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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친근한 문학을 위하여


보시는 대로 작은문학을 창간합니다. 오래 전부터 '우리 지역에서도 알찬 작은 문학지 하나 있었으면' 하던 염원의 실천에 나서는 것입니다.

어쩌다 보니 정작 제호 자체가 '작은문학'으로 되었으나 제호가 그렇다고 이 문학지가 지향하는 본래적인 성격까지 '큰' 것의 반대말인 '작은' 것으로 속단하지 마사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반어법으로 오히려 큰 것까지를 우습게 아는 그런 것으로 과장하지도 말기 바랍니다.

제호를 '작은문학'으로 붙이고 판형까지 줄인 것은 어디까지나 보다 문학을 대중과 친근하게 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써의 시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어쩌면 문고판 단행본에서 이미 시도되고 있는 유형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어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문고판 단행본은 제한된 지면에 많은 양의 원고를 집어 넣기 위하여 활자 급수를 낮추는 등 무리한 지면 배열을 합니다만 작은문학은 그런 무리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실을 만큼 실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큰 책들과 같은 활자로 편집하면서도 넣을 양은 다 소화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시 편집의 경우, 큰 책의 것은 여백의 시원함은 있으나 어쩐지 너무 헐거운 옷을 걸친 것 같은 어색함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작은문학의 편집을 보시면 보다 단아하고 몸에 어느 정도 맞는 옷이라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작은문학'은 앞으로 과감한 편집형태를 도입하려 합니다. 좋은 시가 있다면 시집 한 권이 되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며, 소설 또한 좋은 작품을 만나면 소설집으로 나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우리가 읽었거나 놓쳤던 작품 가운데 다시 읽고 싶다는 여망이 있을 때는 그 작품을 과감히 '작은문학' 지면에 올리는 일에도 솔선하려 합니다.

시대를 초월한 좋은 문학작품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에 '작은문학'이 보다 열성을 보이겠다는 것입니다.

'작은문학'이 나오기까지 좋은 분들의 자문이 있었습니다. 책의 제목이 걸맞지 않으며 판형도 키우고 지면도 볼륨이 느껴질 정도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무엇보다 이제 출발하는 문학지는 문인들에 대한 예우(원고료)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다짐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어느 것도 충족할 수 없음을 부끄러워 하면서 출발을 시도합니다. 형편을 고려하여 늦춘다고 무슨 해결책이 있을 수 없어서입니다. 그분들의 자문은 앞으로 여력이 쌓이는 대로 실천하도록 노력할 각오입니다.

'작은문학'은 제가 앞장서는 것 뿐이며 우리 경남문학인 모두의 문학지입니다. 이 작은 책이 지역과 중앙문인과의 작품교류의 광장이 되고, 기관지 성격의 문학지만 있는 우리 경남의 문학 풍토에 하나의 자긍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큰 격려와 성원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1996. 1./오하룡




계간 작은문학 창간호 목차

창간사│보다 친근한 문학을 위하여―오하룡
시조
  고성앞바다 생각하다가  외 1―서벌

  우포 늪  외 2―이상개
  나의 시는 지금도 유효하다  외 2―이선관
  저승길  외 3―이재금
  나는 날개가 없는지라  외 4―장정임
  하늘을 보며  외 1―이효정
소설
  돈보다 더 소중한 돈―문신수
  마음의 빗장(상)―이민형
동화│다나다라 박사―최명학
수필
  골목길―정목일
  추억 만들기―이외율
  옹기장이의 집―김원숙
평론
  피천득 論―하길남
  이문열 소설 論―가나인
계절 시조평김연동
계절 시평이상옥
토론중계석│문학의 위기와 그 타개책―이유식
작은 이야기
  지난날 마산문단 주변―김근숙
  마산 창원 '문학기행 동인회' 기록―강현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