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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다섯번째 시집 <떠나가는 섬>이 나온지도 벌써 십년이 넘었다. 이제야 묵혀 두었던 시편들을 모아 <바흐를 보면서>라는 여섯번째 시집을 엮는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궁한 사람이 좋은 시를 엮는다(窮䎛詩乃工)는 말씀을 하시면서 모든 게 궁하면 좋다고 하였다. 젊은 시절 한때는 시와 음악에 미쳐 제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미치는 일에 지쳐 미치지도 못하니 무엄하기 짝이없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따라 듣는 시에서 보는 시로 바꾸고 나니까 시가 더 잘보이고 바흐의 음악이 시가되어 눈에 들어오고 가슴에 담겼다. 좋은 음악이 가장 좋은 시이기도 했다.

-책 머리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