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머│리│에 언어의 정체성, 현대시조에서 찾자 이처기_시조시인, 가락문학회 회장 우리 문학사에서 보면 속담, 설화, 민요, 판소리 등의 구비문학이 있고 향가, 시조, 가사 등 노래로 불려진 시가 있다. 시조는 율과 운, 3장 6구의 정형으로 우리 정서에 맞고 언어 교육에 매우 적절한 장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조는 시대에 뒤지고 진부하다는 경향으로 근래에는 자유시가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면 우리의 시조는 정체성을 지닌 문학이며 세계화로 가는 문학이다. 첨단 문자매체의 발달로 언어가 훼손되고 주인없는 기계언어들이 인터넷 등에서 남용되고 있다. 아름다운 언어의 순화로 훌륭한 인품을 갖추게 하는 청소년 언어 교육이 절실하다. 감수성 있던 어린 시절 외우고 익힌 시..

책│머│리│에 문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김동수(시인, 백제예술대학 영상문예과 교수) 공자는 시(詩)를 한마디로 사무사(思無邪)라 했다. 그런가 하면 워렌(Warren)은 문학(예술)의 본질과 속성을 "진실과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사악함이 없는 진실한 생각, 그렇다면 어떤 생각이 진실하고 아름다우며 사악함에서 멀어져 있는 것일까?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생존을 위한 물질도, 사회생활을 위한 정치력도, 그리고 그에 따른 명예와 권력도 우리의 삶을 지탱시키고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조건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그러한 생존 조건들이 우리 삶의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결코 충분조건은 될 수가 없다는 데 있다. 빵만 가지고는 살아갈 수 없는 게 인간이다. ..

축시 홰치는 저 닭의 장대한 울음소리 새 힘 솟게 안하나 오 하 룡 (본지 주간, 발행인) 내가 보는 세상은 지금 회색빛이다 방금 지나치는 골목도 맞닥뜨리는 건물도 어쩐지 옅은 안개 속 마냥 침침하다 왠지 온몸 시리고 아리게 휘감는 바람도 무슨 무른 납덩이라도 달린 양 무겁다 아무리 걸음 가볍게 걸으려 해도 진흙 길 아닌데도 푹푹 빠지는 이 기분 그런데 이런 때 재래의 낯익은 조선 토종 닭 장대한 닭 울음 경쾌하게 들린다 갑자기 온 천지 서기瑞氣 가득 번지며 기분 좋게 밝은 물감 번지 듯 햇살 비친다 지금까지 가로막던 회색빛 어디가고 침침하던 골목 눈부신 조명 받은 양 환하다 바라보면 칙칙하여 머리 지끈거리던 건물 놀랍구나, 그 사이 무슨 조화 있었던가 갑자기 휘장 걷은 신축 건물인 양 신선하다 닭이 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