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藝技와 文精



전문수_문학평론가, 창원대학교 명예교수

예기란 예술적 기예를 말한다. 문정이란 문학정신을 축약한 말이다. 한 문학가를 문예와 문도의 두 측면으로 나눈다면 전자가 기예일 것이고 후자는 문학적 인격일 것이다. 시인이라면 시적 기예 즉 시예(詩藝)와 시적 정신, 즉 시도(詩道)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고 소설가라면 소설적 기예나 산문적 정신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이 어떤 예술가, 어떤 문인에게 바람직한 기대를 한다면 이 두 측면을 다 만족하게 조화시키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인간이 먼저 되고 예술을 해야 한다든가, 사람이 되고서야 시를 써야 한다든가하는 말을 흔히 듣는 것은 오직 예술적 기술자이기에 앞서 잘 인격적으로 수양되어 인륜적 덕성이나 도덕을 지니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는 이상적인 원론이리라. 그러나 최소한의 비난받지 않을 만큼의 덕목들과 양심은 갖추기를 바라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 문단의 모습, 즉 소위 중앙문단의 모습이나 지방문단의 모습, 그리고 어떤 문인을 보면 과연 우리는 문도(文道)를 지키고 있는가, 어찌 그리도 정도를 벗어나 속물화된 세파에 아주 적극적으로 타협하고 잇속만 챙기는가 하는 통탄을 금하지 못할 때가 있다. 과연 문인이라고 인정할 만한 사람이 문인이 되고 있는가, 과연 존경할 만한 문인이 협회의 리더가 되고 있는가, 문학상을 받을 만한 사람이 상을 받고 있는가, 상은 나누어 먹기식이 아닌가 하는 등 깊이 자성해야 할 심각한 상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유가 좀 거칠지는 모르지만 콩밭에는 잡초들을 뽑아 콩만 키워야 농사이고, 밀밭에는 밀만 잘 키워야 훌륭한 농부이듯이 문단도 문단이려면 문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춘 자가 모여야 하고, 이를 잘 관리하고 가꾸는 협회라야 한 나라의 문학 농사를 제대로 잘 짓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켜야할 엄격한 문학만의 특성적 잣대를 버리고 적당히 현실타협의 다양한 논리로, 적당히 불의를 호도해가면 결국은 잡초만 무성한  밭이 되어 옳은 곡식은 자연히 녹아 없어지게 되고 결국 그 밭은 모두에게서 외면당하는 폐허가 되고 말 것이다.

어떤 문인협회는 회원이 몇 천 명인데다가 연회비 10여 만 원이니 십 몇 억이 된다고 한다. 이것은 가히 기업이다. 수십 종의 문학잡지들이 정확한 자질 검증 방법 없이 시정잡배 같은 잡지 팔이를 목적으로 마구 신인상을 남발하는 기막힌 현실을 옹호라고 하듯이, 가입 원서를 무더기로 인쇄해서 실은 아직 초보적인 습작기에 있는 문인 지망생들을 정식 문단의 문인이라는 이름으로 가입을 시키고 있는 실정 때문이다. 작금 몇 년간 가히 문단을 잡초 밭으로 만들어 놓을 작정을 한 것 같다.

문단 진출의 현실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하면 그만일지 모르지만, 이는 분명히 문학정신이 썩어먹은 문인이 하는 잡배 짓인데 어찌 안일한 현실타협을 할 수가 있는가. 이는 문인 스스로가 사명유기다. 이는 어느 특정 협회의 리더들의 정신상태 문제이기 전에 우리 문인들 모두의 의식 상태문제이기도 한것이 현실이다.

문학정신, 또는 문도란 인생의 진실성에 올인하는 정신이다. 어느 광고 문구나 칼럼의 구절들에는 시인의 시구를 뺨치는 예기가 번득이는 것이 많다. 그러나 거기에는 독자를 현혹하는 사업적 목적을 빼고는 아무 것도 없다. 인생을 바라보는 깊은 철학이 없다. 어느 신인의 시를 보면 재주는 넘치는데 그 시에서 도무지 그의 시정신이 감지되지 않는다. 재치 있는 시적 발상이 있고 구성이 있으나 징그러운 언어놀이가 있을 뿐이다. 시는 형식과 내용, 즉 좋은 심미적 형식은 그에 걸맞는 인생의 진실한 문학 철학을 내용으로 감쌀 때 좋은 시가 된다. 이제 우리는 다시 문학정신을 찾아 혁명해야할 시기에 서 있다.

이런 일련의 유기적 관계는 문학적 잔재주에 앞서 그 사람의 문학적 정의와 정직성 그리고 문학에 대한 나름의 확고한 철학적 바탕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문학적 명성이나 잔재주에 눈이 어두워서 문학적 양심을 버리고 세상에 아첨한다면 문학을 제대로 아끼고 존중하는 착한 독자보다 더 악덕이다. 악서는 독약보다 무섭다는 펄벅 여사의 저 명언을 문인들은 되새겨야 한다. 글 같지 않은 것은 쓰지 말아야 한다. 쓸거리가 없거나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안 쓰는 것이 진정한 문인의 정직이고 문학적 정의이고 철학이다. 문학정신이 바르고 그래서 글이 좋은 문인을 보호해주고 옹호하는 사람이 차라리 진정한 문인이라 할 수가 있다.

이제는 누구를 탓하기보다 바로 나 자신부터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잘했는지를 반성하면서 다시 순수한 문인의 바른 자세로 되돌아가야 할 때이다. 더 늦기 전에 문학혁명을 일으켜야한다. 그러자면 우선 문인들은 거짓 없는 진실한 자기 언어로 진실한 자기 삶을 정직하고 진솔하게 표현하는 깨끗한 작품을 쓰는 것부터 배워야한다. 스스로도 감당 못하는 허황한 언어 놀음이나 거짓 문학 의식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비로소 예기보다는 문정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한 것 같다. 이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는 오늘 날의 우리나라 전반의 반성과도 통한다고 본다.

계간 작은문학 제33호(2007년 봄호) 목차

■시와 그림│유년―김규동
■책머리에
│藝技와 文精―전문수
■새발굴 연재
│崔行歸의 誥訓 1―尹在根 
■시인 김규태의 인간기행 3
  홍두표, 오제봉, 최계락, 오영재, 임하수, 한형석
■새연재│경남문단 그 뒤안길 1―강희근
■신작시 모음

동강난 고무줄  외 4―김종달
목욕탕 소감 4  외 11―도리천
소리, 경이로운 것  외 9―황길엽
■근작시
바람아  외 1―고재곤
그 하늘 아래 5  외 1―김광자
그래, 너의 새 이름은 자유다  외 1―김미숙
소한 추위  외 4―김석규
교정을 보며  외 2―석민아
바람 얼굴―오하룡
앰뷸런스 소리를 듣는 사이  외 1―이상호
홍도  외 2―정규화
그리움을 잊기 위하여  외 3―차성우
기다림  외 4―한민
숲속에 누워서  외 2―한석근
어머니  외 1―황갑윤
■문화기행
│사라예보엔 코리아의 혼이 숨쉰다―이달균
■근작수필
떡값―강수찬
보고 싶은 진돌이―강현순
歸天―김혜강
'인정 많고 행복한 병암동' 사람들 ―나순용
사냥은 사냥이로되…―배대균
밤하늘의 불빛―李兒靜
美壽에 거는 기대―이외율
호루라기―정인호
고추 가이드―차상주
하필이면 그 책 두 권을―허학수
숨비소리―황광지
나는 불륜을 꿈 꾼다―황선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