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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이 아저씨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의 머리카락이 윤이 나고 단발머리가 찰랑찰랑하는 게 보기 좋았다.  그런데 그 새카맣게 윤이 나는 머리카락 중에 딱 한 올의 흰 머리카락이 유난하게 도드라져 있었다.  게다가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에 묻혀 있지 않고 약간 뻣정하게 따로 놀고 있었다. 동일이 아저씨가 그게 거울에 비친 자신의 흰 머리카락이라도 되는 것처럼 뽑고 싶어 안달이 났던 것이다.  눈치를 챈 욱이 언니가 아무리 쿡쿡 찌르고 말려도 앞 여성의 머리카락과 같은 가락으로 너덜대던 동일이 아저씨 손이 어느 순간 탁 낚아채는데 성공했다.  아야 하면서 뒤돌아 본 여성에게서 욕을 한 바가지 먹고 무색해서 앉아 있던 작곡가이며 음악 선생님이셨던 동일이 아저씨.

—〈병원 앞 밤새기〉에서

 

 

 

차례

 

작가의 말

첫 번째 이야기
누에치기│느미│옥자의 사설
무궁화 사이다 공장│아! 대중탕│상이용사
단감나무│피아노│늦둥이 서울대국문과 시절 약전
원고지│뱃지│서울 토박이

두 번째 이야기
엽서│병원 앞 밤새기│나이
달콤한 심연│자살과 밥상│낙과 줍기
메롱과 금연│지팡이│재활 이야기
웬 남태│마스크│꽃들에 대하여

세 번째 이야기
기차 타고 일본 여행하기│북해도 구시로 아바지리
아이즈 와카마쓰│히로시마│벚꽃을 찾아서
도야마, 가나자와│북해도 와카나이〔稚內〕
관부연락선│두 마쓰시마〔松島〕│고베〔神戶〕 여행
후쿠오카〔福岡〕 여행│또 마쓰야마〔松産〕

 

김만옥 작가 소개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마산여고, 서울대 국문과 졸업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순례기〉 당선(1977년)으로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내 사촌 별정 우체국장》(1987) 《그 말 한마디》(1991) 《베어지지 않는 나무》(2016), 장편소설 《계단과 나무》(1988) 《결혼 실험실》(1996), 에세이집 《내 생애 최고의 날들》(2012), 콩트집 《결항》(2019)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