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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시의 골목을 오랫동안 헤매었다 큰길로 나오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골목에서 만난 것들 그들은 작은 자연과 조촐한 빛이었다 그것들은 고요해서 찾기가 힘들었지만 동행해 준 뭉클한 슬픔기가 거들어 주었다 자연의 말 섞인 감성으로 시인의 말을 쓴다 시의 하늘 높고 쓸쓸하지만 영롱한 별이 되어 반짝이고 싶다 나의 시 내 영혼의 벗들에게 감사 드린다 이천십구년 팔월 김혜숙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시의 본색 아름다운 그대 장미의 시들 자연의 말씨 생각이 잡힐 때 시의 옷 원하는 말 우리집 장미 흙의 마음 그의 품 민들레 보고 먼 길 무지개 숨긴 구름 밥시간 벽오동(碧梧桐) 한 그루 제2부 달을 빌려 그대들 산(山) 벗 무꽃 홀로 젖는 시간 꿈엔들 너와 함께라면 측은지심 바닷가에서 봄이 걸어온다 환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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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 내 문학의 변명 나는 미미 천박한 내 불민함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내가 처한 생존 상황의 증언적 문학화에만 몰입하였고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가 몰입하라고 해서 몰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문학의 형상화만 의식하여도 안 된다. 문학으로서의 본질적 의미의 달성과 숙련미를 갖추는 것 또한 필연적이다. 나는 불문곡직 쓰는 일에만 매달린 것이다. 이것은 내 천성의 발로인지 모르겠다. 국가 산업화의 기반인 공단의 개설은 상전벽해와 함께 거주지의 대 이동을 가져왔고 이러한 이향離鄕 실향失鄕의 충격은 내 의식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나는 어쩌다 내 문학의 본격 출발과 함께 선조의 터전인 구미와 함께 현실적 생존터전인 창원이 공단화 되는 핵심적 본류에 휩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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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시집, 《우리가 서귀포로 온 까닭은》을 내며 네 번째 시집을 냅니다. 제주도에 와서 내는 첫 시집입니다 육지에서 보아온 제주도는 외딴섬이었지만 제주도에 와서 보는 육지도 또한 섬입니다 세상의 중심을 육지에 두고 있을 때는 제주는 실패자가 유배 오는 변방이었으나 제주를 세상의 중심에 두니 이제는 육지가 변방입니다 무한한 바다로 사방에 길이 열려 있는 섬이 세상의 중심입니다 제주의 올레길을 걸으며 목적이 없는 길의 자유를 누립니다 목적이 없는 길은 길이 목적입니다 나는 나의 목적이 길 끝에 있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세상의 길은 많으나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나의 길이며 내가 갈 수 있는 꿈만큼의 길이 나의 길의 끝입니다 이 시집에 실린 160편의 시는 꿈을 찾아가는 160개의 징검돌입니다 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