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순항 시집 <해질녘의 사색> 출간


경남신문 편집국장과 경남도민일보 초대사장, 경남매일 초대사장 등을 역임한 원로 언론인 이순항(76세) 씨가 처녀시집 <해질녘의 사색>을 출간하였다. 이 시집에는 1부 16편, 2부 16편, 3부 12편 등 모두 44편이 담겨있다.

‘시 읽기를 좋아하고 시가 아름다워 내 소리를 한 소절 한 소절 시의 형식을 빌려 흉내를 내 보았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밝히면서 ‘주변의 가까운 분들과 존경하는 분들께 심심파적(深深破寂)거리를 드리기 위해 이렇게 미련을 부려보았다’고 겸손을 보이고 있으나 이씨는 진작 지역의 마산동인수필 동인으로 활동하며 동인지 <동인수필>에 간간히 시를 발표해온 숨은 시인이다. 이 시집은 제목에서 시사하듯이 대부분의 작품이 석양에 선 자신의 인생을 불심으로 관조하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전략) 여생이란 의미를 알자/공수래에서 공수거로 옮기는 준비시간/뭘 성내고/뭘 괘씸히 여기고/뭘 얹잖아 하고/뭘 섭섭히 여기고/뭘 못마땅해 하고//기껏 칠십 평생/그것 가져가려고/바둥바둥 살아왔나/허송세월이지/ 암 허송세월이지//왜 남는 것이 없나/왜 가져갈 것이 없나/정산이 서툴러서인가/전문 회계사에게 맡길까/그러다가 밑바닥까지 뒤집히면/더 을씨년스러워라(하략) - ‘서툰 精算’ 일부


살아온 자취를 스스로 정산하는 위치에 서보면 누구나 이런 심경이리라. 왜 남는 것이 없는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온다고 했더라도 남는 게 없는 것이 인생 아닌가. 그런 줄을 번연히 알면서도 필경은 흔적이라도 남았으면 하고 기대하는 것이 인간존재의 숙명이다. 혹시 자신이 정산을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자신을 잘 아는 절대자가 있다면 그에게 진심으로 자신의 발자취를 평가받고 싶을 때가 있는 것도 인간의 常心이다. 그런데 미련을 갖게 되는 것이 인생의 회한이다. 이 작품이 삶의 허무의 단면을  잘 묘사하고 있다 할 것이다.


(전략) 이 뭐꼬/번뇌 망상 붙들고/놓지 못하니/행복의 의미 일랑/쫓아버렸네//이 뭐꼬/예민, 가련/사대 갖춘 허상//이 뭐꼬/나무관세음보살/나무관세음보살/나무관세음보살 -삶 일부


결국은 불심으로 자신을 가눌 수밖에 없음을 이 작품이 보여주고 있다. 무슨 해답이 있을 수 있는가.


이 씨는 최근 경남불교연합회 회장을 맡아 불교에 심취해 있다. 궁극적으로 삶의 해답이 여기에 있음을 자각해서가 아닐까 하는 짐작이 간다. 아무튼 그의 관조의 시편이 시의 새로운 지평을 제공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이 시집은 300부 한정판으로 서점에는 약간만 배포되고 있다.(오하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