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머│리│에 15호를 내며 오하룡 경제 사정이 이유이긴 하나 한 호를 거르고 보니 이 글도 자연스럽게 풀리지 않는다. 할말은 많은데 억누르다가 거기서 또 잘라내고 정리를 하려니 잘 풀릴 리가 없는 것이다. 신작만으로 채울까 하다가 고개를 흔든다. 신작에서도 만족한 신작을 만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기 발표된 작품에서 다시 읽기의 찾아내기를 시도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만만치 않음을 금세 깨닫는다. 나라는 사람의 찾아내기의 능력의 한계도 한계려니와 그렇다고 어디 도움을 청할 데도 여의치 않는 것이다. 나이라는 것이 제약 요소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과감하게 밀어붙이기가 되지 않는다. 거기다가 내가 무슨 도덕군자라고 어쩐 일인지 예의라는 것이 고개를 드는가 하면 염치라는 것이 뒤질세라..

책│머│리│에 노산 선생에 대한 몇 가지 상념 오하룡 나는 지금도 노산 문학을 접하면, 그가 까마득히 먼 곳에 위치한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의 문학이 그만큼 내가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경지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문학을 처음 접한 것은 가곡에서였던 것 같다. '성불사의 밤', '옛 동산에 올라', '사우' 같은 것을 흥얼거리면서였다. '가고파'는 그 얼마 후에 익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본격 문학에 눈을 뜨면서 구체적으로 책을 통해 그의 글과 만나게 되었는데, 어쩐 일인지 그의 책은 장르별로 편집되어 단행본으로 나온 것이 드물었다. '노산 문선(鷺山 文選)'이라는 제목으로 판형도 일반 판형보다 작으면서 부피만 볼록한 그런 책이 내가 처음으로 접한 것이었다. 이 책은 내가 오랫동안 소장해왔었는..

책│머│리│에 작은문학 13호의 의미 오하룡 『작은문학』 13호를 내보낸다. 햇수로는 5년째에 접어든다. 약속대로 결본없이 냈다면 17호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그런 실적이 못된다. 그런데도 왠지 지금 내딴에는 숨이 가쁘다. 보는 분들은 예사로 보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숨가쁘게 뛰어왔다. 그래서일 것이다. 남보다 폐활량이 크지도 않고 체격 따위도 뛰기에 알맞게 다져지지도 않았다. 애당초 뛰기 경주에는 적합치 않는 신체 조건이다. 그렇다면 아예 나선 자체가 무리라는 결론이 날 법도 하다. 계면쩍은 미소를 지으며 찬물이나 한 잔 벌컥벌컥 마신다. 그러다가 주춤주춤 대열에서 이탈하여 으슬렁으슬렁 사라지면 된다. 얼마나 많은 이런 류의 행동을 우리는 보아왔던가. 내가 그런 낙오의 대열에 끼인다고 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