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離邊 그리고 적중的中 -오하룡吳夏龍 시선詩選 評說 有山 尹在根 문학평론가, 한양대 명예교수 내가 오하룡吳夏龍시인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인이 되신 신상철(경남대) 교수님의 소개로 비롯되었다. 이 마산에서 문을 열었던 그해(1985년)였지 않았나 싶다. 마산에 들르면 문우들을 자상하게 알려주었던 분이 신상철 교수님이 한 문인이 출판사를 열었다고 안내해주셨다. 층계를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유난히 살갗이 희고 동그란 안경에 웃음 띤 동안童顔으로 우리를 맞아 주신 분. 그렇게 오하룡 사장을 만났고 신교수께서 걸걸한 목소리로 다시 오하룡 시인이라고 소개했다. 그 자리에서 신교수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경청傾聽만 할 뿐 입을 떼지 않던 시인은 모습이 순한듯하면서도 매운 데가 있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이 붐..
┃시인의 말 ┃ 내 문학의 변명 나는 미미 천박한 내 불민함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내가 처한 생존 상황의 증언적 문학화에만 몰입하였고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가 몰입하라고 해서 몰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문학의 형상화만 의식하여도 안 된다. 문학으로서의 본질적 의미의 달성과 숙련미를 갖추는 것 또한 필연적이다. 나는 불문곡직 쓰는 일에만 매달린 것이다. 이것은 내 천성의 발로인지 모르겠다. 국가 산업화의 기반인 공단의 개설은 상전벽해와 함께 거주지의 대 이동을 가져왔고 이러한 이향離鄕 실향失鄕의 충격은 내 의식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나는 어쩌다 내 문학의 본격 출발과 함께 선조의 터전인 구미와 함께 현실적 생존터전인 창원이 공단화 되는 핵심적 본류에 휩쓸리..
│시인의 말│ 시집, 《우리가 서귀포로 온 까닭은》을 내며 네 번째 시집을 냅니다. 제주도에 와서 내는 첫 시집입니다 육지에서 보아온 제주도는 외딴섬이었지만 제주도에 와서 보는 육지도 또한 섬입니다 세상의 중심을 육지에 두고 있을 때는 제주는 실패자가 유배 오는 변방이었으나 제주를 세상의 중심에 두니 이제는 육지가 변방입니다 무한한 바다로 사방에 길이 열려 있는 섬이 세상의 중심입니다 제주의 올레길을 걸으며 목적이 없는 길의 자유를 누립니다 목적이 없는 길은 길이 목적입니다 나는 나의 목적이 길 끝에 있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세상의 길은 많으나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나의 길이며 내가 갈 수 있는 꿈만큼의 길이 나의 길의 끝입니다 이 시집에 실린 160편의 시는 꿈을 찾아가는 160개의 징검돌입니다 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