그 가치에 주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홍종기 시인! 그는 군인으로서, 교사로서 최선으로 살았던 사람이다. 군인은 그 군인정신으로 교사는 하늘이 내린 천직으로 수분(守分)을 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시인으로서는 생이 다하는 날까지 생명의 본질을 투시하는 육신의 프리즘으로 살아갈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누구든지 삶은 다르지만 육신이 자기 삶의 거울이라는 점에서는 동감의 자리에 놓인다. 앞으로 계속 시인의 시업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동행을 하리라 다짐해 본다.

 

시인소개

 

진주출생

단국대학교 졸업 ROTC  육군소령 예편

남해 해성고등학교 교사 30년 근무

시집 <어머니의 강> <앨범속에 내리는 비>

       <비어버린 역> <강산은 그대로>

 

러 한 문화교류문학상

한국자유시인협회 본상

한국문인협회 배기정 문학상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