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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거실로 들여다 놓은 화초와 눈을 맞춘다. 지난여름, 미래를 향한 절박한 경고로 다가왔던 혹독한 더위와 뙤약볕. 그 아래, 꽃기린은 잎을 떨구며 꽃송이가 줄어가고, 염좌는 익어버린 듯 얼룩얼룩 상처가 생기고, 인삼 벤자민 가지는 비틀리며 애를 태웠다. 그 고통 속에서도 화초는 스스로 하늘을 펼치고 파란 바람을 마시며 다가오는 시간을 준비했던가 보다. 잎이 반지르르하게 윤기를 머금었다. 그 푸른빛 속에는 고요한 침묵의 힘이 느껴진다. 앞으로 내 글도 화초를 닮아가면 좋겠다.
글은 쓸수록 점점 더 어려웠다. 입안에서 뱅그르르 돌기만 하는 말처럼, 생각이 글이 되지 못해 애가 탈 때는 담금질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가슴을 뚫고 들어온 이야기에서 싹이 트고 새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부족한 대로 비로소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그 기쁨이, 비록 재능은 부족하지만 실낱같은 글쓰기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내 글은 특별할 것도 대단한 것도 없다. 가족과 이웃의 일상에서 건져 올린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런 이야기를 한 편씩 차근차근 써 놓은 것을 묶었다. 막상 발간하려니 내가 벌거숭이가 되는 듯 쑥스럽기도 하다.
버팀목이 되어준 남편과 항상 격려를 아끼지 않는 사랑하는 큰딸, 작은딸, 아들 그리고 문우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이천이십오년. 이월 햇살이 고운 날
이동실 올림
차례
작가의 말•4
제1부 꿈속에 뵈옵고
찻잔에 담긴 사랑 ― 12
전용 수선집 ― 17
처갓집 말뚝 ― 21
쑥 향은 사랑을 타고 ― 26
마지막 잎새 ― 30
삼채와 삼체 ― 35
어머니 ― 39
어머니와 복숭아 ― 44
꿈속에 뵈옵고 ― 48
어머니의 ‘국시기’ ― 51
감자를 캐며 ― 55
‘밀키스’ 내 동생 ― 60
어머니의 사랑법 ― 65
제2부 내 몸에 핀 꽃
불티 ― 72
고통의 무게 ― 77
나는 누구인가 ― 82
젊은 날의 꿈 ― 87
별것이 다 추억이 되고 그립다 ― 91
장어 이야기 ― 95
코로나19 소동 ― 100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 105
희망으로 가는 기준 ― 109
내 몸에 핀 꽃 ― 114
제3부 노부부와 자장면
거리 두기 ― 120
역할극 ― 125
그게 뭣이라꼬 ― 130
변해가는 시장 인심 ― 135
발 인사 나누는 사이 ― 139
노부부와 자장면 ― 144
어느 노모의 바람 ― 148
연민 ― 154
미니 액자 ― 159
힐링 여행 ― 164
제4부 비 오는 날의 단상
노을처럼 ― 170
비 오는 날의 단상 ― 175
늪의 노래를 듣다 ― 180
해저터널 ― 184
말리 부인을 만나다 ― 188
연륜에서 배우다 ― 193
멸치론 ― 197
한국의 히로시마 ― 202
변곡점 ― 207
그 남자가 사는 법 ― 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