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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斷想



오하룡



인터넷을 한다고 해도 겨우 아는 사람 홈페이지를 찾아다니며 '게시판'이나 '방명록' 따위에 간신히 몇 마디 의견이나 올리는 수준 가지고 감히 네티즌 티를 낸다면 그것보다 가소로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해당되는 사람이 미안하게도 필자이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도서출판 경남' 이름으로 홈페이지를 만든 지가 1년을 넘어섰다. 그리고 필자 개인 홈페이지 역시 그 무렵 문을 열었다. 같이 숙식을 하고 있는 아들 녀석 덕분이다. 이런 걸 전문가한테 의뢰하면 꽤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런 비용을 들여가며 만들어야 한다면 우리 형편에 아마 만드려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어떻든 만들어 활용하고 있고 덕분에 남의 홈페이지에 기웃거릴 정도는 되었으니 개인적으로 좋은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할까.

요즘은 대부분 한글로 검색해도 바로 원하는 사이트가 열린다. 그만큼 편리하게 되어 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기는 했으나 일단 사무실 주 업무인 일을 하는 틈틈이 관리하다 보니 어떨 땐 며칠씩 들여다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주 열어보고 그때그때 회신을 올리고 새로운 소식도 계속 올려야 하는데 그것이 여의치 않으니 자주 들어오던 사람들도 금방 실망을 하고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리고 만다.

'도서출판 경남'의 경우 초기 화면이 계속 나가고 있다. 그 동안 신간도 꽤 나오고 했는데 그런 걸 통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도 호기심 때문인지 내방객이 지금 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걸로 보면 계속 관리만 잘하면 제법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서고 있다. 그것이 영업적으로 어떻게 연결될지 미지수이긴 하지만 일단 어떤 가능성은 발견한 셈이다.

필자의 개인 홈페이지는 내방자 기준으로 보면 형편없다. 워낙 무명인 탓도 있지만 연령적으로 노년에 접어들고 보니 아는 사람이 찾아드는 경우가 희소한 셈이다. 문단으로 보더라도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연령층일 수밖에 없는데 그들은 거의 인터넷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니 자연 내방객이 제대로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필자 연령층이며 비교적 유명문인으로 지명도가 있는 사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그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지명도만큼 이용되지 않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 분들의 홈페이지를 보면 대부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필자처럼 손수 홈페이지를 관리하지 못하므로 메뉴의 변화가 별로 없다. 대부분 초기화면이 그대로 살아 있고 새로운 내용을 올린다 하더라도 몇주 또는 몇달 만에 한번씩 신작이나 새 소식을 드문드문 올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한계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그런데 젊은 문인들의 홈에 들어가 보면 상당히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일근 시인의 경우 홈페이지가 비교적 늦게 개설되었는데도 그 이용 빈도는 놀라울 정도다. 새로 올리는 메뉴마다 거의 수백 명씩 접속하고 있다.

정 시인은 좋은 작품을 쓰는 시인으로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폭넓게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 그가 울산이라는 대도시 종합대학(울산대학)의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 교수라는 직책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필자 같은 중늙은이가 볼 때는 하나의 경이로서 다가오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작품이 좋고 관리를 잘하면 이렇게도 그 기능이 능동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정 시인의 홈을 보면 정 시인이 부지런히 관리를 잘함을 발견할 수 있다. 시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문단의 단편적인 소식도 올리고 화제가 되는 비평도 인용되고 있고 모임 참석이나 간단하게 자신이 직접 체험한 삽화 적인 여행기도 소개하고 있다.

정 시인의 홈을 방문하면 풍성한 읽을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런 홈에 왜 방문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대다수 네티즌이 젊은 만큼 그런 젊은이들의 기호에 정 시인이 차려내는 메뉴가 식성에 맞는 것에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의 반짝이는 풍부한 감성의 상차림에 늙은이들이 무딜 대로 무딘 감성으로 어떻게 대적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늙은이의 그것으로는 젊은이들과 아무래도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싶다.

필자의 경우 아들아이로부터 자상한 설명을 듣는다. 물론 메모도 하고 연습도 한다. 그런데 막상 혼자서 인터넷과 씨름하노라면 진도 없이 제자리에서 헤맬 때가 많다. 일러 준 명령체계대로 실행하는 데도 그대로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물론 서툰 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쓸데없이 덤벙대다가 엉뚱한 키를 건드려 컴퓨터 자체를 다운시키거나 에러를 범해 재시동하는 어이없는 경우가 빈발하는 것이다.

글쓰는데 몰입해서 제법 긴 글을 만들었는데 막상 '올리기'에 가서 올린다는 것이 그냥 클릭해 버려 글을 날리는 어이없는 행동을 다반사로 저지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시간만 소모하고 실적은 미미하고 화면 앞에서 돋보기를 낄 수도 없으니 눈은 쉽게 피로해지고 만다. 이렇게 되면 컴퓨터 앞을 물러설 수밖에 없게 된다.

컴퓨터와 비교적 오래 생활하며 인터넷을 만지는 필자의 수준이 이 정도이고 보면 대다수 필자 또래의 네티즌들이 마음놓고 돌아다니며 인터넷을 활성화하기를 기대한다는 자체가 무리임을 알게 된다. 자연히 노년층이 개설한 사이트는 관리가 부실하게 되고 만다. 당연히 내방객의 반응이 좋을 리가 없다.

인터넷과 친해지고 될 수 있으면 익숙해지면 좋으련만 마음에 행동이 따라주지 않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지금은 그래도 자식애가 급할 때는 도와주니까 그런대로 넘어가지만 그럴 형편도 못된다면 더욱 처량하게 될 소지를 안고 있다. 비애스런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서툴지만 이렇게 돌아다니다가 만난 글이 이번 호에 몇편 들어있다. 정일근 시인의 에세이가 그것이고 장정임, 강세화 시인의 작품을 만난 것도 그것이다. 정 시인의 에세이는 그의 홈페이지에서 보고 단숨에 읽고 그것이 어느 일간지에 연재되었으나 잡지에는 나가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래서 본지에 싣도록 양해를 받았다. 그의 솔직한 문학 체험이어서 누구나 감동을 받으리라 확신한다.

장정임 시인은 요즘 여성 잡지 '살류쥬'에 푹 빠져 만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그의 작품도 그냥 부탁해선 얻기가 어렵다. 필자는 그의 홈에 들어가 보았다. 의외로 거기에 작품이 많이 떠 있었다. 이걸 보고 부탁하는 데는 그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싣게 된 것이다.

강세화 시인 역시 그의 홈에서 보고 만난 작품이다. 그는 지금은 울산문협으로 간 것이 되지만 같은 경남문협에서 작품으로 항상 가까웠던 사이여서 최근 그의 활동이 궁금하던 참이었다. 이런 작품들은 다 인터넷 덕분에 확보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보고 선택했으니 그만큼 작품 확보가 쉬웠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서툴지만 이런 식의 지면 가꾸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이번 호도 마무리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읽을거리가 아니겠는가.


계간 작은문학 제16호(2001년 봄호) 목차

■고 황선하 시인 추모 화보
■책머리에│인터넷 斷想―오하룡
■강세화 신작시 모음│꽃잎 편지  외 9
■김동현 신작시 모음│은응나무 그늘에 앉아  외 9
■김형욱 신작시 모음│현장 그 빈자리  외 5
■이여상 신작시 모음│섬에서 두는 바둑  외 1
■장정임 신작시 모음│시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외 7
■유고│方仁永―낮달/寂 7
■이승희의 번역시
  가을 周王山(Mr. Ju―wang in Autumn)  외 2―하영
■시인 정일근의 자전 에세이│나의 슬픔, 사랑, 분노, 부끄러움 그리고
■발굴작품│자화상  외 3 ― 임종국 등단작품
■생활 속의 발견④│자기 인생의 '최고 경영자' 되기 ― 吳仁文
■수필
 
思夫曲 - 김길선
  예술가들의 병  외 1 - 김병익
  人性 키울 백년대계 세우자 - 김형석
  무너지는 '언어 예절' - 閔大植
  건망증 - 박충일
  광우병(狂牛病)과 알츠하이머- 서유헌
  小人이 君子를 講하는 시대 - 서지문
  대도 조세형을 다시 보니 - 엄상익
  요즘 아이들, 옛날 어른들 - 왕혜경
  信用 잃고 쭉정이로 살아서야 - 윤재근
  國語 망치는 '마구잡이 번역' - 이우석
  지식인들의 인색함에 대하여 - 전문수
  빨리, 그리고 천천히 - 정목일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추창영 
■다시 읽는 수필│불행탐지기 ― 김소운
■소설│메아리 ― 진계림
■신인 소설
│파종 ― 공영해
■서평│일상의 언저리 ― 이학수
■평론
│「분단문학 비판」에 대한 비판 ― 김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