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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량 첫 수필집 <꽃은 어둠 속에서 핀다>

 

 

 

책의 앞에

절망의 늪이 아니라 새로움을 위한 침묵의 시간이다. 침묵은 외로움으로 시작되었고 어둠의 시간 동안 그리움 한 움큼을 손에 쥐고 있었다.
글에 대한 갈망은 늘 외로움 속에서 움이 텄고, 그리움 속에서 꽃을 피웠다. 심장을 녹이는 글 한 편이 그리워 어둠을 헤맸고, 그렇게 얻어진 글들을 내 이름으로 된 한 권의 책으로 묶고 싶다는 욕심은 나를 늘 외롭게 만들었다.
이제 그 욕심은 욕심으로만 남겨두고 비록 부족한 글이라 할지라도 틈틈이 써두었던 글들을 세상에 내어놓는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으로 남겨두고…….

이 책이 나오기까지 첫걸음을 딛게 해주신 고(故) 김인배 스승님과 마지막까지 가르침을 주신 눌산 윤일광 스승님 두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변변찮은 글을 쓰느라 소홀했던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자리를 묵묵히 기다려준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2019년 6월의 아침에
고 혜 량


차례
책의 앞에•004
해설•194

제1부  엄마의 사랑법

엄마의 사랑법•011
멈춰버린 시간•016
그리움의 끝에는 고향 집이 있다•021
엄마의 경외성서•026
동백꽃에서 죽음을 읽는다•031
동이•036
뜨개질하는 마음•041
자운영(紫雲英) 같은 언니•046
사소한 것의 소중함•051
버리지 못하는 이유•055
몸으로 기억하는 것•059
엄마와 딸•064

제2부  피리풍선의 추억

피리풍선의 추억•071
엿장수와 도끼•076
담•081
나를 기억 못 하는 고향•087
방문(房門), 그 동그란 문고리•092
나의 교복 이야기•097
아름다운 기억의 돌담을 쌓고 싶다•102
아날로그 시대를 그리며•107
결찌의 결혼식•112
탱자 같은 삶•117
홍포유감(虹浦有感)•122
꼴등의 여유와 행복•128

제3부  물안개 보고 싶었던 날

물안개 보고 싶었던 날•137
다시 보니 예쁜 꽃•142
꽃은 어둠 속에서 핀다•147
흔들리는 나뭇잎 하나에도•152
‘김태정’ 아름다운 그녀•157
가고 싶은 길•161
차심(茶心)의 때•166
새는 뒤를 향해 날지 않는다•170
할미꽃을 읽는다•175
노을빛 무지개길•180
고려촌의 잔물결을 따라가다•186

해설 중에서

 

고혜량의 첫 수필집 《꽃은 어둠 속에서 핀다》에서 ‘꽃’은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며, ‘어둠 속에서 핀다’는 것은 ‘어려운 환경’을 암시한다. 거제에서 태어나 바닷가에서 살고 있으므로 바다는 곧 삶의 배경이자, 마음의 정착지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일생을 ‘꽃’으로 피워내고 싶어 한다. ‘꽃’은 삶의 절정이며 완성이라 할 수 있다. 식물은 어둠 속에서 최선을 다해 꽃을 피워낸다. ‘어둠’이란 배경 속에서도 일생에 한 번 ‘꽃’을 피워내려는 것이다. 지금 ‘꽃’일지라도 그 기간이 길지 않다.


고혜량의 첫 수필집 《꽃은 어둠 속에서 핀다》는 ‘인생의 꽃’을 말하며, 자신의 삶으로 피워낸 깨달음의 꽃을 말한다. 사람들의 관심과 보호의 손길 속에서 피어난 꽃이 아니라, 비바람 속에서 꺾어질 듯 위태로운 순간들을 겪어낸 들꽃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원의 햇살 속에 어여쁨을 뽐내는 꽃이 아니라, 바닷바람 속에 무수히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고 한 송이씩 꽃망울을 피워내는 들꽃의 모습이다. 고혜량은 무한의 바다가 펼쳐진 거제도에서 태어나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수필가이다. 그의 수필에선 수평선水平線이 보이며 해조음海潮音이 들린다. 거제 바다가 주는 말과 망망한 그리움이 펼쳐져 있다.


― 정목일(수필가,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