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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자 수필집 <몸짓에 홀리다>

│안순자 수필가 소개│

 

2000년 《한국문인》 수필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경남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으로 첫 수필집 《양재천 풍경》을 출간하여 경남문협 우수작품집상을 수상했다. 현재 경남문인협회·창원문인협회·경남수필문학회·가향문학회·목향수필문학회·경남창원시낭송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수필집을 엮으며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문학의 시간을 돌이켜본다. 문학이 내 삶에 숨통이 되었다가 때로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심호흡을 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 수필이 없었다면 내 생각의 단편을 어디다 풀어놓았을까 싶다. 자칫 풍화되고 잊힐 뻔했던 삶의 조각들이 한데 모여 수런수런 이야기 나누는 것이라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차례│

 

작가의 말 … 3

 

01 잃어버린 집 … 10

02 낯선 길 … 14

03 라테 여사 … 19

04 공룡 색칠하기 … 22

05 피아니스트 … 26

06 알 수 없어요 … 32

07 봄날은 온다 … 37

08 감사합니다 … 43

09 매우 좋음 … 48

10 6박 8일 동안 … 51

11 길 밖에서 … 57

 

12 보바리슴 … 64

13 삼십 점 … 70

14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 72

15 나는 바보다 … 78

16 재미있는 놀이 … 82

17 양희은과 동물원 … 88

18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 92

19 메기의 추억 … 97

20 디어 마이 프랜즈 … 102

21 옆 사람 … 106

22 남아 있는 나날 … 109

 

23 내 이름을 불러주오 … 116

24 잉그리드 버그만을 아시나요 … 119

25 몸짓에 홀리다 … 124

26 풍경 … 127

27 사십 중반에 … 132

28 공판 … 137

29 이웃집 여자 … 142

30 얼굴을 베풀다 … 146

31 흑산도의 맛 홍어 … 150

32 오래된 연인 … 155

33 사진 속 풍경 … 159

 

34 맛내기 … 166

35 룸메이트 … 171

36 어머니 이야기 … 175

37 오아시스 … 180

38 오래전 일 … 185

39 다음 … 189

40 흐르는 강물처럼 … 193

41 미나리 먹으러 가자 … 197

42 힐링공간 … 202

43 보푸라기꽃에 숨은 향기 … 207

44 남양동 비둘기 … 211

 

 

│책 속으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주인공 역의 ‘로빈 윌리암스’가 

책상 위로 뛰어오른 이유는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기 위해서다.

글을 쓰려면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 즉, 

어떤 사실의 다른 면을 발견해 내는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

문학은 

아프다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보여주는 것

 

- 〈창작노트〉 중에서

 

고향 바깥에서 새롭게 둥지를 틀고 이제 다 자리를 잡았건만 예전의 고통조차 그리워하고 사랑할 수 있는 정서적 여유는 아직 없는 걸까. 추억의 공간조차 될 수도 없이 차츰 잊히고 말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제사를 옮겨오는 문제로 남편과 의논 중이지만 그러고 나면 고향 집은 점점 폐허가 되고 말리라.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어머니를 잃으면서 동시에 고향 집을 영영 잊어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잊고 싶은 집이 결국에는 잃어버린 집이 되고 말 것 같은….

- <잃어버린 집> 중에서서

 

문학은 익숙함이 아닌 낯설게 하기다. 문학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도전의식을 배운다. 나는 문학을 하면서도 내게 주어진 이 자리, 안정이 보장된 지금의 삶을 벗어나지 않으려 움켜쥐고 있다. 어떤 돌발상황이 일어나면 불안하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에 몸을 과감하게 던진 그녀 그리고 내 딸. 사람들이 많이 다닌 평탄하고 안전한 길을 마다하고 뱀이 나올지도 모를 숲이 우거진 길을 선택한 그녀들이야말로 문학적인 삶을 살아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딸에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씩씩하게 가라고 응원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 안락한 삶에 만족하지 않고 사람이 낯선 길을 선택한 자신의 판단으로 운명이 달라졌음을, 그래서 오래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노라 회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낯선 길> 중에서

 

코로나19속에 봄이 왔다. 곳곳에서 벚꽃이 만개해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절창이다. 이 곱고도 요요한 봄 풍경이 눈물 나도록 아름답건만, 텅 빈 객석의 콘서트일 뿐. 얄궂은 신의 조화인가, 예년보다 더 화사하고 짙은 봄의 향연에 마음이 어지럽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드러내놓고 감탄도 못 하는 슬픈 봄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이 보드라운 땅의 입김, 봄의 숨결을 마음껏 호흡할 수 있는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우리에게 봄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다.

-<봄날은 온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