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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작가의 말

 

1부 돌아보니 아름다운 세상

 

잃어버린 나를 찾아

참새떼 나는 고향 들녘

꽉찬 지혜의 열매

지상에서 영원으로

삼각공원의 풍물놀이

함께한 시간

돌아보니 아름다운 세상

하늘에 피는 꽃

가루비 내리는 아침

보이지 않는 힘

음정 마을

다시 찾은 운문사

 

2부 고목에 피는 꽃

 

향기

인화지에 쏟아놓은 깨알

방귀소리

변하지 않는 얼굴

남다른 인연

미워하지 말자

병원 옥상에서

풍경이 바람을 만나다

선물

1번 버스와 낙동강변

고목에 피는 꽃

에덴동산

 

3부 인연의 끈

 

눈 내린 새벽

눈길이 머물게 하는 곳

인연의 끈

고난의 시간을 지나면서

꼴찌 할머니의 추억

내 친구 강 주임

사진 한 장

보온병

용서

추억의 노란 냄비

입양

산사에 불던 바람

 

4부 치마폭에 묻어둔 세월

 

강변을 스치는 가을 바람

어느 날의 호사

할미꽃 향기

봄의 향연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달빛 아래 메밀꽃

택배로 맺어진 인연

누워있는 옷, 서있는 옷

시간 여행

가을, 겨울 그리고 여행

금연 유감

연휴의 한가로움

치마폭에 묻어 둔 세월

 

해설

 

자기 정체성 찾기

-파도에 부딪치면 모난 돌도 몽돌이 되지 않을까

 

하길남(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1. 들어가는 말

 

우리는 대체적으로 수필을 쓸 때, 말할 것도 없이 자기 자신 즉 작가의 삶에 주목하게 된다. 중수필이 아닌 이상, 주로 자기 자신의 일상생활을 쓰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화자의 수필은 소재가 다양하다는 것을 먼저 느끼게 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수필의 소재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절대자가 만물을 조성했다면, 그 만물에 대한 이야기를 화자는 쓰고 있는 까닭이다. 한 마디로 주제의 다양성에 놀라게 된다. 그런 까닭에 개인의 이야기처럼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다.

우선 화자의 수필 52편을 훑어보면, 꽃을 주제로 한 수필이 4, 바람이 4, 그 외 여행, 세월 등의 순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는 화자의 관심사항을 짐작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우리는 수필이라면, 작가의 신변사에 대해 주목하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수필을 거의 모두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화자를 제외하고, 우리 수필가들 가운데서 꽃이나 풀 등 자연을 주제로 작품을 써오고 있는 이들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화자야말로 앞으로 우리들이 주목하게 될 작가가 아니겠는가 하고 나름대로 짐작해 보게 된다. 사실상 우리들의 신변사, 그 이야기들은 누구나 다 체험하는 일반적이 이야기여서, 특별히 관심이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우리들의 일상사는 모두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 별다른 곡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자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해 보는 수필들과는 달리, 신변사보다, 사물에 대한 주제 즉 대부분의 작품에서 보게 되는 작가 자신의 일상사보다, 우주에 널려있는 우주 만물에 대한 탐색으로 작품들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무척 재미가 있다. 특히 방귀소리, “누워있는 옷‘’ 등 그 제목만으로 얼마나 재미있는가.

 

(1) 수필과 교훈 및 재미

 

요즘은 재미있는 단어의 격이 높아진 시대라고 생각된다. 사실상 세상을 이끌어가는 힘의 원천이 이 재미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하겠다. 우리는 한 때, 이 재미라는 말에 필요 이상으로 색안경을 끼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아무리 영양가 있는 음식이라 하더라도 맛이 없으면, 그 음식의 격이 떨어지듯이 말이다.

이른바 미식가라는 명칭까지 득세를 하고 있는 세상이 아닌가. TV를 켜보면 단연 음식문화에 대한 프로가 단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화자의 잃어버린 나를 찾아라는 수필을 읽어보면,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자가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 주어진 의무를 다한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가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사실 우리는 무서운 세상에 서로 경쟁해 가면서 살고 있다. 잘못하면 세상 물결 속에 정신없이 휩쓸려 가고 마는 것이 아닌가. 긴 인생 여정을 더듬어 보면, 행복, 불행, 기쁨, 슬픔, 등 여러 가지 곡절들이 뇌리를 스쳐간다. 지나간 세월 속에 승화되어 우리 부부 사이에 남아있는 유일한 단어는 감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감사와 행복이란 두 단어를 생각해 보면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어느 책에선가 늙은이를 다음과 같이 분류한 것을 보았다, 활기찬 고령, 평범한 고령, 비참한 고령 등 세 가지로 분류해 놓고,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를 생각해 본다. 어렵고 힘든 사람은 현실의 뒷자락에 묻혀 과거사가 되고 있다. 한 순간처럼 짧게 느껴지는 인생이여,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늙어서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 또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에서.

 

남편은 어느 날 문학을 좋아하는 나의 마음을 헤아려 주었다. 칠순의 늦깎이지만, 늦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제는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보라며 손에 연필을 건네주었다. 실아온 정이 이런 것인가. 감동의 순간이었다. 평생교육원에 나가 일주일에 한 번 3시간씩 강의를 열심히 들었다. 때로는 몸살을 앓은 적도 있지만, 남편이 베풀어주는 깊은 마음이 약이 되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피난 노력은 나를 외면하지 않았다. 글을 쓸 수 있어 감사하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연금이 있어 감사하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에서.

 

아들아 사랑한다. 나는 네가 있어 든든하다. “여보 사랑해그 동안 고생 많았어, 이런 대화를 하면서 지내는 가정의 아이들은 학교 폭력 또는 성폭력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되지 않겠는가. 건전한 가정이 많으면 많은 만큼 우리 사회는 밝게 성장할 것이다. 학교 교육도 물론 중요하다. 선생님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이 있는 한 학교 교육에는 한계가 있다. 각 가정에서의 대화와 교육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소금 역할을 할 것이다.

-(가을 겨울 그리고 여행)에서.

 

기족의 건강과, 항상 재미있는 삶을 살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특히 새해에는 더 알뜰하고 후회 없는 삶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염불과 목탁소리에 시름이 녹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봄을 기다리는 앙상한 나무들도 염불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시원한 산수 한 모금이 세상 속에서 찌든 때를 씻어내렸다. 햇살은 나뭇가지 사이로 새들과 화음을 맞춘다.

-(산사에 불던 바람)에서.

 

가슴 밑바닥에서 슬픔이 터져나왔다. 언제나 다정다감한 말씀으로 조용히 사랑해 주시던 선생님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병원에 3개월 동안 입원하였다는 말을 듣고 전화 한 번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선생님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3개월의 병원 생활이지만, 선생님의 마음이 얼마나 추운 겨울이었을까 생각하니 또 한 번 가슴이 미어진다. 몸을 지척이다 날이 밝았다. 해마다 가는 꽃집을 찾아가 국화꽃과 과일을 준비하여 선생님이 안장된 창원시립 상복공원으로 찾아갔다. 선생님께 인사를 올렸다.

-(이 세상 소풍이 끝나는 날)에서.

역경의 끝은 꽃향기를 가져오고 아픈 바람은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 구름 한 조각이 흔들리는 내 모습과 같다. 겨울 칼바람은 마음을 시리게도 하였지만, 언제나 내 마음 한 구석에서 훈풍 한 줄기 불고 있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다.

-(용서)에서.

 

사림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누가 말했던가. 생각해 보면 사람의 마음은 꽃처럼 지지 않고 가슴에 살아 있기에,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답다고 하였던 것 같다.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연은 사 계절 인간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아낌없이 주고 있다. 누구에게나 저 꽃들처럼 봄 향기같은 심성은 있을 것이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듯이 내 생의 봄날은 지나갔지만, 아직 가을은 저 멀리 있다. 누가 들으면 웃겠지만, 마음은 푸르다.

-(봄의 향연)에서.

 

세상이 험난해도 가식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소박한 여정의 자취를 남기고 싶다. 보릿고개시절 보기 드물었던 대학생 남편을 만났다. 당시 박봉이었던 공무원 월급이었으나, 불만없이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 무사히 정직 퇴직한 남편이 있기에 노후에 매달 25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살아온 생에 감사하며 조심조심 걸어가련다. 내게 있어 수필은 할미꽃의 아픈 등처럼 굽고 머리 숙이는 겸손을 내게 가르쳐 주었다.

-(할미꽃 향기)에서

 

복국, , 돈까스, 복 튀김 등 다양한 복요리를 맛있게 먹고 숙소로 왔다. 멀리서 준비해온 딸의 많은 간식거리로 잔치를 벌었다. 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나누는 즐거움은 행복 그 자체였다. 효도하려고 애쓰는 자식들의 마음이 눈물나도록 고마웠다.

(어느 날의 호사)에서,

 

줄서기, 멸치 쌈밥, 멸치회 무침, 복요리, 장어구이, 파도가 몰고온 바닷바람, 황홀했던 은파, 백사장 등 12일의 촌음 같은 시간이 나에겐 긴 추억으로 남는다.

-(어느 날의 호사)에서.

 

우리는 앞에서 인용한 글을 읽어보면, 진정 사람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무엇이며, 사실상 사람은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하여 사는가 하는 귀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또한 그 답을 곰곰 헤아려 보게 된다.

 

어렵던 시절 명절이 돌아오면, 신발 한 켤레만 사주어도 좋아서 밤잠을 설치던 옛날이 떠오르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아침에는 제사 밥을 먹고 점심 때는 떡국을 먹는다. 그 많은 떡국을 끓여 내는 며느리나 질부들이 볼수록 대견해 보인다. 차례음식도 방과 마루에 모여 앉아 맛있게 먹으면서 건배를 외치며 부딪치는 술잔 소리가 명쾌하게 들린다.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동생들의 환한 얼굴에서 미래의 화합된 가족애를 보는 것 같다.

-(사진 한 장)에서.

 

여러 곳에서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름 모를 꽃잎들의 향기가 천지를 진동시킨다. 담장 너머 저녁 무렵 쑥국 냄새가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한다. 어떻게 나의 마음을 알았을까. 추억어린 노랑 냄비에 쑥국 두 그릇을 가져왔다. 삼십년이 넘은 끈끈한 정을 쑥국에 담아온 이웃의 정을 어떤 것에 비기며 표현하랴. 한 술 뜰 때마다 봄 내음이 입안에 가득 찬다. 쑥을 보면 보릿고개 시절이 떠오른다. 굶주림에 보리와 쌀 싸라기로 죽을 끓여 허기를 면했던 죽을 잊지 못한다.

-(추억의 노랑 냄비)에서.

 

가족의 건강과 항상 깨어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의 삶이 알차고 후회 없는 날이 되기를 기원하였다. 염불과 목탁소리에 시름이 물러가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산사의 부근에는 때 아닌 꽃이 피어 불자들의 마음을 더욱 밝게 해주었다. 봄을 기다리는 앙상한 나무들도 염불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산사에 불던 바람)에서.

 

고양이는 영물이라고 하지만, 부엌에 그냥 둘 수가 없었다. 다섯 마리를 상자에 넣어 길거리에 내다놓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침 등교시간이라 초등학생 남자 아이들이 보고 귀엽다고 휴대폰으로 엄마에게 고양이를 집에 데리고 갈까 의논을 한다. 엄마의 반대에 어떤 아이들은 울먹거리기도 하였다.

-(입양)에서.

 

손 편지를 받는다는 것은 행운이다.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묻고 지냈지만, 이렇게 감동을 주니 친구야 고맙다. 편지에서 한 말은 그냥 지나가는 말보다 농도가 짙고 향기롭다. 말은 듣고 나면 잊어버리기 쉽지만, 편지는 몇 번이나 읽을수록 정감이 간다. 나를 잊지 않고 있다는 친구들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제는 건강이 안부의 전부가 되고 있다.

-(인화지에 쏟아놓은 깨알)에서.

 

가을에는 가족과 함께 거창하지 않는 여행 계획을 한 번 잡아보자. 그 동안 부자간, 부부간, 형제간의 나누지 못한 대화를 이번에는 서로 나누어 보도록 하자. ‘아들아, 사랑한다. 나는 네가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여보, 사랑해, 그 동안 참 고생 많았소.” 이와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살아가는 가정의 아이들은 가정 폭력이나, 성 폭력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기 되지 않겠는가. 이러한 가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가정은 밝게 성장할 것이다.

-(가을, 겨을, 그리고 여행)에서.

 

시집은 가지 않고 고양이 한 쌍과 애완견 한 마리와 같이 살고 있는 처녀, 부모님에게도 효도하자.

-(방귀소리)에서.

 

오늘날은 자기 부모보다도 애완동물과 같이 사는 이들이 많다. 뱀 수십 마리와 같이 사는 이도 있다. 효도라는 개념은 사라진 세상인가 싶다. 아기 울음소리도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듣기 힘들다고 한다. 그 속에 사연은 있겠지만, 순간순간 잊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삼각공원의 풍물놀이)에서.

 

엄동설한에 그 먼 길을 찾아온 손님이 바로 여기 있었네, 반갑다 반가워 호들갑을 떨며 나를 부를만한 이유가 있었네.‘ 라며 둘이는 허리를 구부리고 코를 벌름거렸다. 좋아하는 모습이 꼭 어린애 같다. 서로 손을 잡아 흔들며 실컷 웃었다.

-(내 친구 강주일)에서.

 

홍매화와 군자란을 보고 이렇듯 어린 아이들처럼 감격에 젖는 모습이 순진하지 않는가. 위에 예를 든 작품을 읽어보면 화자가 바로 순진한 어린이처럼 느껴진다. 그렇다. 화자는 나이를 떠나서 동심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화자의 생활 지침이랄까, 그가 지향하는 곳이 바로 순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순수에의 귀환, 삶의 진정성, 티 없이 살고 싶은 화자의 아름다운 마음을 알게 된다. 글 쓴다는 의지, 그 노력이 바로 화자에게 있어서는 스님이 도를 닦듯, 자신을 닦는 길임을 독자들은 알게 된다.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에 태어났으며 지금 삶을 영위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이대로 방치하면서 살 것인가. 이번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자신의 뿌리를 알려줄 것이다. 가정 예절을 꼭 지켜야 한다는 점을 교육할 것이다. 이들이 직장이나 학교에 돌아가면 한결 밝은 사회가 앞당겨지지 않을까? 명절에 튀김냄새가 동네를 진동하듯이 생활의 향기가 우리 주변에 터졌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경남신문 촉석루)에서.

 

나의 손자 손녀들이 좋은 점수를 받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서 많은 것을 배우고 부모님께 효도하여 사회에 봉사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이 늙은이는 수능일 아침에 차 한 잔으로 기원해 본다. 보온병 같이 마음이 따뜻한 사회와 사람들을 위하여

-(보온병)에서.

 

굳은살과 흉터에는 기쁨과 눈물의 자국이 함께 섞여 있다. 살다 보면 때로는 가까운 부부 사이에도 굳은살이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살아가는 게 우리네 인생인가 싶다.

-(가루비 내리는 아침)에서.

 

요즘 새들은 세월의 변화를 느끼는 거 같다. 아니면 머리가 좋아진 것일까. 허수아비를 세우고 깡통을 두드려도 겁을 내지 않는다.

-(참새 떼 나는 들녘)에서.

 

이별은 그리움을 낳고 그리움은 진한 사랑을 낳는 것일까. 엘란트라와 20년의 세월이 한 순간처럼 스쳐 지나간다

-(온 몸에 상처를 입고)에서.

 

친구를 만나는 날이면 그저 마음이 즐겁고 기쁘다. 일주일에 한번 평생교육원에서 함께 수강하고 있다. 세상은 험악하고 각박하지만 살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친구는 나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대보름날 꼭 만나자는 것이다. 사람을 이렇게 감동을 주는 것일까.

-(함께한 시간)에서.

 

나는 늘 빚진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가끔 밥 같이 먹자는 전화를 받을 때엔 먹어서 보다, 그 고마운 마음에 감사한다

-(산에는 보슬비가 내리다)에서.

 

아름다운 향기나는 세상의 꽃으로 살고 싶다

-(하늘에 피는 꽃)에서.

 

2. 나오는 말

 

앞에서 우리가 보아왔듯이, 화자의 수필은 곧 자기 찾기가 된다 하겠다. 하기야 세상에 살면서 자기를 못 찾고 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하겠다. 그러나 사실상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정체, 그 삶의 방향이나 운명적 거점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있는 이가 적지 않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화자의 수필에서 이 점에 대하여 결연한 사명감을 갖고 역설해 온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평문의 제목도 자기 정체성 찾기라고 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그 어느 수필가보다 화자의 글은 참으로 읽는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은 조명을 해봐야 하겠다는 각오를 하게 될 것으로 믿어진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모두 완성품이 아닌가, 그러나 미완성품으로서 모든 생명체들에게 누를 끼치며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가 바로 인간이 아닌가. 그래서 사람을 위해 각가지 종교들이 진을 치고 있으며, 그래서 천당이나 지옥이라는 것이 필요했다는 것이 아닌가.

화자가 이른바, 인간 그 자기 찾기라는 제목을 두고 한 권의 수필을 쓰게 된 것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한 마디로 인간다운 삶, 자기 사명을 다 하면서 그 흔적을 남겨야 하리라는 사명감에서 이 수필집을 낸 것에 대해 그 어느 글보다 값지다 하겠다. 인간, 그 자기 찾기, 그렇다. 이보다 더 절실한 것은 없다 하겠다.

우리는 화자의 글에서 다시 한 번 이승을 어떻게 살다갈 것인가 하는 중대차한 사명감을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인간과 같이 살게 된 모든 존재들에 대해 사랑과 연민의 정을 쏟고 있는 화자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찬사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더욱 좋은 수필집을 펴내어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 깊은 삶의 감동을 지펴 줄 것을 간곡히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