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용자 삽입 이미지](https://t1.daumcdn.net/tistoryfile/fs5/17_11_11_11_blog168016_attach_0_9.jpg?original)
박재삼 시인,
고향 사천에서
다시 환생을 준비하다
오하룡
박재삼 시인을 이제 사천 시인이라 불러야 한다. 그의 고향 삼천포가 사천시로 편입되어서다. 그렇다고 삼천포가 어디로 간 것도 아니고 그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그 자리에 그냥 있다. 그렇다면 그냥 삼천포로 써도 안될 것은 없다.
그러나 이왕 행정구역이 그렇게 개편되고 그 지역 전체를 사천시로 부르는 마당에, 제한된 지역을 말하는 것보다 보다 넓은 지역을 포함하는 지역 명을 쓰는 것이 합당한 것으로 보인다. 박 재삼 시인을 기념하는 사업을 벌인다면 사천시민 전체의 호응이 더 요긴하고 의미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박재삼 시인 4주기를 맞는 6월 8일을 기하여, 그를 기리는 기념사업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나선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오전에는 박재삼 추모기념 백일장이 사천시 노산공원에서 개최되고 저녁에는 사천사회복지관 강당에서 추모회와 박재삼 문학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결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지난해 필자는 사천에서 내고 있는 무크지 성격의 『마루문학』지 20호에 박재삼 시인에 대한 단상 하나를 쓴 일이 있다. 이 글에서 박재삼 시인에 대한 사천 사람들의 무심함을 은근히 지적하고 박 시인의 묘소도 종국에는 사천으로 모셔와야 할 것이라는 당위성을 역설하였다. 그런 사실 때문인지 사천문협(회장 김 진환)은 필자 앞으로 박재삼 문학기념사업회 추진 안내장과 함께, 참석하지 않더라도 발기인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겠다는 확정적인 통지를 해 왔다.
행사가 있기 며칠 전에는 사실상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핵심 실무자인 김진환(소설가) 사천문협 회장의 전화가 있었다. 그는 정목일 경남문협 회장과 함께 참석해 주었으면 하는 요청이었다. 정목일 회장의 일정을 먼저 확인해보라고 했더니 마침 정 회장은 출강하고 있는 대학의 강의가 그 시간대에 있어서 어렵다고 한다는 것이다. 김진환 회장은 그러니 필자만이라도 참석해 달라는 것이다. 정 회장이 참석한다는 것은 경남문인을 대표하는 성격이어서 그들로서는 여간 힘이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집행부의 일원도 아니고 경남문협 이사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그들에게 힘이 될 아무런 무엇도 아니다. 그러므로 필자로서는 이 행사에 참석 못한들 어떤 부담도 가질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자꾸 마루문학에 단상 쓴 것이 걸리는 것이다. 막상 구체화되는 시점에서 꼬리를 사리는 것 같은 소극적인 행동이어서는 안된다는 양심의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정 회장이 참석 못하고 필자마저 참석을 안한다면 마산 창원 지역에서는 거의 참석하는 사람이 없을는지 모른다. 박 시인의 기념사업은 경남권의 주요행사다. 주최측이 일을 하기 좋으려면 사천 외의 지역에서 격려 성격의 문인들의 참석이 많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억누른다.
정중하게 서면에 전화요청까지 있었다. 그랬는데 참석을 않는다면 다음에는 어떤 경우라도 박재삼 시인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어진다. 그렇다면 필자의 참석이 설사 별 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 할지라도 양심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회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른다.
그런데 막상 가야 한다고 결심을 하고 나니 또 묘한데서 걱정이 머리를 든다. 마산서 사천까지 왕복 3시간은 잡아야 한다. 도중에 예상 밖의 장애라도 만나면 더 긴 시간을 각오해야 한다. 더욱이 필자의 자동차는 십 년이 넘은 고물차다. 얼마 전 모 정비업체는 라지에터에 누수현상이 보인다며 교체를 권했다. 그 소리를 듣고도 비용이 겁나 미적거리고 있던 참이 아닌가. 그러니 어디서 퍼질지 모른다는 위협이 따른다. <이후 생략 - 너무 기니까 다 안들어가네요...ㅠㅠ>
계간 작은문학 제15호(2000년 가을/겨울호) 목차
■시와 그림
■책머리에│박재삼 시인, 고향 사천에서 다시 환생을 준비하다 ― 오하룡
■권경업 신작시│꽃은 상처입니다 외 1
■배기현 신작시│오늘 8 외 3
■서규정 신작시│月飾 외 1
■성수자 신작시│치밭목에서 외 1
■원무현 신작시│지렁이의 시에 결박되다 외 3
■윤종석 신작시│裸身 외 3
■이득수 신작시│주물공의 꿈
■이상개 신작시│쪽바리 가라 외 1
■이영건 신작시│당신에게 외 4
■임종린 신작시│4월을 보내는 마음 외 1
■이우걸 시조모음│비망록 외 6
■전의홍 신작시조 모음│아침 諷諭 외 4
■오선자 신작동시│어둠 걷어내기 외 2
■생활 속의 발견⑤│'문인은 비겁자, 不作爲犯'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 오인문
■수필
자필문화 시대가 온다 - 강희근
낙동강물은 - 고혜자
두 얼굴의 필리핀 사람 - 김원중
숲의 향기에 취해 살며 - 박래녀
마음 청정, 나라 청정 - 이광석
박사 실업 이유 있다 - 이성호
문화유감 - 이종욱
미국에 온 경호엄마 - 장영희
맞장구와 신바람 - 정목일
노랑머리, 빨강머리 - 최화수
■다시 읽는 수필│純粹를 찾아서 ― 全其洙
■자료 모음│미당 서정주 논쟁 모음/본격 대중문학 논쟁 모음
■다시 읽는 단편소설│張氏一家 ― 유주현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의 서재│정년을 앞둔 김윤식 교수의 근황
■서평│삶의 훼손, 시의 희구 ― 김용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