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지 초대 오하룡 대표시 5편 진땀 어둡고 삭막한 길을 걸어왔다 딴 길을 걷고도 아는 길을 걸은 척 했다 멀리 두르고 둘렀는데도 지름길로 온 척 했다 손해를 보고도 오히려 이득을 본 척 했다 마음에 없으면서 있는 척 다소곳이 예라고 대답한 적 있다 아니 많다 그 말로 내가 아닌 내가 되게 했다 지금도 내가 아닌 나를 나라고 생각하면 진땀 난다 삼색 볼펜 한 자루의 명상 누가 삼색 볼펜 한 자루를 주었다 볼펜 하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끌쩍대길 좋아하는 나에게 이보다 기분 좋은 선물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선물이라도 볼펜은 쓰는 것이 숙명이니 쓸 수밖에 없다 많이 쓰는 검정색이 먼저 종명하고 다음으로 청색이 불려나오나 그도 제한된 수명이니 곧 종명 한다 남은 것은 빨간색, 그는 검정이나 청색처럼 아무..
차례 ■다시 시집을 묶으면서 5 제1부 예쁜 여자일수록 12 나이테 13 꿈꾸는 종려나무 14 꿈꾸는 종려나무·2 16 종려나무의 몽유 18 두 그루 나무 20 폭포를 보는 눈 22 오사마 빈 라덴을 회상하며 24 아이스바 하겐다즈 26 도림사 계곡의 때죽나무 그늘 28 이순 30 장군과 깡패 32 만추晩秋 34 어느 여류 시인의 부고 36 제2부 수도승이 아닐지라도 40 코 고는 아내 곁에서 41 풍미루 44 말의 옹이 46 신 수렵시대 47 노란각시붓꽃 48 방울토마토가 있던 자리 50 장마 52 성하盛夏 54 감기 55 산방산 56 친구 57 바람에게 58 입추 59 계절에 대한 경례 60 제3부 도반 62 사랑은 63 미투 64 국도 위에서 65 매창공원을 다녀와서 66 봄생 67 가족 이야기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