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박경수 선생의 평론 한 편 오하룡 문학인의 길을 생각할 때가 있다. 문학을 전업 삼아 매진하는 사람은 아직 우리 나라에선 많은 것 같지 않다. 짐작으로 몇 사람은 되는 것 같지만 그 밖에는 전업이라 하더라도 아예 다른 쪽이 기반이 있던가 아니면 생활의 파탄을 각오하고 나선 사람이 아닐까 한다. 이밖의 대다수 문학인들은 생활인으로서 생업과 병행하여 문학의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판매 부수를 내세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떴다가 지금은 어디쯤 가라앉아 버렸는지 보이지도 않은 문학인의 후일담이 궁금할 때가 있다. 간간이 이름이라도 볼 수 있는가 하면 그처럼 뜨던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도 침잠해 버렸을까 새삼 의아스러울 때가 있는 것이다. 지금도 뜨고 있는 문학인들이 있다. 신통하..
책│머│리│에 글빚 어떻게 갚을까 오하룡 다섯 번째 『작은문학』을 낸다. 원고료를 주지 못한다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 당당하게 청탁을 못하고 있다. 많은 문학지들이 원고료를 못주면서 책을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문학』만 원고료를 못주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주눅들 것 없이 당당하게 청탁하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나라는 사람은 그런 철면피가 못된다. 그야말로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가 되어 잡지 입장을 이해하는 친한 분들에게만 부탁하여 매번 지면을 메꾸고 있다. '다시 읽는 작품'이나 '다시 읽는 명작'이라 하여 그런 부담없이 실을 수는 없다. 저작권 시효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다고 하여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모두 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호에는 특히 신문에서 모..
책│머│리│에 환경오염, 문단오염 이상개 오랜만에 고향엘 갔다. 고향은 자꾸자꾸 변해 가고 있었다. 시골 구석이었던 내 고향땅, 은어가 올라오던 맑은 시내, 키큰 포플러 나무, 꾸불꾸불 이어가던 들길, 소 풀 뜯으러 오르내리던 뒷동산……. 시냇물가엔 시멘트 방축으로 쌓였고 악취를 풍기는 오폐수가 흘렀다. 포플러 나무는 온데간데 없고 은행나무나 벚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었다. 논밭도 들길도 흔적 없고 주택지, 상업지, 아파트 단지 할 것 없이 온통 건물들로 꽉 들어차버렸다. 뒷동산의 나무들은 울창하긴 했어도 등산객이나 약수통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붐비기만 했다. 더욱 유감천만인 것은 인심이 아주 변해버린 점이었다. 상전벽해라는 게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환경이 변해서 사람이 변하는 건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