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런 때일수록
좋은 친구는
책밖에 없다
오하룡
지난호의 내용 중에서 특히 노산의 「無常」은 여러 사람으로부터 잘 읽었다는 인사가 있었다. 개중에는 처음 읽었다는 분도 있었고 언젠가 읽은 적이 있는데 다시 읽으니 더욱 새롭더라고도 하였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하는 말은 역시 노산의 비범함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하는 말은 역시 노산의 비범함에 관한 것이었다. 어쩌면 그리도 동서고금에 통달할 수 있겠느냐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無常」한 편으로도 『작은문학』이 큰 문학의 구실을 톡톡히 했다는 찬사는 기분 좋은 격려였다. 어떤 학자는 노산에 관한 연구를 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던 참이었다고 한다. 몇 군데 도서관을 뒤졌으나 원본을 보관한 곳은 없었고 복사한 것을 보관한 곳이 있었는데 그나마 상태가 좋지 않아 읽는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때마침 『작은문학』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생광스럽게 사용했는지 모른다면서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無常」을 위해서라도 우리 『작은문학』을 챙겨 보관하는 곳이 몇 군데나 될 것인지 그런 생각이 잠시 스치고 지나간다. 여력이 닿으면 「無常」을 다시 단행본으로 출간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제작비라도 건져야 하는데 그런 것을 의식하다 보면 얼른 나서지지가 않는다.
<다시 읽는 명작>은 필자가 50년대 입수한 이후 지금까지 틈틈이 보는 세계명작단편이다. 필자를 오늘 이나마 문단의 말석을 차지하도록 계기를 만들어 준 작품들이다. 오늘날은 번역도 잘된 것들도 많고 문장도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럽고 정연하다. 그런데 여기서 인용하는 작품은 50년대의 아마도 일본어본을 중역한 것으로 보이는데 문장이 거칠고 난삽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필자는 푹 빠져 읽었으니 명작은 역시 문장을 초월하여 감동을 주는 것임을 알았다. 필자가 하도 감명깊게 읽어서 다시 소개하고 있다. 벌써 이 작품들에 대해서도 좋은 작품들이었다는 격려들이 있었다. 앞으로도 10여 회 이상 더 게재될 예정이다.
지난호 과작의 시인 전의홍 선생의 신작모음에도 과찬의 반응이 있었다. 이번호에는 아동문학가로 더 알려진 임신행 시인의 신작모음을 집중 게재해 본다. 문학에 있어서나 실제 생활에 있어서나 열정으로 똘똘 뭉친 임 시인의 목소리는 언제나 한여름 날씨처럼 뜨겁다. 이들 신작에서도 그런 걸 느낄 것이다.
파성 설창수 선생도 이제 문학사 속으로 사라졌다. 생전 그와의 인연을 가졌던 사람들은 많다. 아쉬운 대로 영별의 자리를 마련해 본다. 원고를 주신 분들게 감사를 드린다.
이번호도 청량한 시냇가에서 잠시 머리를 식힌 만큼이나 보신 분들의 기분을 산뜻하게 하는 역할이었으면 기대해 본다. 어려운 때일수록 좋은 친구는 책밖에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계간 작은문학 제9호(1998년 가을호) 목차
■시와 그림│슬픈 가을 ― 박재삼
■사진 속의 파성 설창수 시인
■책머리에│이런 때일수록 좋은 친구는 책밖에 없다 ― 오하룡
■추모특집 파성 선생을 말한다
파성(巴城) 시백(詩伯)과 나 - 김동렬
파성 선생을 영결하고 - 신상철
파성 선생과의 사건(事件) 이제(二題) - 오하룡
언론에서도 당당함이 - 이광석
파성 선생과 나 - 이덕
파선 선생과의 인연(因緣) - 이월수
파선 선생과 남강 - 정목일
나와 파성 - 하종갑
정의와 순수의 초상(肖像) 그 서러온 정조(情操) - 하길남
■임신행 신작시 14편│바다는 우리를 사랑에 눈뜨게 하고 외 13
■시
정말로 소도 가는데 외 2 - 이선관
뱀은 뒤로 가지 않는다 - 김용길(金龍吉)
독거노인 외 4 - 이영자
다도해(多島海) 외 2 - 이나열
송백댁 외 2 - 고증식
슬픈 밤 외 4 - 윤재환
십자가 목걸이 외 2 - 송시월
티눈 외 2 - 박미정
소요 - 김학선
덩굴손 - 최종진
■시조│영화처럼 5 외 2 ― 강현덕
■신인작품│봄비가 내리면 외 4 ― 박연복
■이승희 번역시
병원문 앞에서―김교한
母鄕 ― 오하룡
강 1 ― 고영조
■동시│난 알지요 외 2 ― 문삼석
■콩트
고양이 교장 퇴임식 - 권정석
넘지 못할 선 ― 김수
■수필
동백꽃 少女 ― 안명수(安明洙)
뽑힌 무궁화 ― 이외율
강낭콩 한줌 ― 김원숙
■평론│누가 시인이 되는가 ― 김홍섭 영원한 귀거래사 혹은 자연과 화해에의 욕망 ― 서석준
■시 계간평│위기시대와 시적 정서 ― 이상옥
■다시 읽는 수필│隨筆이란 무엇인가? ― 朴文夏
■다시 읽는 명작│가난한 사람들 ― 빅토르 위고
■서평│정제된 형식미와 아름다운 주제와의 조화 ― 김문홍
■투고서평│『한석우의 역사산책』을 읽고 ― 조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