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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신년호를 내면서
                 


오하룡


책을 약속대로 제때에 못내 송구스럽습니다. 『작은문학』은 돈되는 것이 되지 못합니다. 도서출판 경남의 바쁜 일이 걸리면 어쩔 수 없이 밀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형편을 당연시하는 건 아닙니다. 어려운 사정에 대한 이해를 바랄 따름입니다. 뻔뻔스럽습니다만 앞으로 겨울호 제작은 이런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됨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문학 연간집이나 학교 교지 등이 지역출판사의 일 중에서 비교적 비중이 큰 일인데 이들 일이 겨울 연말년시에 몰리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작은문학』이 제때 간행되도록 하는 노력에는 딴 말이 있을 수 없음을 다짐해 둡니다.

이번 신년호에는 제한된 지면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하다 보니 갈등을 겪습니다. 신작도 많고 놓친 작품이나 다시 보고 싶은 작품에 대한 취사선택에서 진땀을 흘렸습니다.

작가 연대가 불명확한 러시아의 흘러간 작가 오왈로프의 단편을 다시 읽는 명작으로 선택하였습니다. 순진한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고 윤태림 교수의 수필 몇 편을 다시 읽는 수필로 뽑은 것은 다소 진부한 듯하나 그 분의 카랑카랑한 한국혼을 현대의 독자에게 다시 전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최창조 교수의 긴 수필에 욕심을 낸 것은 우리 나라 매장 문화의 왜곡된 현장을 우리 독자들과도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까 해서입니다.

김열규, 김우종, 이남호 교수의 비교적 짧은 수필들은 잘 쓴 수필이라기보다 재미있고 알맹이 있는 수필의 한 정형이라는 느낌 때문에 뽑아보았습니다. 사전에 이분들게 양해드리지 못한 부분은 이 자리에서 사과드립니다.

경남 합천 출신 고 이주홍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은 그분에 대한 애정 때문입니다. 소설 방식으로 쓰신 탓에 허구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그분의 성장기를 이해하는 시초가 될 것 같습니다. 아울러 인간 이주홍의 사진 앨범도 준비해 봅니다. 임신행 편집위원의 도움이 컸습니다.

아무쪼록 『작은문학』이 손에서 놓치기 싫도록 사랑받는 문학지가 되기를 바라면서 신년호를 냅니다.

여러분, 새해는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것 같습니다만 부디 승리한 쪽에 굳건히 서기를 기원드립니다.



 계간 작은문학 제7호(1998년 신년호) 목차

■다시 보는 그리운 모습│향파 이주홍
■시와 그림│거지 ― I.S.투르게네프
■책머리에│뒤늦게 신년호를 내면서 ― 오하룡
■시, 시조, 동시
  홍도(紅島)  외 1 - 전기수(全基洙)
  조수옥 원장께 드리는 작은 시 한 편 - 이선관
  귀향 - 하길남
  산 (8)  외 1 - 이향안
  아기를 안으면  외 1 - 강구중
  환희  외 2 - 이효정
  어느 관음도(觀音圖)  외 1 - 이상규
  일과  외 1 - 주기문
  장다리꽃  외 2 - 송인필
  혼자 걷는 밤  외 2 - 이득수
  불감시대  외 1 - 이명호
  농아  외 2 - 이나열
  잊으리  외 2 - 이봉희
  장마  외 2 - 황길엽
  개구쟁이  외 2 - 노여심
  화랑대에서  외 1 - 이찬희
■신인작품
  이 겨울엔  외 2 ― 손영도
  천둥  외 1 ― 김영순
■번역시
 NO TITLE ― by John Berryman, 번역 이승희
 무제 ― 번역 이승희
 舞 ― 이광석, 번역 이승희
■수필
사부곡(思婦曲) - 김시철
몸때는 씻고 마음 때는 올리고  외 2 - 김열규
황진이의 에로티시즘 - 김우종
골프군 러브호텔면 가든리 - 이남호
호화분묘 - 최창조
진짜 거품 - 옥유진
독(毒)화살을 맞은 사람 - 혜담(慧潭)
미주알 고주알 - 권정석
벼랑 끝에서 연을 날리다  외 1 - 최명학
희대의 풍류남아 임백호(林白湖) - 최이락
곡선은 사랑이다 7 - 윤용수
멀어지는 것을 위하여 - 김원숙
토박이 인심  외 1 - 이외율
플라스틱 젖꼭지 - 박충일
■다시 읽는 수필│어떻게 살 것인가/낭비 없는 생활 ― 윤태림
■꽁트│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 김소봉
■평론
  자연, 그 영원한 민초들의 텃밭이자 동반자 ― 서석준
 
 지역 문예지의 출발 ―『참새』―송창우
■독서토론│『삼국지』는 안된다―최명  『삼국지』는 읽을 가치 있다―이문열
■작고문인실화│흘러간 연인, 이네 저네 그네들―이주홍
■다시 읽는 명작│최초의 슬픔―오왈로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