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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오현 스님 추모 특집>
파도 외 4
조오현
밤늦도록 불경을 보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먼 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
천경 그 만론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
아득한 성자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계림사 가는 길
계림사 외길 사십 리 허우단심 가노라면
초록산 먹뻐꾸기가 옷섶에 배이누나
이마에 맺힌 땀방울 흰 구름도 빛나고.
물 따라 산이 가고 산을 따라 흐르는 물
세월이 탓없거니 절로 이는 산수간(山水間)에
말없이 풀어논 가슴 열릴 법도 하다마는.
한 벌 먹물 옷도 내 어깨에 무거운데
눈 감은 백팔염주 죄(罪)일사 목에 걸어
이 밝은 날빛에 서도 발길이 어두운가.
어느 골 깊은 산꽃 홀로 피어 웃는 걸까
대숲에 이는 바람 솔숲에 와 잠든 날을
청산에 큰절 드리며 나 여기를 왔고나.
아지랑이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
내 평생 헤메어 찾아온 것이 절벽이라니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적멸을 위하여
삶의 즐거움 모르는 놈이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어차피 한 마리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이 다음 숲에서 사는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
< 추모 특집 작품 선, 김연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