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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협
마산 행사를 보며



오하룡


지난 8월 말 30, 31일 양일간 마산에서 현대시협 세미나가 있었다. 지난 84년 4월에 이미 마산에서 한 차례 개최된 바 있었으므로 이번이 두 번째인 셈이다. 1971년 현대시협 창립 이후 거의 해마다 세미나가 개최되어 왔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을 제외하고 지방 중소도시로서는 춘천과 마산이 두 번씩 개최된 걸로 현대시협 약사는 밝히고 있다. 한 지역에 두 번씩이나 개최된 것은 특별한 연고가 아니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마산의 두 번 개최는 역대 회장 가운데 현대시협의 산파역을 맡았고 7대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고문역을 맡고 있는 원로 문덕수 시인을 비롯하여 8, 9대 회장을 역임한 원로 이원섭 시인, 그리고 직전 16대 회장을 맡은 바 있는 조병무 시인의 고향 내지는 연고 지역이 마산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그리고 지금 숭실대 총장으로 있는 마산 출신 이중 시인과 마산 현지의 토박이 이광석 시인 등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무튼 마산에서 현대시협 세미나가 두 번씩이나 개최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은 기억할 만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개최는 전임 조병무 회장 때인 지난해 마산이 거론되었으나 목포에서 개최되는 바람에 미루어졌다가 올해 개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마산 행사에는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건 우리 마산의 사정이므로 이런 자리에까지 언급할 것은 아닐지 모르나 이런 경우가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므로 참고삼아 거론해 둘까 한다. 지난해 그런 사전 논의가 있어 집행부는 올해의 마산 개최를 너무 쉽게 생각해서 일방적으로 날짜를 정해 마산 쪽 대표 회원에게 통보하는 식이 되었다. 잘 알다시피 이런 행사는 모처럼의 중앙 행사이므로 상호 홍보 차원에서도 해당 지자체의 협조가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막상 통보를 받고 관계 지자체와 협의에 나서려고 하자 난감한 일이 앞을 막았다.

이미 유사한 문학 행사가 마산문협과 마산 예총 등 현지 문학, 예술 관련단체의 주관으로 8월에 연거푸 잡혀 있어 현대시협 행사를 하는데는 단체장 참여 등의 협조가 어렵다는 통보를 관계 지자체 당국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실제 현대시협 입장에선 현지의 형편이 어떻든 자신들만 행사를 하고 가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사태를 예상해서 미리 앞뒤 현지의 유사 행사 여부를 세밀하게 조사한 후 가급적 현지 문인들의 전폭적인 협조하에 행사가 치뤄지도록 해야 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마산의 경우 원로 이광석 시인과 호흡을 맞추어 마산 예총 회장 김미윤 시인이 거의 불가능했던 관계 지자체의 협조를 얻는 일부터 시작하여 특히 재정적 어려운 부분을 풀어 가는 구심점 역할을 해 주었다. 그리고 마산권에 현대시협 회원이 예상외로 적은 점을 감안하여 마산문협의 적극 협조를 얻어 기념품 마련과 특히 마산문협 사무국장 민창홍 시인이 행사의 장소 선정에서부터 명소 안내까지를 헌신적으로 맡아 행사 진행을 크게 도와주었다.

앞으로는 사전에 세미나 개최지의 사전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관계 당국뿐만 아니라 현지의 문학 관련 단체에도 협조 공문을 보내 반드시 현지 문인들의 많은 참여가 이뤄지도록 해야 행사가 원만하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또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명소 안내였다. 이번에는 그전에 없던 마산박물관이 문을 열고 있어 명소 소개가 하나 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마산 입장에서 보면 산호공원의 시의 거리를 보고 마산 박물관과 그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문신미술관을 보면 더 이상 볼 만한 무엇이 없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가고파 바다를 보도록 끼워 넣어 억지로 명소 하나를 첨가하기는 했지만 막상 선창에 섰을 때 죽어 있는 바닷물을 시인들에게 보여주는 기분은 썩 가벼울 수는 없는 것이었다. 대부분 이해하고 가곡 속의 그 푸른 물을 상상에서 만나는 표정을 지어 주었다.

이날은 뜻밖에 생물이라곤 살지 않을 것 같은 물속을 무심히 살피는데 도다리 한 마리가 그 탁한 물속을 힘겨운 듯 헤엄치고 다니는 것이 보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피라미 같은 어린 물고기 떼가 무리 지어 역시 얼쩡대는 모습이 눈에 띄는 것이다. 일행은 탄성을 지르며 그래도 생물이 살 정도는 되는 것으로 바닷물을 인정하는 모습은 약간의 위안을 주었다. 그러나 이 탁한 물 어느 지점에 독극물 같은 폐수가 고여 있어 저 물고기들을 삼킬는지 하는 일말의 불안은 계속 가슴을 짓누르는 것이었다.

어떻든 빈약한 대로 이번 현대시협 행사에는 마산 시립박물관, 문신미술관, 산호공원 시의 거리, 창신대학의 문덕수 문학기념관 그리고 진해에 자리잡고 있는 경남문학관을 목표 삼아 그런대로 명소 관람 일정을 마치고 행사를 마무리하였다.

마산은 문학 명소만으로도 충분히 한나절을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누구든 마산에 오면 문학과 연관된 명소만 둘러보는데도 시간이 없어 숙식을 하면서 보게끔 만들 수 있다고 필자는 믿고 있는 것이다. 현재 마산 시의 거리에 시비로 서 있는 시인의 연고지에 작은 표지석 하나씩만 놓더라도 그런 공간은 확보되는 것이며, 여력이 있다면 산호공원에 지금처럼 집단적으로 시비를 세우는 것에 그치지 말고 문학의 무대 현장에 시비를 세우거나 그 흔적을 보존하는 노력을 해 보는 것이다.

노산 선생의 문학 속의 흔적만 제대로 간수하더라도 관람객들이 혀를 내두르게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정부가 그 분의 흔적 보존을 위해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겠다는 데도 온갖 트집을 내세워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실도 지켜보기 힘들고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범시민 모금을 통한 시도도 해볼 만한데 그것도 쉽지 않은 현실이니 답답하여 이틀간의 현대시협 행사를 보며 감회의 일단을 이 자리를 빌어 끌쩍거려 본다.


계간 작은문학 제23호(2003년 가을호) 목차

■시와그림│길 ― 윤상운
■책머리에│현대시협 마산 행사를 보며 ― 오하룡
■강호인 신작시
│별을 위한 노래 2  외 10
■곽향련 신작시│비 13  외 4
■김연희 신작시│벚꽃의 잠언  외 10
■성기종 신작시│그래도 꽃은 피었다  외 9
■신명석 신작시│소제열전(小題列傳) 4  외 6
■이상규 신작시│기 도  외 4
■이월춘 신작시│목선(木船)의 꿈  외 4
■정두리 신작시│고무신 이야기  외 3
■하  영 신작시│선운사 동백  외 2
■노길자 신작동시│아기 밥  외 6
■마산기행
  결코 작지 않은 役事 ― 장윤우
■평론
  이상옥 ― 한국 현대시의 문제점  외 1
■생활 속의 발견⑨│중국 '현대문학관'에서 생각한 우리나라 문학기념관 ― 오인문
■황선락 신작 모음
  소설 ― 어떤 이별
  수필 ― 아름다운 이별  외 1
■이소리 시인의 향수에세이│옛 창원, 내 추억 속의 그 이름
■임신행 신작동화 ― 물자라와 찔레나무
■경남아동문학 내력과 현황 이창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