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位相詩論-시의 미학적 차원 문제 <하이퍼 큐브에 관한 기록>과 <경유지에서>를 중심으로/ 작은문학 58호 권두비평
gnbook 2022. 3. 31. 14:53位相詩論–시의 미학적 차원 문제
—〈하이퍼 큐브에 관한 기록〉과 〈경유지에서〉를 중심으로
전문수 본지 주간·문학평론가
시는 물론 모든 문학작품은 그 시대의식에 따라 새롭게 창조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모든 존재는 실존하는 실제가 지금이란 시간에 수렴되는 일원화 차원에 있다. 그러나 우리들 관습은 매우 자주 이런 정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구태 내지 나태일 때 그 문학 작품들은 낭패와 안타까움을 피할 길이 없을 때가 많다. 한 편의 작품쯤이야 하는 무사안일함이 예사처럼 보일 때는 참 민망하다.
인간만이 모든 사물의 생명 가치의 차원을 고민하면서 살아야 하는 영적 권화를 얻는 존재여야 한다면 매 작품마다에 대한 자의식과 철저한 실존적 전의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생명체에 주어진 실존 시간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구분이 전혀 용납되지 않는 점을 깨우쳐야 한다. 시간은 실은 공空이요 없음의 영(0)인 존재이다.
다만 삶이 변화하는 원리에 의해 저 수학적 철학처럼 시작의 기준으로서 뜻은 매우 엄중하다. 모든 존재는 지금이란 시작의 현재 진행형이 바로 전부인 존재이다. 따라서 현재만이 우리 의식 속에 오직 실존하는 것이고, 이 현재는 0차원의 시작이란 절박하고 냉정한 순서 차원의 가치가 우리 삶의 전부를 지배한다. 내일은 잘하지 하는 미래는 없다. 그러므로 모든 문학작품은 당연히 지금 현재의 시대를 감당하고 있는 0차원의 실존가치여야 한다.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하이퍼 큐브에 관한 기록〉(백가경)은 아주 단적으로 이를 실존적 작품 전의를 잘 감당해준 예로 보인다. 물론 다른 여러 당선 시들도 이런 차원은 역시 다 같다. 다만 특별히 사차원 큐브란 디지털 세계에 가장 직면한 목하의 문제에 대전했다는 차이는 일단 돋보인다.
그래서 취급 제재가 이 큐브 문제의 창작 작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학의 기하학적 철학에 부응한 그 위상공간을 다루는 차원과 마주하게 되고 따라서 예술분야인 시문학과 융합되는 재빠른 적용도 그 순발력을 돋보이게 하였다. 그래서 이 차제에 비록 좀 성급하고 성글더라도 우선 이 작품을 계기로 여타 작품들에도 새로움에 대한 비평적 지평을 넓혀 보자는 뜻으로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기하학에서 위상수학 분야는 대단히 그 이해 무게가 크고 높아서 경솔할 수가 없다. 그러나 지극히 초보적 수위에서라도 일단 초보적인 위상동형이란 정도만으로도 그 해석수준은 가능할 것 같다는 입장에서 시도를 해 보자는 것이다. 특히 최근의 수학이 위상수학에 큰 관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이 시대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고 또 이미 우리들은 그간 프랙털 이론에 깊이 관심해 온 바 눈여겨볼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이번 신춘 시들을 계기로 문학작품의 초융합성도 논하는 데 일조할 수도 있다고 본다.
1. 문학작품의 차원 문제
저간에 문학작품에 대한 논의들은 ‘낯설게하기’나 ‘이미지 이론’ 등의 형상화 기법들이 주로 비유법의 주요 기능들에 의존해 왔다는 것은 너무 잘 안다. 직유, 은유, 환유, 제유, 풍유 등등. 그래서 특히 초보 창작자들은 이런 표현기법이란, 시학의 언어재주 부리는 기법훈련까지 하는 호사가들 강습도 해오고 있는 것 잘 안다.
이게 잘못돼 가고 있다는 트집보다 문학작품은 사물에 대한 무엇인가의 인식문제 수준이 우선 기본이 돼야 한다는 뜻에서 되돌아보아야 한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인 표현문제가 본말이 전도되어 기이한 말 만들기 현상이 심해져 특이하게 언어를 다루는 것이 문학작품인 줄로 독자들조차 오인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하학에서 좌표의 논리함수를 차원으로 표현하는 철학적 사유들로 새삼 이런 저간의 작시문제를 반성해보자는 거다. 0차원의 점, 1차원의 선, 2차원의 면, 3차원 입방체, 4차원 초입방체 등 모든 도형들의 차원에 대한 사유는 바로 그 자체가 사물의 공리를 다루는 것이라는 점도 문학작품에서 배워야 한다.
가장 기본인 0차원은 그 대상이 0이 아니고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점의 위상을 질료 차원으로 보자는 플라톤의 형상形相을 수정하기도 했는데, 유클리드도 이런 기하학적 0차원을 점이라 하면서 0차원으로 한다는 것이 모순이 있으니 무정의 해버리고 1차원 선과 논리 함수를 성립시키는데 기여하고자 했다. 거의 동시대의 철학자들이 다 같은 사고였다고 본다. 그런 점은 왜 0차원이 될 수 있는가를 실제현상에 적용해보면 금방 알게 될 것이다. 공중에 점이 생길 수 없다.
두 선분이 교차해야 점이 생기는 것이 논리로는 맞다. 그러나 이리하려면 0차원이 아닌 1차원이 되고 만다. 그러나 가령 마라톤의 출발점은 0차원이고 시작이란 순서의 점 차원이 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생각에 이르면 새삼 깨닫게 된다. 이 기막힌 착안은 수학에 0을 발견한 위대한 일이라 생각한다. 수학자는 0은 빈, 없음 무無가 아니라 있음의 유有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그래서 0을 중심으로 1과 -1의 정수 수열을 성립시킨 것이다. 이로써 문학도 사물의 질료를 0차원에서 시작할 수 있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주장한 것일 수 있다.
모든 시작과 순서 그리고 다음 발생을 위한 무無의 빈 공간 없음이 아니라 있음의 유有의 공간인 것이다. 0차원의 의미소가 얻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점으로 표현하고 나면 1차원의 선의 도형이 절로 발생하고 거리와 시간이 발생하고 선과 선 사이의 평행공리가 발생한다. 중대한 의미 차원이 생겨 삶의 기본이 미적 논리로 수립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비로소 2차원에서는 삼각형과 사각형, 다각형의 면面이 발생하니 또다시 다른 차원의 의미공간이 형성되어 선과 면의 삶, 위상동형의 유기성이 이루어진다. 다시 여기에 면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면 다양한 입체도형이 생겨서 집이 되어 발전하는 우리들 삶의 생활공간이 된다.
다시 여기에 오늘의 디지털 사차원 초입방체 큐브가 논리적으로 가능하니 디지털 가상세계 메타버스가 발생한다.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 세계의 메타버스가 이루어진다. 바로 이런 기하학의 논리체계가 문학세계와 똑같다는 것을 필자는 생각하는 것이다.
2. 시의 미학적 차원문제
—2022 《경향신문》 〈하이퍼 큐브에 관한 기록〉과
《동아일보》 〈경유지에서〉를 중심으로
앞의 원리들을 실제 작품에서 고찰해 보기로 한다. 이번 《경향신문》 시는 원체 구성과 구조가 기존관습과는 낯설어서 실은 작품 자체를 축자적으로 해석하기는 매우 난해해서 구조와 구성 측면을 중점 감안해서 우선 논의 체계를 잡아 보고자 한다.
가) 〈하이퍼 큐브✽에 관한 기록〉, 백가경
이 시인은, Hypercube는 사차원에서 모든 변의 길이가 같은 도형, 10개 이상의 처리기를 병렬로 동작시키는 컴퓨터의 논리구조라고 주를 달고 있다. 이에 근거를 두면 이 시 첫 연의 정글짐(정글 놀이, 체육관) 역시 일종의 다차원 초입방체 큐브 구조를 위해 삼차원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시적 관념들을 우선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큐브라는 용어는 좀 자유롭게 쓰는 용어인데, 가령 1차원 큐브, 2차원 큐브, 3차원 큐브라는 것을 사용하여 이 차원의 도형 2차원 면의 만남 점 코너 수와 입체의 꼭지의 차원 개수 규칙을 데이터 자료로 쓰기도 한다. 인간은 수학적으로나 컴퓨터 구조 면에서 언제나 어떤 이념적 틀 즉, 어떤 차원의 큐브에 갇혀서 거기서 탈출을 하지 못하고 살다 간다는 암시를 우선 받는다. 디지털 세계 안의 운명적 한탄이 우선 시의 초두부터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릴 때부터 제작된 기존사고의 정글짐에 들어 줄타기 연습하기 시작한다고 보면 문학적으로는 1차원적 사유치고는 당황스럽다. 일상의 어린이들 3차원 놀이터인데 이런 아이러니가 있구나 싶다.
점차 고차원 2, 3차원 입방체 속에 갇혀 초입방체 큐브에 들면 미로가 많아서 인간은 질곡에 빠져나오기 위한 사활을 걸게 된다는 전제의 사유체계 같다.
시는 시적 의미차원의 문제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가령 불교에서 무아세계를 초입방체의 큐브라고 본다면, 우리들 자신의 자성은 연기에 의해 얻어지는 관계적 존재 외는 무無이고 공空이다. 그렇다면 이 정글짐은 나를 존재한다고 보아 무엇을 큐브 즉, 복잡하고 요란한 현실의 사회적 서사의 입방체 방안에 마구 쓰이는 도구로 훈련시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불교적으로 보면 전향적인 구원의 측은한 대상이 인간인 것이다.
‘생각함으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도 오해하면 가로세로 높이의 합리적 입체한 방 안에 생각의 존재자를 참된 존재로 보는 어떤 생각의 채움이 진리라 주장하는 것 같아 보여 씁쓸하다. 인간의 삶은 다양한 분산적 자료 데이터들을 컴퓨터라는 기계적 집합체에 가두는 전체주의가 디지털 공포라고도 생각된다. 컴퓨터 다중처리 장치를 생각하는 것이다. 좋게 보아도 인간은 복잡한 사회적 서사들의 한 변수 정도인 컴퓨터 다중처리장치 중 여러 기능 내지 동시에 수행하는 처리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거시적으로는, 시의 중심 키워드는 일단 두 가지로 요약할 수도 있는데 인간과 디지털 세상의 관계에 대한 통찰과 한편은 인간성과 데이터의 개념 혼란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모든 인간은 스마트 기기나 컴퓨터 또는 그들의 네트워크 입력 정보input information에 불과하다는 것을 사유하고자 한 것이 거시적으로 이 작품이라 보인다.
●시의 구체적 해석 검토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시의 연과 행갈이 기승전결의 개연적 의미논리를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이 시는 이 시의 성격을 알리기 위해서 시적 화자는 ✽로 장별 구별 표시를 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바로 처음 접하는 첫 연의 변호사 이야기는 이것만으로도 이 시 전제의 기본 구조의 큰 틀을 제시하는 것으로 본다. 우리들 일상의 현 3차원 인식공간을 제시해 주고 다음 ✽장별로 이것이 새롭게 전개되는 내용을 상대적으로 시적 의미구조를 통찰하게 하였다.
(본 시의 행을 부연해석과 구별하기 위해 번호를 부여했다. 비교적 축자적 해석으로 도움을 주고자 했다. 그래서 이를 〈=〉의 기호 안에 넣어 주었다.)
1. 1920년 변호사 세바스챤 힐튼은 어린이들에게 3차원 공간에 대한 기초적 이해를 돕고자 정글짐을 발명했다 〈=정글 체육장의 건강한 사고를 제시한 것이다. 시적 차원에서는 1차원적 건강한 제시이다. 기하학적 도형차원은 우리들이 인식할 수 있는 지금의 3차원 세계나 시의 전개구성으로 보면 발단단계의 기구 성격의 제시로 보편적 사유체계에서는 1차원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아래로 이어지는 다음 장은 바로 3인의 데이터가 입력되면 시간이 개입됨으로써 바로 4차원 큐브 차원으로 함께 섞어버린다. 그래서 실은 현실의 3차원에 사는 우리는 실제로 인식할 수 없는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가 되고 만다.〉
✽
2. x가 머리 위에 달린 축을 오른손으로 잡고 있다
3. 높이를 미처 재지 못한 x의 발이 바닥에 거의 닿을락 말락
4. 누군가 실컷 타다 뛰어내린 그네처럼 어안이 벙벙하다
5. x의 팔과 다리가 점점 빠르게 버둥거린다
6. x는 하나의 커다랗고
7. 검은 점이 되는가 싶더니 그 어떤 축으로부터 멀어지지 않고 x값이 무한 증폭된다 〈=x의 4차원 세계 자료 입력 상황임.〉
8. y님 행복을 주는
9. 치과 생일 축하드립니다. 임플란트 10% 할인 1
10. 어떻게, 잘 지내? 1
11. 은평구도서관 ‘세상의 끝’ 연체 〈=4차원 큐브는 우리들 현실세상의 끝이다. -xyz 이다음 알파벳이 없다는 뜻을 이해해야 하다. 마치 죽음과 같은 전혀 알 수 없는 세계인 가상의 기계적 진입세계의 가상세계를 암시한다. 3차원 아날로그 세계의 끝이 인터넷의 모든 인공지능세계이다. 우리들의 3차원 도서관 책들의 지식들은 아날로그 지식세계 끝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설령 이런 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를 명시하지 않은 점을 우리는 감안해야 한다.〉
12. 49일 빠른 반납요망 1 〈=49일이란 이승의 영혼이 없어지는 마지막 날의 49재일이다.〉
13. 소액 대출 최저 이율로 신용등급 모두 가능
14. y는 몸을 정육면체 안으로 구겨 넣는다 〈=이 육면체가 바로 하이퍼 큐브라고 본다.〉
15. 점점 y값을 잴 수 없고
16. 그럴수록 y는 생각한다
17. 이 모든 되풀이는
18. 나의 결과 값 “(경제적) 자유”를 위한 것. 〈=큐브에 데이터 입력완료와 그 데이터의 컴퓨터 값〉
19. z의 미래 값: 직사각형 화장실 천장에 도시가스 공급관이 노출돼 있음 〈=왜 미래의 값은 없다. 단 희망, 애인이란 기대존재설정이다. 그래서 현실포기의 종말현실이니 미래의 살 값은 없다. 가령 가스로 질식사하는 상황예상 가상세계다.〉
19. 장판과 텐트 사이 혈액이 말라붙어 〈=이미 죽음으로 현실포기의 자살예감이다.〉
20. 표백제와 기타 용액을 계산한 것보다 한 통 더 사용함
21. 청구 예정 〈=죽음 값보다 더 돈이 든 것을 계산하는 돈의 궁핍을 극단으로 상징한다.〉
22. z의 현재 값: 중위소득 85% 이하 가정에서 자란 3학년 C반 〈=어린 죽음들의 합리적 논리 제공. 마지막 경계지역 암시로 죽음이 못 벗어난 지역이다. 현실의 실태가 양극화의 끝장으로 비극적 사태에 있음을 시적 화자는 지적하고 있다고 본다. 언제든지 불행이 존재하는 공통 공감의 불행한 데이터가 우리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 불행한 초연결이 인터넷 속에서 나타날 수 있고 현재 값이 발할 수 있는 컴퓨터 속 데이터 자료의 공포 암시한다.〉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들이 기계적으로 연결되는 불확실의 세계가 시작되고 있다. 자살집단이 인터넷 공간에서 전혀 모르는 사이에 연결되고 있다. 이것이 현실차원이다. 시가 이런 식의 의미가치를 찾아갈 가능성의 징후를 암시한다. 낯설기가 없어지는 가상세계에 순전히 데이터로만 컴퓨터가 실행되듯이 인간의 삶이 데이터 자료로 입력되는 비인간화 세계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이런 디지털세계 큐브 속에 갇혀서 함께 미로를 찾고 있다는 차원을 본다.〉
(다음 장은 4차원 공간의 저간의 자료들이 증식하면서 시적종말차원을 보여준다.)
✽
23. 발가락 하나로 자신의 목숨을 지탱한 x는
24. 같은 위치 옥상에 사는 주민이자 애인 z를 찾아
25 창백한 타일로부터 그를 무한 증식시킨다 〈=데이터 자료 증식〉
26. 열화 과정에서 z는 기체로 변할 수 있게 되고 〈=4차원 큐브 공간의 가상시간화〉
27. y가 연체한 ‘세상의 끝’을 대신 반납한 후 49일을 1초 만에 〈=49재로 완전 죽음 앞당겨 ‘세상의 끝’ 역자 후기를 대출한다〉 〈=죽음을 연기한 존재의 종말과 죽은 자들의 유서나 기록부로 본다.〉
28. y가 연탄과 소주를 담아 온 마트봉지를 〈=먹이의 기본생활봉투 역시 세상 끝 빈 곳이고 빈 서적 봉투이기도 하다.〉 쓰레기통에 넣을 때 자연스럽게 제목을 볼 수 있도록 책을 〈역자 후기 즉 유서를 을 넣어 줄 수 있다.〉
29. 비스듬히 세워놓는 것을 잊지 않는다 〈=유서는 삶의 끝에 대한 번역서다.〉
✽〈=뒷날 컴퓨터의 일에 대한 후기 같다.〉 〈=이 시는 연시가 아니라 컴퓨터가 기록원식 큐브 차원의 처리방식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장은 이 시 첫 장의 정글짐에 호응하는 현실의 범우주아카이빙 센터로 시 전체를 마무리하는 사유구조라 하겠다.)
✽
30. 범 우주아카이빙센터 12호 연구소장은 x, y, z 세 어린이를 한 차원에 모아 두고 질문을 시작한다. 〈=첫 장의 정글짐 차원. 현실의 각종 기록원 모든 종류의 자료를 아카이빙 하는 자료원 아카이브들 즉 컴퓨터 자료들. 우리는 다 어딘가 연결돼 있다. 사회적 서사의 한 문맥에서 우리는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 그 연결고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같이 죽을 익명의 사람과도 연결구조도 돼 있을 수 있다. 무서운 우주 아카이빙 센터가 생성된다.〉
31. 말을 끊어서 미안하지만 여러분 어떻게 연결되었으며
33. 이런 건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34. 세 어린이 동시에 말한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35. 연구소장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36. 어린이들 모르게 언어변환 버튼을 누른 후 짧게 욕을 한다. 〈=3차원 아이들의 어리석음에 욕을 했을 것이라 본다.〉
37. 그렇다면 당신들의 능력은 어떤 문헌에서 찾은 것인가요? 〈=도서관의 아날로그 지식들의 세상 끝에 대한 유도질문이다.〉
==〈우리는 아날로그적 독서 속에서 모든 지식을 아카이브 할 수도 있다. 학벌은 내 지식 등등을 아카이빙 한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디지털 세계 속으로 들어와 있어서 불가능하다는 암시로 본다. 내 힘 밖의 컴퓨터 데이터자료가 더 나를 결정한다는 암시 같다.〉
38. 어린이 일동, 문헌에서 찾지 않았습니다.
39. 우리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현실의 집단차원, 또는 데이터차원. 이 세상은 나도 이 사회의 조직 안 아카이브들이다.〉 〈인생 경계지역의 모든 기록원이 인생이다. 내가 아카이브이기도 하다.〉
✽Hypercube 4차원에서 모든 변의 길이가 같은 도형, 10개 이상의 처리기를 병렬로 동작시키는 컴퓨터의 논리구조
●참고자료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하이퍼큐브에 관한 기록
백가경
1920년 변호사 세바스챤 힐튼은 어린이들에게 3차원 공간에 대한 기초적 이해를 돕고자 정글짐을 발명했다
✽
x가 머리 위에 달린 축을 오른손으로 잡고 있다 높이를 미처 재지 못한 x의 발이 바닥에 거의 닿을락 말락 누군가 실컷 타다 뛰어내린 그네처럼 어안이 벙벙하다
x의 팔과 다리가 점점 빠르게 버둥거린다 x는 하나의 커다랗고 검은 점이 되는가 싶더니 그 어떤 축으로부터 멀어지지 않고 x값이 무한 증폭된다
y님 행복을 주는 치과 생일 축하드립니다. 임플란트 10% 할인 1
어떻게, 잘 지내? 1
은평구도서관 ‘세상의 끝’ 연체 49일 빠른 반납 요망 1
소액 대출 최저 이율로 신용등급 모두 가능
y는 몸을 정육면체 안으로 구겨 넣는다 점점 y값을 잴 수 없고 그럴수록 y는 생각한다
이 모든 되풀이는 나의 결과 값 “(경제적) 자유”를 위한 것
z의 미래 값: 직사각형 화장실 천장에 도시가스 공급관이 노출돼 있음 장판과 텐트 사이 혈액이 말라붙어 표백제와 기타 용액을 계산한 것보다 한 통 더 사용함 청구 예정
z의 현재 값: 중위소득 85% 이하 가정에서 자란 3학년 C반
✽
발가락 하나로 자신의 목숨을 지탱한 x는 같은 위치 옥상에 사는 주민이자 애인 z를 찾아 창백한 타일로부터 그를 무한 증식시킨다 열화 과정에서 z는 기체로 변할 수 있게 되고 y가 연체한 ‘세상의 끝’을 대신 반납한 후 49일을 1초 만에 앞당겨 ‘세상의 끝 역자 후기’를 대출한다 y가 연탄과 소주를 담아 온 마트 봉지를 쓰레기통에 넣을 때 자연스럽게 제목을 볼 수 있도록 책을 비스듬히 세워놓는 것을 잊지 않는다
✽
범우주아카이빙센터 12호 연구소장은 x, y, z 세 어린이를 한 차원에 모아 두고 질문을 시작한다
말을 끊어서 미안하지만 여러분 어떻게 연결되었으며 이런 건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세 어린이 동시에 말한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연구소장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어린이들 모르게 언어 변환 버튼을 누른 후 짧게 욕을 한다
그렇다면 당신들의 능력은 어떤 문헌에서 찾은 것인가요?
어린이 일동, 문헌에서 찾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Hypercube 4차원에서 모든 변의 길이가 같은 도형, 10개 이상의 처리기를 병렬로 동작시키는 컴퓨터의 논리 구조
나) 〈경유지에서〉, 채윤희, 2022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이 시는 모처럼 시 기법의 탁월함이 보여 역시 위상수학의 위상동형의 공리를 과감히 적용해 보고자는 하는 계기를 주었다. 이 시의 독특한 사유구조가 기존의 소위 ‘낯설게하기’ 비유법으로는 온전히 시의 가치를 드러낼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앞의 백가경 시는 시 자체가 차원의 문제를 그대로 구조화한 최첨단 디지털 시라면, 이 시는 종래의 익숙한 서정적 제재이고 시각인데도 그 시적 차원의 위상공리가 매우 참신하게 적용돼서 비록 시의 제재가 비교적 구태의 정물의 사물이지만 높은 가치 차원들이 시적 사유체계가 표현해내어 매우 현대적 시법을 감당하고 있다고 보았다. 작품 해석의 편의상 작품을 비교적 축자적 방범으로 〈=〉의 기호 안에 직접 해석문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처리하여 쉽게 독파되도록 조언하고자 했다.
1. 중국 부채를 유럽 박물관에서 본다 〈=중국 부채와 유럽 박물관. 3차원적 역사성의 동서양 관계개념. 유럽 박물관에서의 나와 중국 부채의 경유지(소유지)가 위상동형을 이루는 공간의 위상동형이 재치 있다고 본다. 유럽(박물관)이 중국(부채) 보듯, 중국 부채가 유럽에 경유하듯 나의 여행 경유지와 일치하는 동형위상이다〉.
2. 초록색을 좋아하는 나는 〈=나의 1, 2차원 내포 위상동형〉
3. 딱정벌레 날개 위에 누워 있다 〈=3차원적 나와 딱정벌레 날개가 위치위상동형을 이룸, 부채 안의 동형공간에서의 위치위상동형으로 구체적 미감을 환유적 행동을 형상화해서 표현한다.〉
4. 한때 공작부인의 소유였다는 황금색 부채 〈=3차원적 공작부인과 황금색 부채 경유지(소유지)가 위상동형임. 여행자인 나(여성)와 공작부인 위상동형 암시〉
5. 예수는 얼핏 부처의 형상을 하고 있다 〈=4차원적 동서양 종교융합=차원의 종교적 위상동형을 이룸, 중국 종교 불교의 부처와 서양 예수교의 위상동형〉
6. 약속의 땅은 그림 한 뼘 〈=부채 안의 피안 공간세계는 어느 종교나, 누구나 꿈꾸는 영역의 위상동형임〉
7. 물가로 사람을 인도한다는 뿔 달린 짐승은 없다 〈=현실의 여행에서 겪는, 유혹을 통해 기행이 되는 기행 경유지 장소 위상동형을 대립적으로 박물관을 대비시키는 기발함이 돋보인다. 비유법의 새로운 일종이다〉
8. 한 끝이 접혔다가 다시 펼쳐진다 〈=접선부채 형태를 보여준다. 일반적인 통 부채와 구별하는 상대적 위상동형 비교다. 4차원적 동적시간 위상공간이 한 차원 높게 삽입되고 있다.〉
9. 떨어진 금박은 지난 세기 속에 고여 있고 〈=4차원적 큐브공간으로 과거현재의 시간위상 개입한다.〉
10. 사탕껍질이 바스락거린다 〈=4차원적 동적은유의 공작부인의 달콤한 생활 맛과 당시 공주 위상암시〉
11. 잇새로 빠져나와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12. 받아 적을 수 없는 소리 〈=4차원적 청각영상의 복합 은유적 이미지 형상의 공간화가 기발하다.〉
13.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는
14. 물총새 깃털을 덮고 잠든다. 〈=이 시의 큰 새 장(연) 바꾸는 구조 변화 즉, 전구에 해당한, 실로 대단한 차원적 사유로 볼 수 있다. 이런 동적인 환유의 형상화는 수준급이다.〉
15. 멸종에 임박한 이유는 오직 아름답기 때문 〈=5차원 존재론으로 아름다운 것은 끝이 있다는 명제가 발생되고 있다. 모든 것의 역사적 시대의식의 한계를 동시에 펼친다.〉
16. 핀셋이 나를 들어올리고 〈=작은 부채 안에서의 수술대처럼 조심해서 처리하는 제유적 나의 처리법을 넘어 이 시가 새로운 장과 연으로 획기적으로 바뀌는 묘수다.〉
17. 길이 든 가위가 살을 북, 찢으며 들어간다. 〈=시적 장면전환의 참신함, 주제의식 차원 변화를 암시를 위한 장치로 매우 뛰어난 시적 장면 이동법을 쓰고 있다.〉
18. 기원에 대한 해설은 유추 가능한 외국어로 쓰여 있다.
19. 따옴표 속 고어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20. 오랜 세월 파랑은 고결함이었고 다른 대륙에 이르러 불온함이 되었다. 〈=박물과 안내서 기록과 부채의 역사적 해설의 동서양 차이를 보여준다. 본래 파란색의 고결함이 동양의 황제체제 중국에서 특권의식의 불온 황금으로 변한 인간지평 문제를 다루고 있다.〉
21. 존재하지 않던 한 끝 열릴 때 〈=부채의 시적 존재의 끈은 물론 전체적 시적 사유가 열려 순간적으로 나도 아름다운 존재 되기의 열림 차원의 진술이다. 굳이 시를 설명하는 관념 개입으로 보이나 오히려 위반이 존재론적이기도 하다.〉
22. 나, 아름다운 부채가 되기
23. 열망은 그곳에서 끝난다 〈=잠시의 경유지 값이 이렇게 크게 끝나면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역설이다. 바로 구경적인 우리들 인생론 그자체로 승화되고 있다.〉
이상 위 작품을 굳이 축자적으로 순차 해석한 목적은 시제 ‘경유지’에 대한 시적 위상의 차원 문제를 설득하려는 것이 핵심논리이었다. 이 시의 참된 미적 가치는 이 경유지의 위상차원이 1차원에서 최소한 한 8차원까지는 경유지 위상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더 세분해서 의미위상을 나누면 나눈 몫만큼 차원 값이 될 것이다.
이처럼 시가 갖는 시적 권위와 시의 사유구조는 물론 구성을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갈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 시론에 바른 답을 하는 것이다.
한 여행객의 ‘경유지’는 출발점에서부터 여행 종말까지 수백 수천으로 나눌 수 있고 그 경유지마다의 가치도 보관普觀 할 수 있는 능력만큼 차원을 가진다. 이 시는 이 경지가 인생의 종말까지 암시돼 있다는 점이다. 이 맨 끝 문장 ‘열망은 그곳에서 끝난다.’고 했다. 아무리 화려한 공주의 인생도 아니 자신의 이 인생 여행도 아름다운 부채 되기처럼 지금 이 순간뿐, 경유지는 다시 바뀐다는 구경적 인생론 차원까지로 종결되는 제고, 제언, 승화의 완결 종구를 이룬다.
“심사평에,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활달한 상상력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나아가 찰나적 순간을 자신의 삶에 대한 사유로 길어오는 기량도 믿음직스럽다.”에 대한 그 시적 상상력 매력과 그 시적 찰나적 순간의 삶의 실체를 구체화시킨 이 글로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자료
2022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경유지에서
채윤희
중국 부채를 유럽 박물관에서 본다
초록색을 좋아하는 나는
딱정벌레 날개 위에 누워 있다
한때 공작부인의 소유였다는 황금색 부채
예수는 얼핏 부처의 형상을 하고 있다
약속의 땅은 그림 한 뼘
물가로 사람을 인도한다는 뿔 달린 짐승은 없다
한 끝이 접혔다가 다시 펼쳐진다
떨어진 금박은 지난 세기 속에 고여 있고
사탕껍질이 바스락거린다
잇새로 빠져나와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받아 적을 수 없는 소리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는
물총새 깃털을 덮고 잠든다
멸종에 임박한 이유는 오직 아름답기 때문
핀셋이 나를 들어올리고
길이 든 가위가 살을 북, 찢으며 들어간다
기원에 대한 해설은 유추 가능한 외국어로 쓰여 있다
따옴표 속 고어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오랜 세월 파랑은 고결함이었고 다른 대륙에 이르러 불온함이 되었다
존재하지 않던 한 끝 열릴 때
나, 아름다운 부채가 되기
열망은 그곳에서 끝난다
3. 수학적 위상 개념에 대한 시적 자각
일종의 이 시학은 수학적 기하철학을 문예철학으로 시각화하여 이를 새롭게 작품의 현대화로 시도할 수 있을 거라는 취지이다. 종래의 낡은 구태의 시각에서 벗어나 바로 지금 이 시대의 시 문을 열자는 것에 보탬이 되고자 했다. 그러나 조급히 서둘러서 성근 논리처리가 된 점이 있을 것 같아 감안해서 봐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