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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인간의 언어란 법신(法身)과 의(意)의 작용에 의한 것이기에 신비롭기 짝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언어에는 만법(萬法)을 이분법적으로 구별짓는 분별지(分別知)의 언어가 있고, 주 객관의 분리조차 초월하는 무분별지의 언어가 있을 수 있다.

분별지의 언어가 원래 둘이 아닌 하나를 굳이 나누는 까닭에 항상 다툼과 갈등의 싹을 잉태한다면, 무분별지의 언어는 직관지(直觀知)의 언어로서 진리의 실체를 깨닫도록 하는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

역대 선사께서 분별지의 언어를 버리고 직지인심(直指人心)의 불립문자(不立文字)로서 선어(禪語)를 즐겨 선택하신 이유도 그러하거니와 부정의 부정으로서 강한 긍정의 힘을 역설하는 유마경(維摩經)의 언어 '화중생 연화 시가위희유(火中生蓮花 是可謂希有)' 의 논리도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진리의 세계를 언어로 표상하고 그 진리에 도달하는 일의 어려움을 나타낸다.

나 또한 일찍이 불가에 들어 학문하길 좋아한 탓에 다독(多讀)하고 다상량(多商量) 하였으나 말의 번잡한 굴레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글로써서 남기는 일만은 멀리 해 왔다.

그러나 분별지의 언어 밖에 존재하는 진리의 세계라도 언어를 매개로 하지 않으면 중생에 다가갈 수 없기 때문에 어설픈 언어나마 이에 의존하니, 이는 단지 진리를 밝히고 깨달음의 혜안에 이르는 한 개 방편이 되길 바랄뿐이다.

 

아유일권경(我有一券經) 나에게 한권의 경전이 있으나

불인지묵성(不因紙墨成) 종이와 문자로 된 것은 아니라

전개무일자(展開無一字) 한 개 글자도 펼쳐낼 수 없으니

상방대광명(常放大光明) 항상 대광명의 빛을 발할 뿐이라

 

이 한권의 책 <화중련(火中蓮)>이 종이에 쓰여진 글자이되 단지 글자가 아닌 진리의 한 방편이 되며, 말로 이루어졌으나 말이 아닌 언어지외(言語之外)의 곡진한 뜻을 담는 민족 문학의 정수로서 앞으로 우리 시조문학의 나아갈 길을 밝히는 빛이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통도사 서운암 무위선원 성파

 

내용

제1회 성파문학상 수상자 소개 김교한 김상훈

정예시인 초대시조

수상자 신작시조

제21회 수상자 소개 박정선 서일옥

직전 수상자 특집 강호인 정해원

수상자 사화집 화중련 평설 이정환

나의 시 나의 삶/ 황다연

다시 읽고 싶은 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