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먼곳이 먼곳 같잖아 보입니다 오하룡 신년호를 만들면서 두 분 필자에 대해서 먼저 언급할까 합니다. 한 분은 소설가 박경수 선생이 되겠습니다. 이 분은 명색 본지 고문이라고 모셨으나 본지의 형편상 제대로 고문에 합당한 예우를 제대로 해드린 일이 없습니다. 멀리 충남 서천군의 시골에 계십니다. 20여 년 전 낙향하여 소설에 전념하고 있습니다만 오늘날 문학이 밥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생활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상상이 가고도 남습니다. 그런데도 이 못난 후진을 위해 편지에서나 전화에서 자신의 처지는 일언반구도 없이 『작은문학』 걱정과 「도서출판 경남」 걱정을 더 해주고 있습니다. 고문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씀도 꼭 곁들입니다. 이런 때는 저로서는 오히려 쥐..
책│머│리│에 이런 때일수록 좋은 친구는 책밖에 없다 오하룡 지난호의 내용 중에서 특히 노산의 「無常」은 여러 사람으로부터 잘 읽었다는 인사가 있었다. 개중에는 처음 읽었다는 분도 있었고 언젠가 읽은 적이 있는데 다시 읽으니 더욱 새롭더라고도 하였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하는 말은 역시 노산의 비범함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하는 말은 역시 노산의 비범함에 관한 것이었다. 어쩌면 그리도 동서고금에 통달할 수 있겠느냐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無常」한 편으로도 『작은문학』이 큰 문학의 구실을 톡톡히 했다는 찬사는 기분 좋은 격려였다. 어떤 학자는 노산에 관한 연구를 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던 참이었다고 한다. 몇 군데 도서관을 뒤졌으나 원본을 보관한 곳은 없었고 복사한 것을 보관한 곳이 있었는데 그..
책│머│리│에 궁핍의 상황과 삶의 열망 임신행 멀쩡했던 가정들이 한순간에 허리가 꺾여 신음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나라는 온통 궁핍과 절망으로 허우적거리고 있다(가진 자는 더 흥청망청 재미를 보다 못해 즐거운 비명이고……). 북녘은 북녘대로 남녘은 남녘대로 무진 속에 내리는 찬비를 맞고 있다. 한 마디로 참담하다. 앞이 보이질 않는다는 말이다. 가진 자들은 밖으로 빠져 달아나 가진 만큼 큰소리 치니 뜻있는 이들이 아연해 하지 않을 수 없는 딱한 실정이다. 견디기 어려운 시대나 민족 상잔의 그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이라는 것이 앞에 놓여 국민 모두가 의연하게 어려움의 고개를 거슬러 왔다. 지금은 그때와는 너무나 이질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그것은 빈익빈 부익부에 의해 앞이 보이질 않는다는 말이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