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머│리│에 문화의 정체성 정목일 금년 초에 서울의 한 문학회에 문학강연을 하기 위해 참석했다. 창원에서 서울까지 가는 것이기에 시간적, 경제적인 여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어서 신경이 쓰였다. 참석자는 K문인협회 문인 50여 명이었다. 행사가 시작되자, 이 지역구 출신 4선 의원 경력의 정치인이 나와서 정계은퇴 인사를 했다. 정작 정치에 손을 떼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진 단장의 아픔을 경험했다고 실토했다. 그는 수필가이기도 해서 '글만 열심히 쓰십시오.'라고 인사했다. 이제 문학행사가 전개되려니 여겼더니, 이 지역 현역국회의원으로 저명한 정치인 L씨가 나와서 인사말을 늘어놓았다. 이것으로 정치적인 말은 끝난 줄 알았는데, ㅜ회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인사말씀을, 구청장이 출마자여서 알림의 말을, ..

책│머│리│에 구상 선생 생각 오하룡 이번 호에는 우선 구상 선생 추모지면을 마련합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구상 선생을 한 번도 직접 만난 일이 없습니다. 몇 해 전 어떤 단체서 모셨는지 모르지만 강연 차 마산에 오신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인사드릴 일이 있었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둘러싸고 있어 그만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이런 경우 목적 달성을 위해 비집고 다가가서 인사를 잘 챙기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매번 이런 상황이면 물러서고 마는 버릇이 있습니다. 내가 책을 증정했을 때마다 선생께서 엽신으로 몇 차례 답신을 주신 일이 있어서 인사를 드렸다면 이름 정도는 기억했을 수도 있을 텐데, 아쉬움이 한동안 남아 있었습니다. 통 모르는 사이라도 내가 누구라고 억지로 이름을 알리려고 하는 사람도 많은데 혹시 이..

책│머│리│에 아! 이리도 그립고 사무친 얼굴 임신행 세월의 숲 속에 들어서서 세월의 숲을 거닐어 보면 어디 그리운 사람이 한두 사람이겠는가마는 필자의 비좁은 가슴에 묻어 놓고 유독 그리워하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 사는 것이 혼란스러운 요즘은 문득 문득 그리워지는 사람, 그 사람! 그 사람 이름은 안정효(安丁孝)! 60년대 입학하기 그렇게 녹록치 않은 부산사범학교(釜山師範學校)를 졸업한 재원이다. 그는 숨은 교육자요, 민족주의자요, 생명주의자요, 시인이었다. 필자는 그를 이승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격랑의 세월의 징검돌을 징검 징검 건너 온 때를 더없이 행복하게 생각한다. 60년대에서 70년대를 거슬러 80년대까지 잘 건너오다가 그는 필자의 어깨동무가 버거웠던지 십여 년 전에 어깨동무를 풀고 이승의 강을 ..