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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이 밤

어둠을 더욱 짙게 하는 별들

당신의 아득한 나라에 닿기 위하여

낱말의 자갈밭을 맨발로 걸으며

돌멩이를 골라 차곡차곡 쌓아 올립니다

이 미천한 노력이 당신과 더욱 멀어지는 것이 될지라도

한갓 나약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올려야 하는 기도

말씀보다는 가슴이 당신에게 더욱 가깝지만

걸어서 닿을 수 없기에

세치 혀에 익은 이 한국어를 올립니다

머리에 즐거움이 아닌 이웃의 가슴에 닿는 한 마디

발끝에 채이는 돌부리 같은

일상의 아픔이 묻어있는

손잡고 나눌 수 있는 말

그의 가슴에 스며들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

어깨동무하며 지를 수 있는 가사

같이 헐벗은 처지에서 예사롭게 오가는 흔한 말투로

당신을 향한 우리의 감동이

차별 없이 젖어들 수 있는

그런 구절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저자

 

 

차례

 

 

1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정의시대

햇살 한 줌

어찌 너를 다 알랴

그 아픈 만큼

몽돌아

회귀본능

아름다운 도시

용지 호수

단풍

회색지대

고귀한 희생

산수화

국수를 삶으며

, 우리 대한민국

아름다운 그림자

소망

정들지 마

때로는

토 달기

말로 할 수는 없는 거야

나목(裸木) 1

나목(裸木)

 

2

 

벌레 먹은 장미

부모의 기도

은행잎

아직, 오지 마셔요

고려 청자

잎새의 세상을 기다리며

장미

남겨야할 유산

스테인드 글라스

나눔의 이유

염세에 빠져들다

, 황제여

이명(耳鳴)

멈춤을 말한다

저 그리운 나라

순례자

만종(晩鐘)

후회 없는 하루여

노꼬물

간절함을 넘어

바람꽃

賢者의 말씀에서

노벨상을 거머쥐다

개미떼  

 

3

 

별들의 고향

생업

하오의 깨달음

젊은 날의 초상

네가 강직함을 알랴

인간적인 따뜻함

연리목

그래도 이 세상

대나무에게 묻는다

마애불

, 무정

수월봉에서

칼레의 시민상에서

사랑

결정(結晶)의 계절 71

대림절에

간식

어떻게 그럴 수 있사온지요

사치스러운 운명

철저하게

이상한 세상

부러운 시대

세대 차

욕심때문에

 

4

 

아낌없이 주는 나무

바람 속의 주

어떻게 살아야 하나

도토리 키 재기

감히, 유명시에 붙여

봉이 김선달

사는게 죄

정신이 육체를 제어하다

살아가야할 이유 하나로

상처

죄송합니다

계절은 무엇으로 바뀌나

시모토아 엑시구아 (cymothoa exigua)

일상의 기적

부처님 모습

요양보호사 일기

추억은

억압의 시대

알 수 없지만

낙화

 

*작가의 말

*발문/ 홍진기 시인

 

 

작가의 말

 

살아오는 동안 지속적으로 불어 닥치는 바람, 이에 대응하려고 나 자신에게 던지는 수많은 질문, 답은 없지만 내 의식이 지속되는 한 계속될 것입니다. 짧지도 않은 인생, 사는 동안은 쓰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이제 느긋해질 때도 된 것 같습니다.

이 시집으로, 첫 번째 시집 빌레에 앉아서 부르고 싶은 노래이후 오래 궁금해 하시던 분들에게 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된 제 프로필과, 그 이외의 삶의 과정에서 만났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께서는 그 느낌을 알려 주시면, 저를 아는 분들이든 모르는 분들이든 성실하게 교류해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어리석게 살아오면서 신세를 끼친 분들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시의 세계에 입문시키시고 지금까지 항상 지켜 주시고 발문까지 주신 홍진기 스승님께 글빚을 지고 있기에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또한 삶의 끝자락에서 동문수학을 통해 인연을 맺은 이후 적지 않은 세월 동안 마음이 오갔던 절친, 아낌없는 충고로 나의 삶과 작품에 용기를 주신 이균상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跋文

 

김순병 시인과 다시 만났다. 꽤 긴 세월, 서로는 소식을 모르고 지나왔다. 그러나 만나서 우리는 서로가 생각에서 서로를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참 많이 반가운 재회였다. 거기다 더욱 반가움을 더해주는 소식이 있었으니, 두 번째 시집의 원고를 받은 감격이다.

시인 김순병 시정신의 바탕에는 신앙심이 깔려있다. 그 신앙심의 암시가 시적 깊이를 읽어내게 할 뿐 아니라, 독자를 숙연하게도 만든다. 김 시인의 역설적 비판의식은 가장 양심적이면서 선량한 정서에 뿌리내리고 있어, 독자의 카타르시스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독자가 읽으면서 잔뜩 바라는 바에 신선한 충격을 주어 다음 내용과 그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하는 함의가 깔려있다. 함의가 깊은 시는 그래서 좋은 시의 반열에 놓이는 것 아니겠는가.

김순병 시인은 분명 선량한 가슴을 지닌 시인이다. 그의 시에서는 정직한 나라를 동경하고 희구하는 지극히 도타운 양심의 소리를 듣볼 수 있다. 그의 포근한 가슴은 도처에 널려있는 우리들 아픔에 닿아 그 아픔을 위무하면서, 자신이 더욱 아파하고 있다. 그의 짤막한 한 편의 시는 독자로 하여금 정의감에 가슴을 뜨끔거리게 한다. 시를 통한 현실고발이 행간과 자간에 스몄다가 독자의 양심을 일격하는 힘으로 울려온다는 뜻이다. 고운 그의 심성에 칼끝보다 강한 펜끝이 어디에 숨어있었던가 놀랍기 그지없다.

 

* 김순병 시인의 시적 세계는 넓고 깊다. 천상과 지상을 아우른다고 할만하다. 스스로를 부조리의 세계 주인, 원인제공자로 속죄의 대상으로 보는 양심을 시구에 담아 압축된 시적 형상화를 통해 자신을 매질한다.(때로는)

* 생각하는 시가 있고 읽는 시가 있다면 김 시인의 시는 전자 쪽에 가깝다 할 것이다. 생각을 하게 하여 깨닫게 만드는 시를 쓰는 시인으로 비어있는 곳에 사유를 채워내는 시인, 이런 시작詩作 태도가 서정시가 걸어야하는 정도가 아니겠는가. (벌레 먹은 장미)

* 강한 역설로 현대인을 고발하는 시 (남겨야 할 유산) (이명)

* 그가 바라보는 세계는 언제나 건강한 긍정에 다가서있다. 신의 섭리를 바탕에 깔아놓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지상의 보배로운 것은 절대자의 몫으로 올려 감사하는 신심을 시로 형상화 하고 있다. (나눔의 이유) (은행잎)

* 차라리 눈을 감자. 볼 것 다본 세상, 추잡한 세상 눈감고 살자. 주여 감사합니다. 그의 심안은 만리 밖을 보는 것, 마음의 눈을 뜨자.(염세에 빠져들다)

 

김 시인의 시학 내면미학을 이끌어내는 힘은 아무래도 그의 등을 받치고 있는 영계靈界의 보이지 않는 손일 터다. 그 손이 인성과 천성을 교합시켜 한 시인을, 한 자연인을 반듯하게 세워 밀고 끌고 감이 분명하다. 그 번득이는 영혼에 촌철살인이란 말을 붙이고 싶다. 시어는 별나게 날카롭지 않지만, 그 말 속에 도사린 의미가 날이 서 있다. 겨누는 칼끝이 빗나간 대상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노려보고 있다.

윗줄을 읽으면 아랫줄이 궁금하여 다잡는 마음이고, 앞장을 읽고 나면 다음 편을 기다리는 마음이 조급증을 돋워, 다음 장을 넘기게 하는 힘은 위대하다. 그의 시어 역시 말의 손짓이 아닌 내용으로부터의 공감이며, 감동의 울림장이다. 이 모든 장력이 그의 신심과 맑은 영혼의 산물일 터다. 머리가 좋은 사람보다 가슴이 따습한 많은 사람이 읽기를 바라는 시가 김순병의 시 아닐까.

모쪼록 시인의 문운 창성하기를 바라면서 손을 모둔다.

 

20192월 홍 진 기

 

프로필

 

김순병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출생

제주 조수국민학교, 신창중학교 졸업

인천대건고등학교 졸업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졸업

창원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문학박사

 

육군1사단 15연대 6중대 병장제대

 

전남 조성고, 여수여고

경남 창원기계공고, 창원여고, 창원명곡고 근무

창원 진해여고 근무

창원대 국문과 강사

 

 

2002년 한국문인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