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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환경오염, 문단오염
이상개
오랜만에 고향엘 갔다.
고향은 자꾸자꾸 변해 가고 있었다.
시골 구석이었던 내 고향땅, 은어가 올라오던 맑은 시내, 키큰 포플러 나무, 꾸불꾸불 이어가던 들길, 소 풀 뜯으러 오르내리던 뒷동산…….
시냇물가엔 시멘트 방축으로 쌓였고 악취를 풍기는 오폐수가 흘렀다. 포플러 나무는 온데간데 없고 은행나무나 벚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었다. 논밭도 들길도 흔적 없고 주택지, 상업지, 아파트 단지 할 것 없이 온통 건물들로 꽉 들어차버렸다. 뒷동산의 나무들은 울창하긴 했어도 등산객이나 약수통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붐비기만 했다. 더욱 유감천만인 것은 인심이 아주 변해버린 점이었다.
상전벽해라는 게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환경이 변해서 사람이 변하는 건지, 사람이 변해서 환경이 변하는 건지 두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학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학이나 예술이 인간의 정서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 볼 때 전연 무관하지 않으며 아직도 우리는 물질보다는 정신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문학은 인생을 더욱 살찌우게 하는 영양제라 할 수 있다.
문학의 세계에선 작품을 우선으로 따진다. 나도 그런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도 좋지만 작품을 쓰는 사람의 인품이 존경의 경지까지는 몰라도 사람다워야 한다는 게 내 주장이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해버렸다. 고향산천이 변하듯 문단이라는 곳도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정이 메말라 버렸다. 현실이 아무리 각박하다 하더라도 현실만을 탓할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정의 교감이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1996년은 '문학의 해'였다. 그러나 실질적으론 내실을 기했다기보다 행사 위주로 흘러버렸다. 충분한 준비 기간과 검토를 거쳐 기념비적인 사업을 남기는데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 말하자면 좋은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상한 점은 문인들의 단체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하기야 전국의 문인이 7,000명도 더 된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자유 경쟁시대라 능히 그럴 수 있다치자. 회칙이나 정관에 보이듯 '친목도모' '권익보호' 빼고 나면 그게 그거다. 그런데다 중복으로 가입된 회원들도 숱하다. 많은 단체에 중복으로 회원이 되어야만 문인으로 행세하는 것일까. 장짜리 차지하겠다고 편법에다 권모술수까지 동원하고 편 가르기, 세 불리기…… 꼴 좋다. 문단오염이 별것이냐.
상이라는 것도 그렇다. 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는 이도 있는가 하면 반론을 제기하는 분도 있다.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상은 당연히 받아야 할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옳다. 그런데 문제는 상을 주겠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기에게 상을 달라고 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작태는 살아 생전에 시비까지도 세우는 꼴까지 보게 만든다.
이런 저런 생각하면 한심스럽기만 하다. 일간지의 신춘문예나 문예지의 신인상 공모에 장르 구분 없이 상금을 꼭 같이는 못주고 왜 차별해야 하는지? 이런 거 권익보호 차원에서 바로 잡는 것이 더 급한 일이 아닐까?
위천공단 조성을 두고 낙동강의 상류와 하루지방민들의 첨예화한 대립과 갈등은 지역이기주의로만 볼 것인가? 정권을 앞에 둔 흥정물에 불과한가?
이제 우리 문인들도 본연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며 나아가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절실히 깨닫고 경종을 울릴 작품들을 더 많이 써야 할 때이다.
계간 작은문학 제4호(1997년 겨울/봄호) 목차
■시와 그림│책―헤르만 헷세, 봄이 오면―박태문
■책머리에│환경오염, 문단오염―이상개
■동화│얼음궁전―문선희 등꽃이 지던 날―김양미
■수필│분필 삼만리―권정석 四柱八字 외 1―이외율
■시
風葬 ― 정민호
데라우치문고는 데라우치문고가 아니다 외 1 ― 이선관
겨울 대산리(大山里) 외 1―방인영
기다림 외 1 ― 이재금
접대(接待) 외 1 ― 정우일
까치밥 외 1 ― 이효정
겨울 산행(山行) 외 1 ― 이상원
득과 실을 위하여 외 1 ― 김수부
서러운 계절, 베가본드여 ― 강파월(姜巴月)
강 외 1 ― 강득송
하수구 외 1 ― 배재경
■신인시
눈물의 이유 외 2―윤재환
달밤 외 2―강영은
■번역시│늙은 짐승을 위한 흥분제 외 1―by John Berryman, 이승희 역
■콩트│마지막 귀향―한후남
■다시 읽는 명작│고독―모파상
■평론│隨筆 題目 小考―하길남
삶의 한가운데에서의 시(시조계절평)―김연동
일제 강점기 시전문지 『新詩壇』―송창우
■작은 이야기│「嶺文」시절의 回憶―방인영(方仁永)
■다시 읽는 소설│모래톱 이야기―김정한
■단편소설
찢어진 法衣―최명학
바다의 덫―장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