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머│리│에 작은 울림이라도 있기를 오하룡 새세기라고 모두 들 떠 있다. 그러나 본지는 차분하게 오래된 한 작품을 음미하며 이번호의 의미로 삼을까 한다. 19세기 러시아 소설가 리에스코푸의 「어느 명절날 생긴 일」에서 보여주는 사회상이 어쩌면 오늘날에도 여전히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그런 것인지가 놀라울 따름이다. 리에스코푸는 백수십년 전 그때 이미 인간내면의 선과 악의 구조를 정확히 들춰보려 애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오늘날에도 복수가 무서워 범죄자를 신고하거나 증인서기를 꺼리며 이러므로 해서 사회악을 방치하는 모순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 요즘 급격히 문제시되고 있는 파이낸스 사태를 보면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싶은 것이다. 책임질 수 없는 행동을 버젓이 백주에 저질러도 책임질 아무도 없..
책│머│리│에 부질없는 군소리 오하룡 문학잡지를 시작한 이상 이왕이면 화끈하게 하라는 주문이 있다. 신작특집 하나라도 구태의연하게 편집하지 말고 좀 실험성이 돋보이고 참신한 작품을 골라 실으라는 것이다. 그들이 볼 때는 답답해 보이는 모양이다. 그들이 『작은문학』을 생각하고 그 잡지를 만들어내는 누구를 생각해서 진정으로 하는 고마운 권고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야만 독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잡지에 대한 인식도 좋아져 어쩌면 잡지 덕을 보게 되는 흥감한 뜻밖의 상황에 이르리란 것도 모르지 않는다. 이런 주문은 굳이 『작은문학』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문학지라면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결코 만만치 않은 난제 중의 난제이다. 『작은문학』이야 아시다시피 무리다싶게 이끌어 가고 있으니 그..

책│머│리│에 먼곳이 먼곳 같잖아 보입니다 오하룡 신년호를 만들면서 두 분 필자에 대해서 먼저 언급할까 합니다. 한 분은 소설가 박경수 선생이 되겠습니다. 이 분은 명색 본지 고문이라고 모셨으나 본지의 형편상 제대로 고문에 합당한 예우를 제대로 해드린 일이 없습니다. 멀리 충남 서천군의 시골에 계십니다. 20여 년 전 낙향하여 소설에 전념하고 있습니다만 오늘날 문학이 밥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생활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상상이 가고도 남습니다. 그런데도 이 못난 후진을 위해 편지에서나 전화에서 자신의 처지는 일언반구도 없이 『작은문학』 걱정과 「도서출판 경남」 걱정을 더 해주고 있습니다. 고문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씀도 꼭 곁들입니다. 이런 때는 저로서는 오히려 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