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문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김동수(시인, 백제예술대학 영상문예과 교수) 공자는 시(詩)를 한마디로 사무사(思無邪)라 했다. 그런가 하면 워렌(Warren)은 문학(예술)의 본질과 속성을 "진실과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사악함이 없는 진실한 생각, 그렇다면 어떤 생각이 진실하고 아름다우며 사악함에서 멀어져 있는 것일까?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생존을 위한 물질도, 사회생활을 위한 정치력도, 그리고 그에 따른 명예와 권력도 우리의 삶을 지탱시키고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조건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그러한 생존 조건들이 우리 삶의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결코 충분조건은 될 수가 없다는 데 있다. 빵만 가지고는 살아갈 수 없는 게 인간이다. ..
축시 홰치는 저 닭의 장대한 울음소리 새 힘 솟게 안하나 오 하 룡 (본지 주간, 발행인) 내가 보는 세상은 지금 회색빛이다 방금 지나치는 골목도 맞닥뜨리는 건물도 어쩐지 옅은 안개 속 마냥 침침하다 왠지 온몸 시리고 아리게 휘감는 바람도 무슨 무른 납덩이라도 달린 양 무겁다 아무리 걸음 가볍게 걸으려 해도 진흙 길 아닌데도 푹푹 빠지는 이 기분 그런데 이런 때 재래의 낯익은 조선 토종 닭 장대한 닭 울음 경쾌하게 들린다 갑자기 온 천지 서기瑞氣 가득 번지며 기분 좋게 밝은 물감 번지 듯 햇살 비친다 지금까지 가로막던 회색빛 어디가고 침침하던 골목 눈부신 조명 받은 양 환하다 바라보면 칙칙하여 머리 지끈거리던 건물 놀랍구나, 그 사이 무슨 조화 있었던가 갑자기 휘장 걷은 신축 건물인 양 신선하다 닭이 울..
책│머│리│에 문화의 정체성 정목일 금년 초에 서울의 한 문학회에 문학강연을 하기 위해 참석했다. 창원에서 서울까지 가는 것이기에 시간적, 경제적인 여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어서 신경이 쓰였다. 참석자는 K문인협회 문인 50여 명이었다. 행사가 시작되자, 이 지역구 출신 4선 의원 경력의 정치인이 나와서 정계은퇴 인사를 했다. 정작 정치에 손을 떼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진 단장의 아픔을 경험했다고 실토했다. 그는 수필가이기도 해서 '글만 열심히 쓰십시오.'라고 인사했다. 이제 문학행사가 전개되려니 여겼더니, 이 지역 현역국회의원으로 저명한 정치인 L씨가 나와서 인사말을 늘어놓았다. 이것으로 정치적인 말은 끝난 줄 알았는데, ㅜ회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인사말씀을, 구청장이 출마자여서 알림의 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