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이 아저씨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의 머리카락이 윤이 나고 단발머리가 찰랑찰랑하는 게 보기 좋았다. 그런데 그 새카맣게 윤이 나는 머리카락 중에 딱 한 올의 흰 머리카락이 유난하게 도드라져 있었다. 게다가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에 묻혀 있지 않고 약간 뻣정하게 따로 놀고 있었다. 동일이 아저씨가 그게 거울에 비친 자신의 흰 머리카락이라도 되는 것처럼 뽑고 싶어 안달이 났던 것이다. 눈치를 챈 욱이 언니가 아무리 쿡쿡 찌르고 말려도 앞 여성의 머리카락과 같은 가락으로 너덜대던 동일이 아저씨 손이 어느 순간 탁 낚아채는데 성공했다. 아야 하면서 뒤돌아 본 여성에게서 욕을 한 바가지 먹고 무색해서 앉아 있던 작곡가이며 음악 선생님이셨던 동일이 아저씨. —〈병원 앞 밤새기〉에서 차례 작가의 말 첫 번..
유영희 수필집 차례 작가의 말 해설│다양한 관심, 넉넉한 성찰 - 정영자 PART 1 기억되지 않은 이름은 무명이다 문득 해마다 봄마다 기둥과 벽 비보호 좌회전 먼지를 키워요 반닫이와 서랍장 배롱나무가 나에게 별을 보다 이중섭을 생각하다 7월의 숲에 내리는 비 날마다 태양은 뜬다 바다의 빛깔 별 보러 가기 봄날은 간다 궁금한 사연 벽에 걸린 빨래판이 깃대 끝에 봉기 달고 행복 채널 맞추기 PART 2 향기는 오래도록 곁에 남아서 자식의 입맛 가족사진 겨울 나그네 서양 집 잉글리쉬 아이리스라는 향기 태풍 매미와 수향수필 내가 겪은 전쟁 풀국새 소리 봄 멸치 도깨비 이야기 새삼스레 쓰는 투병기 우체국 앞 목공소 전시장에서 길동무 나의 기도 PART 3 적당한 간격의 나무가 무성한 숲을 이루듯 코로나19가 떠..
차례 작가의 말 chapter•1 장위리 224번지 내 고향 오월은 어머니의 맛 아버지 유월 삼천포 이모 이별 연습 정말 삭제할까요 영철이와 종철이 재실에 부는 바람 chapter•2 못골댁 김노미 어머니와 추어탕 어머니의 겨울 못골댁의 일요일 청개구리의 봄 봄, 치매병원 어머니의 시간, 엄마의 시간 겨울, 치매병원 해후 엄마 불났으니 빨리 나오세요 사망진단서 chapter•3 그리움, 시간 향기가 있는 선물 입덧하는 확진자 가지나물 쌍둥이 오던 날 빈방 낯선 방에서 익숙함을 생각한다 남편과 아들 chapter•4 진전면 탑동길 돌담 수국이 있는 풍경 치유의 길 아름다운 공존 산다는 것이 정지선 깨야 할 세계 해설 시간의 틈 속, 삶의 원형질을 찾아서 김홍섭 작가 소개 •1960년 경남 산청군 차황면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